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책꽂이
누군가의 어떤 마음 살리기
2025-12-31 10:42:03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우울증 걸린 런던 정신과 의사의 마음 소생 일지

"부조리한 현실에서도 직업적 헌신을 잃지 않는 인간의 초상을 그려낸다."는 <타임스>의 추천사가 정확하다. 부조리에 부딪혀 깨어지는 것이 그 헌신을 놓지못한 인간의 마음일지라도... 깨어지고 주저앉은 그 사람을 다시 일으켜세운 것 또한 그 놓지 못한 헌신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원제인 "You don't have to be mad to work here."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함과 웃픈 심정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드러내는 것 같지만, 나는 한국판 번역본의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아마도 깊은 곳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이 있기에 이 제목에 끌렸던 것 같고,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고군분투했던 그리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환자들의 어떤 마음, 더 나아가 자신의 마음까지 분석하고 치료해내고 싶어했던, 그 과정 중에 수없이 좌절했던 작가의 마음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단 하나의 불가사리일지라도 살린 건 살린 거니까. 누군가에겐 겨우 하나지만, 당사자에겐 세상 전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