적과 흑 3
2026-01-07 00:49:35
적과 흑 (2부 1장–15장)
쥘리앙이 파리로 향하는 마차에서 합승하게 된 팔코와 생지로의 대화를 통해, 스탕달은 다시 한 번 시골 도시 사회에 대한 반발감을 드러냅니다. 정치적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 위선과 협잡의 공간을 탈출해, 파리의 익명성에 기대 고독을 누리려 하지만 동시에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지로의 말에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냉소와 아이러니가 함께 배어 있습니다.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된 쥘리앙 소렐은 점차 능력을 발휘하며 후작의 신임을 얻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비서이자 하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푸른 옷을 입는 후작과는 거의 대등한 친구이자 대화 상대가 됩니다. 그렇게 발을 들이게 된 사교계는 한정된 대화 주제와 반복되는 형식 속에서 하품이 날 정도의 정신적 질식 상태로 다가옵니다.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 역시 상류사회 남자들에게 깊은 권태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의 기준에서 ‘사형선고'를 받을 만한 진정한 남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쥘리앙은 바로 그런 기개와 야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마틸드는 사교계에서 추문으로 내동댕이쳐질까 두려워하면서도, 쥘리앙에게 느끼는 감정을 편지로 고백합니다. 세 번째 편지에서는 새벽 1시에 사다리를 타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오라고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늘 의심과 계산에 사로잡힌 쥘리앙은 이를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편지 원본을 친구 푸케에게 보내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론에 공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사다리를 오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2부 15장은 끝을 맺습니다.
오늘 읽은 부분에는 이후 결말로 이어질 중요한 복선도 있었고, 쥘리앙의 능력이 빛을 발하며 승승장구하는 마치 성장소설을 읽는 듯한 인상도 강했습니다. 결투 장면에서 이어지는 쥘리앙이 미지의 부자 후작의 사생아라는 소문, 그리고 마지막의 클리프행어까지 막장스러운 요소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두 번째 연인인 마틸드와의 본격적인 관계가 전개될 듯합니다. 먼저 고백하고 행동을 요구하는 귀족 영애 마틸드가 레날 부인과 어떻게 다른 인물인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고, 그 밖에 어떤 사건들이 이어질지 역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