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내가 도달하지 못했던 끝.
2025-12-11 17:36:03
[딸에 대하여]를 읽고.
너무도 오랜만에 책을 샀다. 좋은 글을 읽자. 나도 글을 짓고 싶다. 그럼 좋은 글을 찾아보자의 결론이었던 일.
[속죄]를 동그라미를 치며 읽었고, [딸에 대하여]를 색연필로 칠하며 읽기를 마쳤다.
어떤 분야도 그러할 것이지만.
책 속 유려한 글들을 보며 도달하기에는 먼 곳이라 생각하다가.
밑줄 그을 책이 많음에 안도한다.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 어쩜 이리도 다를까 하고 궁금증이 일다가. 이해를 포기했다. 서로 닿지 않은 채 지내다가 같은 부분에서 웃는 서로를 보며 동질감을 느낀 적이 있다. 내가 겪은 짤막한 경험이 아닌. [딸에 대하여]를 읽으며 도달하지 못한 끝을 본 것 같았다.
엄마의 내면 독백으로 채워진 책. 초반부는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 색연필로 칠한 문구를 직접 써볼 시간이 필요하단 이유로 천천히 읽다가. 어제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책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울부짖는 딸.
그리고 딸을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엄마가 만난다.
화자인 엄마의 사정은 딸보다 좀 더 복잡하다. 그녀는 여느 요양보호사와 달리 한 분만 모신다. '젠'을 보호하는 엄마. 엄마는 그분과 많은 것을 나눈다. 엄마는 '젠'을 통해 자신의 미래, 딸의 미래를 만난다.
남편과의 시작을 떠올린다. 내 개인 심리상담사 같은 역할을 했던 사람.
과거보다 지금을 기억하는 남편은 나를 '마음대로 하는 사람'으로 인지하는 게 조금 재미있다.
심리상담을 하게 되면 종종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3자의 입장에서 돌아보시니 어때요?'
오늘 밤은 어제 읽기만 하고, 따로 적지 못한 책 속 색연필 밑줄 글들을 따로 적어두려 한다.
다음 책으로 가기 전 두 번 정도 더 읽으면 작가의 유려한 문장이 내 것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