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펜로즈 _ 시간의 순환
2026-06-29 14:36:03
동일한 저자의 <마음의 그림자>를 구입할 때 관심이 생겨 함께 구입한 책이다. 우주의 시작과 종말에 관한 특이한 관점을 제시한 책이라고 해서...
결론은...처음 읽는 저자의 책을 한꺼번에 두 권 구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그림자> 한 권만 구입했다면 그걸 읽어본 뒤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장황하고 필요 이상으로 자세한 서술 방식에 질려 버렸기에. 따라서 나는 앞으로 로저 펜로즈의 저작을 다시는 사게 될 것 같지 않다....(눈물)
일단 이 책은 아무리 봐도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한 책이 아니다. 반 이상이 수식이고, 수식 없는 설명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 있다. 심지어 그 설명을 이해하기 쉬우라고 제시한 그림조차 이해가 어렵다. 아마 흥미로운 비유와 단순한 문장으로 일반 독자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그런 책을 예상하고 샀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이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저자가 자기가 주장하는 '등각순환이론'을 논문으로 쓰려니 너무 분량이 많아져서 책으로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도리어 이 책을 읽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식 부분과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 부분은 대부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으로 훑다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가 나오는 부분 -저자가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이론은 요약 설명한 부분, 각 챕터의 초반에 제시됨- 만 주로 읽었다. 따라서 내가 저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자 하는 마음에 내가 이해한 바를 아래와 같이 남기고자 한다. 혹여라도 이 글을 보고 내가 그의 이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기꺼이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래 주시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내가 이해한 등각순환우주론 :
우주의 "시작"과 "종말"을 상상하면 그 둘이 굉장히 비슷한 상태(무한히 높은 물질 혹은 에너지 밀도)임을 알게 되지만, "시작"은 엔트로피가 엄청 낮고 "종말"은 엔트로피가 엄청 높은 상태라는 점에서 둘은 다르다. 왜냐하면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하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 법칙)
현재 등장한 여러 우주론들은 이 점을 무시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2법칙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물리학자로서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엔트로피를 어떤 입자가 가지는 위상공간의 크기와 연관시킨다. 그리고 우주 종말의 국소적인 예로 블랙홀을 들고 있는데, 블랙홀은 물질을 빨아들여 호킹 복사로 내보내는 엔트로피 생성기이다. 그 와중에 물질의 정보(자유도 혹은 엔트로피)가 소실된다.(그는 호킹이 블랙홀의 정보 소실에 관해 정보가 소실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표한다)
이때 그는 블랙홀이 자유도를 파괴함으로써 입자들의 위상공간도 작아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든 블랙홀이 질량을 잃고 사라져 우주는 광자나 중력자 같은 질량이 없는 입자들만 남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새로운 우주가 생겨난다. (새로운 빅뱅)
솔직히 여기에서 왜 새로운 우주가 생겨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두 우주 간의 척도 조정이 일어나서 그렇다고 하는데...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앞에서는 두 우주 같에 위상공간이 변하지 않아서 척도 조정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뒤에 가서는 블랙홀 때문에 입자의 위상 공간이 작아져서 그게 빅뱅의 특이점이 된다고 하니...
거기다 우주의 마지막에는 질량이 없는 입자들만 남을 거고 다시 생성된 우주의 초기에도 극도로 높은 온도 때문에 모든 물질이 플라스타 상태가 되어 일반 물질도 질량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라고, 그래서 중력의 자유도가 극히 낮은 상태라고 하면서 그 우주의 초기에 또 암흑 물질(다른 입자들과 중력으로만 상호 작용하는 질량을 가진 입자)은 존재할 거란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이해는 여기까지다. 사실 뭘 읽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언어로 이해하는 물리학과 우주론이 실은 아주 복잡한 수학 체계에 의해 연구되고 입증되는 거라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됐고, 저자의 주장을 펼치려다 보니 현재까지 연구된 우주론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한 번 한 건 있는데...굳이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훨씬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