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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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1 21:09:20“어쩌면 유독 인간 바깥의 무언가에게 이끌리는 사람들이 SF의 세계에 푹 빠져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곰팡이가 미로를 피해 균사를 뻗치고 개미를 조종할 때, 꼭 거기서 어떤 인간적인 교훈을 추출해내지 않더라도, 그냥 곰팡이가 그런 존재라는 것이 재미있는 사람들. 때로는 우리가 개별적 개체에 갇혀 전체를 사유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곰팡이처럼 감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사람들. 그럼에도 우리가 상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 바깥에 무수히 많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가슴 벅차게 설레는 이들이라면.”
『책과 우연들』 p.27, 김초엽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