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모순을 읽고
2025-09-22 17:08:21
[모순]을 읽으며 나를 가장 많이 돌아보게 만든 문장은 이것이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T형인 나는 F인 사람과 요즘 들어 대화를 자주 하고 있고, 대화 속에서 나의 한계를 마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가족 앞에서만큼은 F로 살아가는 내가 기이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자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래서 일기도 편지도 쓰게 되었다. 어느 날은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가, 팔짱을 낀 채 화를 내주던 모습에서, 내가 그때 하지 못했던 톡 쏘는 말을 대신해 주는 것에 큰 위안을 받았다.
평소의 나라면 나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F인 사람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레 내 과거가 나왔다.
그리고 내 과거 이야기에 본인의 아픔을 꺼내 보이며 위로해 오는 모습은 그가 내뱉은 톡 쏘는 말 보다 더한 위로가 되었다.
이런 상념에 잠겨 있던 차에, 작가의 말에서 사고가 멈췄다. “다른 이의 감상문을 읽지 않은 채 [모순]을 천천히 읽어 달라.”는 당부였다. 그 순간, 이 책이 내 전 생애에 던지는 질문. 무엇을 저울질하였는지 곱씹게 되었다.
주인공 안진진은 철이 일찍 들어버린 탓에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뒤흔들 결정을 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결혼. 안락함과 무료함을 안겨줄 나영규와, 짜릿함과 가난을 안겨줄 김장우 사이의 저울질.
그 장면에서 나는 지난날의 나를 떠올렸다. 짜릿함을 안겨줄 결혼과 무료함을 안겨줄 직업 사이의 저울질.
나는 나보다 10살 넘게 차이나는 사람과의 연애와 결혼을 선택했다. 그렇게 짜릿한 관계를 선택하고 보니, 나의 직업은 자연스레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쪽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족한 재능에도 나의 온 정신을 빼앗았던 사진을 직업으로 삼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저울 위에 서 있다. 안락함과 짜릿함 사이, 무료함과 가능성 사이. 어쩌면 저울질 자체가 인생이라는 걸, [모순]을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