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내가 깊이 빠진건? [사랑이여 안녕]을 읽고
2025-10-05 14:53:27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의 좋았던 점을 떠올리며 대학교 1학년 1학기 두 가지 동아리에 들어 활동했다. 두 동아리 모두 내가 우리 단과대만 있는 캠퍼스에서 학교생활을 한 탓에 활동이 뜸해지다가 탈퇴의 수순을 밟았지만. 재미있는 점은 둘 다 글을 쓰는 동아리였다는 점이다. 한 개는 교지편집실, 나머지는 시 창작 동아리. 시창작 동아리는 친목이 목적이어서 무엇을 이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교자편집실에선 교지를 한 권 만들며 끝맺음을 한 추억이 있다.
이제 드디어 본론이다. 교지편집실을 하며 꼭 써보고 싶었던 글을 책에서 만났다. 역사란 큰 물결이 어떻게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는지 말이다. 고등학교 때 자연계인 까닭에 고1까지 밖에 역사를 배우지 않았다. 성실하지 않은 학생인 까닭인지, 교육과정 때문인지 현재에 다다르기까지의 굵직한 역사는 기억이 나지만,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고, 궁금했다.
그래서 읽었다. [파친코]와 [밝은 밤]. 역사의 현장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들. 하지만 두 책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고, 내 궁금증을 풀어내주진 못했다.
그러다 [사랑이여 안녕]을 만났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 근대화의 한복판, 그 소용돌이 속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설고도 생생했다. 나는 한 챕터씩 아껴가며 책장을 넘겼다.
중국의 전통 극인 경극에서 여자 주인공 역인 단을 연기하는 정접의. 남자 주인공 역인 생을 연기하는 단소루. 두 남자는 함께 중국 근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다. 부모에게 팔려 사합원에서 길러지고, 직업 배우로 성장하고, 사랑을 찾기도 상대에게 집착하기도. 재력가와 일본군에게 얽혀 인생이 저당 잡히는 삶. 천한 계급에서 국가 소속 배우로 월급을 받는 자리까지 올랐지만, 문화 대혁명 속 홍위병들의 조리돌림으로 인생을 다시 거부당한다. 그들의 긴 여정의 끝은, 신문 속 ‘홍콩의 중국 합병’ 기사 앞에서 거주지를 걱정하는 노인의 모습으로 닫힌다.
'수십 년 동안 혁명을 했는데도 우린 결국 원점에 와 있다.'
이 말이 너무도 눈에 밟힌다.
고대인의 기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이벽화 작가가 쓴 말의 의미와 고대인의 말의 의미는 같을까?
아껴 읽은 [사랑이여 안녕]에서 내가 깊이 빠진 건
생소한 중국 역사의 소용돌이였을까, 아니면 정접의와 단소루 두 사람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말이었을까. 끝내 정하지 못했다. 소루와 접의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 역시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한 개인이지만, 내 앞의 선택에 더 집중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