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자 (알렝 로그리예브)
2026-07-17 14:00:12
영화감독이기도 한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책을 읽은 후 독서모임을 한 후에도 주인공의 알리바이를 재구성하는 장면이나 기묘한 소년인 쥘리엥과의 관계 (물론 이 인물도 너무나 흥미로웠지만) 보다 더 머리에 남는 잔상은 피에르와 장 로벵이라는 이름의 관계였다.
카페 주인인 로벵씨의 성을 듣고 마티아스는 장 로벵이라는 거짓 친구의 기억을 로벵씨에게 언급한다. 장 로벵이라는 친구가 있었더랬다고.
그랬더니 로벵씨가 장 로벵은 자기 사촌이고 몇 년전에 36살로 죽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선 1차로 정지 버튼을 눌러보자. 내 생각의 회로는 다음과 같다
1) 우연의 산물이다. 마티아스가 로벵이라는 성을 듣고 로벵씨에게 시계를 팔기위한 내적 친밀감을 위해서 가짜 친구를 만들어 낸 것이 성이 같은 장 로뱅 Jean Robin 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로벵씨에게는 장 로벵이라는 사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Jean 은 무척 흔한 이름이니까.
2) 실제로 장 로벵은 마티아스의 친구였다. 마티아스는 실제로 이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중에 장 로벵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마티아스가 잊었다가 무의식적으로 로벵씨의 성을 듣고 떠올렸지만 자신은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뒤에 나올 피에르 집에서의 에피소드를 연결 짓자면 이게 더 개연성이 있다.
이제 피에르와의 에피소드로 가보자. 어부인 피에르는 마티아스를 보고 아는 척을 한다. 마티아스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장단을 맞춰준다. 피에르는 마티아스를 그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의 집 문에는 Jean Robin 이라는 이름이 분필로 초등학생 글씨체로 씌여있다. 마티아스는 그를 Jean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동거녀인 어린 여인은 그를 피에르라고 부르고 마티아스는 그의 이름이 Jean 아니고 피에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인지 '혼동스러워 하는지' 모호한 묘사만이 나온다.
여기서 두번째 pause를 해보자.
1) 피에르 이지만 문 앞에 씌여 있는 Jean Robin 은 마티아스만이 볼 수 있는 환상일 수 있다. 그러면 분필로 쓴 초등생 같은 글씨가 마티아스가 섬에서 지낸 어린 시절의 친구 마티아스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마티아스의 정신분열적 성향을 더해준다.
2) 카페 주인 로벵씨에 따르면 장 로벵은 몇 년전에 죽었다고 하니 그 집은 장 로벵이 살던 집이었고 그 후에 피에르가 들어와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이 해석은 이치가 맞는다 다만 왜 이름이 분필로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삐뚤한 글씨체인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실제 살인사건의 범인이 주인공인 마티아스라고 독자가 생각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그게 너무 뻔히 보여서 간혹 아닌가 그 뒤에 뭔가가 있나 하는 역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피에르와 장 로벵의 에피소드는 완벽한 맥거핀이면서 이 소설이 노보로망이라고 불리게 된 또 다른 요소가 아닐까 한다.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고 그걸 목적으로 한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