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
2026-07-07 21:23:51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가 죽음의 문턱 앞애 다다랐을 때 그가 한 생각들과 느낀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부분은, 죽음 앞에서 떨고 있는 이반 일리치의 모습이 아닌,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하여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자신이 올라서게 될 더 높은 지휘를 예감한 사람들. 소설 도입 부분 이후로 그리 부각되진 않는 생각들이지만 이젠 누군가의 불행이나 우울 등을 바라보게 될 때면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부터 떠오른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든, 나의 절친한 직장 동료이든 누군가의 부고 소식은 처음에는 암울하게만 들릴지라도 결론적으로 인간이 다다르는 생각은 '나는 죽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 그 사람이 죽었구나. 고통스러웠겠다. 휴, 나는 아니구나.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던 표트르 이바노비치와 다른 직장 동료들을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욕하고 있을 때, 나도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아파트에서 화재 소식이 들려왔을 때, 처음에는 내가 그 아파트 주민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떠올려 보면 분명 나도 어느 한 순간에는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과 같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의 위험에 대해 들으며 자신의 안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나는 어떠면 이 본능적인 이기적임도 하나의 본능적인 걱정의 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보다시피 안전한데, 너는 그렇지 못했구나. 나는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네가 그렇게 되어 버렸구나, 안쓰럽다.
어쩌면 이것은 굉장히 서툰 인간의 머리가 돌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봐, 너는 저렇지 않지? 네 평안에 감사하도록 해.’ 이기심에 눌려버린 걱정의 형태인 셈이다. 아니면 인간들이 마냥 이기적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자기방어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했던 나의 주장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이기심이란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감정 그 이전의 원초적인 무언가여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인간의 이타성은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하여도 이 생각이 절대 일차원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몇몇의 사람들과 견해를 공유한 끝에, 이 생각은 그저 삶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죽음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스스로가 살아 있음에 안도하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그저 기본적인 자기보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그 이후의 행동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내가 나의 의견에 대해 늘어놓은 주장들은 모두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모두가 이기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근본 없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난 뒤, 나는 포트르 이비노비치와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을 안일하게 평가한 점에 대하여 미안함을 느꼈다.
이반 일리치는 부유했으며 높은 지위에 올라 있었지만, 그의 삶이 결코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한 권의 책이 끝날 때까지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부정하며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져 간다.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하게 된 죽음은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절망의 길로 인도한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현실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