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앞에서 서성이며
2026-01-03 15:02:18
정음이가 악성뇌종양 진단 받기 전. 그러니까 한창 내가 자신의 욕심과 비대한 자아로 한껏 부풀어 있었을 당시.... 이 책을 완주해낸 적이 있었다...(물론 겨우, 대충 훑은 부끄러운 수준)
그리고...몇 년이 지난 현재.
나의 아들은 악성 뇌종양 수모세포종.... 뇌종양 소아암 환우가 되어 있다.
1년 반 이상 길고 지독한 화학요법 항암과 조혈모세포이식을 두 차례 받고...
지독하고 공포스러웠던 혈전 치료를 3달간 완주하고, 그것도 모자라...
연속 3회의 개두술을 다시 받아내야 했지..................... 정말 지옥같았다..작년은..
정음이는 생명 연장을 얻은 대신, 각종 후유증과 장기손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2025년을 마무리 짓고
2026년...난 다시 이 책을 읽을 '용기' 를 낸다..
엄두를 사실 내지 못했다.
소아암병동에서 1년반 이상 지내면서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목도했다... .매일밤 사무치게 울었다... 병동 내에서 CPR 신호가 울렸을 때 같이 기도했다.
그리고... 정음이도 PICU 에 가던 그 때........ 나는 참척되지 않길 바라고 바라며......................... 잠시 죽음의 그림자를 목격했다.....그건 진짜였다.........................................죽음은 가까이에서 불현듯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소름끼치게 자각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를 사실 바라지 않는다.
누구도...이해할 수 없단 걸 이미 알기에.... 이 피 끓는.... 애절한 어미의 심정에 대해서....
다만 나는 내 자신과 내 아들의 이 '현재' 를 올곧게...... 어떤 형태로 '죽음' 이라는 것에 다가가야 할 지.............그 고민을 한다......
그 고민의 실마리가 되어 줄 것 같은 몇 가지 죽음 관련 책을, 치료종결을 겨우 이수한 정음이를 두고서.....다시 책을...... 열기로 한다...
매일 죄스럽다...예전에 책을 지독하게 탐독하던 시절.
책 대신 널 더 돌봤다면 네 종양이 더 작았을 때 발견하고 치료를 빨리 하면...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까.................. 내가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우린 달라졌을까
그렇지만.... 그러한들... 시간이 돌려지지는 않는다.
지금 얄팍하게 기억나는 것 중 저자는 '영혼은 없다' 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인간을 어찌 정의내려야 한단 말이지?
육신과 영혼이 아닌, 육신과 의식?
의식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뇌' 의 매커니즘에 따라서 움직이는 '세포덩어리' 로 인간을 정의내려야 하나? 그렇다면 그 세포의 종말 - 뇌/심장의 기능 정지 혹은 뇌사상태- 만이 의학적으로 인간을 죽음으로 종결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아니 지금 여전히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 그저 나는....여전히 죽음 관련된 책을 잃어낼 '용기' 가 선뜻 나지 않게 되고 만다...
내일 당장 삼성서울 응급실에 가서 정음이의 이탈된 L튜브를 삽입하러 가야 하기에.
우리가 아직 이런 치료 여정을 지나가고 있어서.
현실과의 괴리가 여전히 느껴지는 이상적 독서행위가 내게 사치같기만 하지만..
이 마음이라도 괜찮다면...........
읽고 남기고 싶어지는, 2026년... 다시 시작하는 첫 독서.... 여정....
정음아... .엄마 소원은 '그것' 뿐이야
참척을 면하는 것. 널 오래 지키는 것.
생존율과 재발의 그늘에서도 꿋꿋하게 생명력을 지닐 아들을 지켜내는 것.
그것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이, 앞으로의 몇 권의 책들이
무너진 정신을 일으켜 세우고, 조금이라도... 널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용기' 가 되어 주기를.... 바라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