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02. 재활의 밤
2026-05-02 14:59:27
어떤 현상이나 이슈에 대한 글을, 꼭 그 당사자만이 써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당사자인 저자가 쓴 책들 중에는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그리고 깊이있게 진솔하게 쓸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열심히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연구할 수는 있지만 '경험'할 수는 없는 일도 있으므로)
이 책이 그러했다.
(1)
책 '만듦새' 가 탁월하다.
(표지에서... 면지 디자인.. 한눈에 들어오는 차례.. 그림/사진/표가 많은데도 산만하지 않은 본문 구성과 편집.. 그리고 독특한(흔히 접하지 못했던) 폰트까지)
- 선천적으로 뇌성마비를 갖고 살아가는 저자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 일을 하게 되는데..
(아주 짧게 한 줄로 요약한 이 말을 실현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성인기까지 겪은 온갖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
1장만 잘 넘기면 (잘 이해가 안 되거나 막막해도.. 일단 넘어가면 된다)
2장부터는 술술 잘 읽힌다. (잘 읽히는 경험과 먹먹해지는 마음이 같이 찾아온다)
'아.. 이런 생각까지 오롯이 책에 다 담아야(세상에 내보여야) 할까, 그래도 되나?' 하는 것까지도, 저자는 내보인다.
(개인적으로 에세이 책들을 읽을 때 내가 궁금해하던 지점이기도 하다, 본인의 수치스러운 생각이나 경험 혹은 부끄러운 말과 행동을 내보이는 용기 혹은 이유)
왜냐면, 그런 말과 생각들을 깊이 파고들고 파고들어야, 저자 스스로 본인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딱 맞는 예는 아니지만, '아, 너무 슬프다. 너무 힘들다' 가 아닌 '~~~ 해서 슬펐던 거구나' 하는 식으로)
- 아주 먼 과거의, 지금 돌아보면 야만적인, 사회 분위기 혹은 의료 시스템과.. (예: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처럼 조금이라도 닮아갈 수 있도록 강요했던 훈련과 재활 방식, 그 장애인에게 더 나은/맞는 방식이 아닌)
-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솔직히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는(하지만 인정하기 어려운, 내보이기 힘든) 편견과 고정관념..
이런 민감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등장한다.
불쾌할 수도, 힘 빠질 수도 있는 그런 일들에 대한 작가의 태도와 반응이 존경스럽다.
(3)
장애, 결핍, 상실, 고통... 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아쉬운 지점이 생긴다.
바로 이야기의 마무리 혹은 결론.
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까지 (6장) 탁월했다.
어떻게 이 책을 접했나.. 기록을 보니, 역시 트위터에서 소개받은 책이었다.
이래서 트위터를 끊을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