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밝은 밤]을 읽고
2025-09-22 17:05:55
제목: 질투의 결론
9월 독서모임의 책은 [밝은 밤]이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내 삶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 목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은 주인공 지연이 이직을 하며 ‘희령’으로 내려가, 연락이 끊겼던 할머니와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책을 덮고 싶은 순간이었다. 나이 든 어른이 젊은 이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 나는 그런 장면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내 엄마가 손자에게 건네는 말들 속에는 분명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내가 겪지 못했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책을 멈추고 싶었던 순간은, 몇 마디 말로 가족 간 화해가 이루어질 것만 같을 때였다. 지금 나는 의지를 가지고 부모님과 더 친밀해지려 노력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엔 부모님과 함께 장령산을 오르고, 적덕식당에서 매운 음식을 마지막처럼 즐겼다. 부모님은 이제는 매운 음식이 그립지 않다고, 그래서 신라면도 더는 사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순간, 무거운 TV를 힘겹게 옮기는 지연의 모습이 문득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래서 책을 다시 이어 읽었다.
책은 계속해서 나를 멈추게 했다. 할머니를 통해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인생을 듣는 지연이 부러워 또다시 책을 덮고 싶었다. 나의 조부모님들은 모두 퇴행을 겪으셨고, 내가 질문을 던질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미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는 듣지 못했지만 지연은 들을 수 있었다. 영옥의 삶의 마지막 여정을. 지연은 영옥의 삶을 따라가며 질투와 굳셈, 아픔이 켜켜이 쌓인 감정의 역사를 마주한다. 결국 영옥은 질투 때문에 희자와 인생을 나눌 기회를 놓쳤고, 명옥을 밀어낸 탓에 명옥이 주는 사랑의 크기를 더 일찍 확인하지 못했다.
지연과 영옥을 바라보며 나는 묻는다. 내 안의 질투는 상대방과 나 중 누구에게 상처를 줄까. 상대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얄밉다. 하지만 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다시 한번 마주하며 고민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