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시장 1-17장
2026-02-18 12:12:27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디킨스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 윌리엄 새커리의 대표작 허영의 시장입니다. 종교적 소설인 천로역정에서 나온 허영의 시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다 쓴 소설이죠. 월간지에 연재되던 소설을 엮은 거라서 중간중간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의 내용에 대해서 서술한다거나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촌평을 내놓는 등의 옛날 고정 특유의 작가의 내레이션이 각 챕터마다 들어가있습니다. 형식은 그렇듯 아 이거 옛날 소설이구나를 바로 느끼게 하는데 작가의 필체는 현대인이 제가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트와 매력이 드러납니다. 육성으로 웃음이 터졌던 부분도 여러군데 있었으니까요. Hero(영웅, 주인공) 없는 소설이라는 부제를 지녔지만 읽다보면 느껴지는 주인공들이 있는데 오늘 읽은 부분은 그런 주인공들의 스케치가 그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멜리아 새들리와 베키 샤프는 기숙여학교를 같이 졸업한 동창생입니다. 아멜리아가 주식 중개인 아버지를 둔 부유층이고 '선량'해서 주인공격이 되는 인물입니다. 반면 베키는 오페라 가수였던 프랑스 출신 어머니와 술주정배이였던 화가 아버지를 가졌던 고아였습니다. 베키는 재능있고 똑똑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가면을 갈아 쓸 수 있는, 가난 때문에 8살에 이미 조숙해야 했던 냉정하고 영악한 주인공의 면모를 지닌 인물입니다. 아멜리아와 약혼상태인 조지 오스번은 아멜리아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는 잘생긴 한량이고 그의 절친인 도빈 대위는 등장인물 중 가장 반듯하고 이성적인 인물이고 아멜리아에게 좋은 감정을 - 그러나 도를 넘지 않는 - 가지고 있습니다.
베키 샤프가 가정교사로 들어간 크롤리 준남작 가문의 주요 인물들로는 크롤리 경, 그의 둘째 아들 로든 대위와 큰 부자인 클롤리 경의 누나 미스 크롤리가 있습니다. 크롤리 경은 두번째 부인이 죽자 베키 샤프에게 청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미 베키는 그의 둘째 아들 로든 대위와 비밀 결혼을 한 상태여서 그 청혼을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 이때 베키는 진심으로 안타까워 합니다. 대머리에 늙은이라도 이 준남작과 결혼하면 바로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벌써 이 덩치 큰 약간 바보 같은 호탕한 둘째와 결혼을 했으니 말이에요. 게다가 로든은 부자 고모의 가장 사랑받는 조카였거든요. 물론 부자 고모는 이 둘의 결혼을 알고는 냉담해졌어요. 그들의 편지도 반송하고 집에 들이지도 않았거든요.
해당 부분 마지막은 아멜리아의 가문인 새들리가의 파산을 다루고 있어요. 투자를 잘 못한 새들리씨가 파산해서 그 집의 물건들이 경매에 나오고 베키는 남편과 함께 그곳에 가서 아멜리아의 피아노를 사고자 입찰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피아노는 작은 집으로 이사한 새들리 가족에게 다시 보내집니다. 도빈 대위가 낙찰한 후 아멜리아에게 피아노를 보낸 것입니다.
앞으로 베키와 아멜리아를 중심으로 어떻게 커플들이 이어질 지 그 커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베키와 로든 부부를 부자 고모가 받아줄 지 아니면 둘만의 힘으로 위로 올라갈지도 궁금합니다. 아멜리아는 아마도 조지에 대한 사랑으로 좀 힘든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럴때 마다 도빈은 속을 끓이겠다 하는 느낌도 듭니다. 반면 조지와 로든은 둘다 한량 같은 성격에 스트레스 1도 안받고 그냥 잘 살아갈 것 같고요. 소설이 진행되면서 얼마나 맞는지도 살펴보는 즐거움이 기대됩니다. 독자들에게는 애증의 인물로 호불호가 갈릴 것이 분명한 베키 캐릭터의 성장이 있을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