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Vanitas Vanitatum!
2026-03-31 12:42:13
몇 주간 계속되었던 허영의 시장을 마쳤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에서 꼽은 한 문장은 마지막에 나오는 성경의 문구와 같은 헛되고도 헛되도다 일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있어 보에게 원문에 나온 라틴어 Vanitas Vanitatum! 으로 외워 볼 까 합니다. ㅎㅎ. 디킨스와 같은 시대의 작가 였으나 권선징악의 전형으로 끝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빌런인 베키는 결국 레이디로 불리며 명망있는 시골의 생활을 이어나가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이 살아갑니다. 도빈과 아멜리아는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적어도 주변에 행복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새커리는 마지막에 "우리 중 누가 대체 이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중 누가 과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한들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이들아, 이리 오너라, 이제 우리의 인형극이 끝났으니 꼭두각시 인형들을 집어넣고 상자의 뚜껑을 덮자꾸나" 라는 문구로 소설의 끝을 맺었을까요?
베키의 명망은 불운한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교회에 봉사하는 '경건한 분주함'을 지속해야만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베키는 계속 가면을 쓰고 인형극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아니면 다시 허영의 시장에서 추락하겠지요. 아멜리아도 한때 자신의 움켜쥐었던 도빈의 맹목적 사랑이 이제는 합리적 사랑안에 머물고, 그래서 도빈이 자신보다 딸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에 힘이 빠지는 삶을 삽니다. 아멜리아는 푸르고 싱그럽게 살려면 도빈이라는 거목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끝으로 도덕적이고 진실한 인간의 모범으로 소설 내내 보였던 도빈은 어떤가요? 도빈은 그토록 원하던 아멜리아와 결혼했지만 그녀에게서 더 이상 예전의 그 강렬한 숭배와 추앙과 같은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그와 같은 사랑은 딸에게 전이되었지요. 그 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보답을 받을 지는 모르겠네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끔찍이도 아들을 사랑했는데 너무다 해맑게 부자 할아버지에게 가버린 조지같을까요?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에서는 미래가 예측이 잘 안되네요. 그래서 이 소설의 인물들이 매력적이었나 봅니다. 악인이든 덕인이드 가끔씩 럭비공이 튀듯 예상치 못한 면을 보여줘서요.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었고 즐거운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