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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26-03-07 14:52:52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 들어가 내면을 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 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내게 디네스하우스를 위한 Banya디자인이 주어지면서 몇주간은 그 작은 세계에 몰두했다. 첫 며칠간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러다 조금씩 그리고 또 지우기를 반복하여, 그 장소에 맞는 조그만한 평면 모듈을 만들었고 그 수치들을 바탕으로 Banya에 숲을 바라보며 다가가고, 두어계단을 올라 달라진 공기와 시점을 체험하고, 몸을 데우며 밖을 바라보고, 그 열기로 달궈진 몸을 씻어내기 위한, 어찌보면 작고 완전한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이, 특히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그 곳에 있을 사람의 걸음걸이와 앉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내 연필로 그리는 그 시간이 조금은 경이로워서 마지막 며칠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건축가로서 나는 타인의 일인칭을 만난다. 그리고 그 일인칭의 경험을 상상하고 그려낸다. 그러한 드로잉 과정은 내게 극한의 몰입을 준다.
한강의 이 책은 내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글. 얇은 책이고 시와 일기가 대부분이라 빠르게 읽었다. 정원을 가꾸는 엄마가 생각났다. 작가가 소설을 집필할때는 소설과 시를 하루에 한권씩 읽었다는게 놀라웠다. 글과 친하기 때문에 더 빨리 읽는거겠지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