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보다 존엄성
2026-05-07 01:06:26
불안해방(스벤 브링크만)
어제의 지식이 내일의 구식이 되고, 끊임없이 유연성과 적응을 요구받는 가속화 사회에서 ‘자아실현’이라는 이상은 오히려 불안과 피로를 가속하는 역설로 작동합니다. 저자는 코칭, 마음챙김, 긍정심리학이 조직의 언어로 흡수된 현실을 비판하며, 이런 흐름 속에서 개인은 끝없이 자신을 개선해야 하는 존재로 내몰린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유동적인 액체 근대(바우만)에서 밀려가지 않고 단단하게 서있으려면 (Stand Firm) 내면이 아니라 외면에, 긍정과잉 대신 부정적 현실 직시하고, 감정의 분출대신 절제하는 예의의 가면을 쓰라고 합니다. 또 자기계발서 대신 소설을 읽고, 현재와 미래에의 몰입대신 과거를 돌아보라고 합니다.
가면을 쓰라든가, 과거에 머무르라는 표현은 오해를 부르기 쉽고 일부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느껴지는 구절도 있었으나 훌륭한 인용문들이 좋았고, 현대의 감성 문화—진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태도—를 비판하는 대목은 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진실이 없다 해도 사람은 진실할 수 있다. 믿을 만한 확실성이 없다 해도 사람은 믿을 만할 수 있다 - 한나 아렌트
미래학자들은 ‘감성 사회’를 말하고, 심리학자들은 ‘감성지능’을 찬양한다. 또한 ‘진정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느끼는 대로,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잘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행복을 느낀다면 거침없이 노래하고 춤추라.” “화가 난다면 제발 그 화를 억누르지 마라.” “감정을 억누르면 진정성이 없다.” -중략- 나는 사실 진정성이라는 개념 자체도 믿을 만하지 않다고 대답하겠다. 어떻게 해서든 진정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대신, 우리는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합리적인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