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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망한 사랑

by 북투펀치2026-02-24 06:46:44
조금 망한 사랑조금 망한 사랑

좁은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게 불편할 법도 한데 민재는 좋다고 했다. 왜 좋은지 그 이유도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나는 민재가 해주는 설명을 들으면서 왠지 말이 안 되는 이유들도 납득하게 되는 순간이 좋았다.


민재가 설명해준 이유는 이랬다. 민재는 혼자 잘 때면 자기도 모르게 이불을 뒤집는다고 했다. 분명 가지런히 덮었는데 아침에 깨서 보면 겉면을 덮고 있다든가 머리 쪽이 발 쪽으로 가 있다든가 한다는 . 별 일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짜증이 났다. 옷을 뒤집어 입은 것처럼 성가시고 신발의 좌우를 바꿔 신은 것처럼 밤새 불편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가짜 기억인지도 몰랐다. 잘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가 아침에 뒤집어진 이불을 확인한 다음에야 불편했다고 느끼는 것이었으니까. 민재는 둘이서 한 이불을 덮고 자면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을 내 덕에 처음으로 알았다고 했 다. 그게 좋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나는 이불 상태에 더 신경썼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이 바로 되어 있는지, 뒤집히지 않았는지, 프릴의 위치가 올바른지를 살펴보았다. 언제나 예외 없이 똑발랐지만 매번 확인하고 나서야 오늘도 민재는 내가 좋겠구나 싶어 안심이 됐다.

하지만 민재가 제외해버린 사소한 것들은 함께 사는 두 사람 사이에서는 도저히 뺄 수가 없는 것이어서 우리는 다투면서까지 서로를 고쳐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별것 아닌데도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는 잘 맞지 않았다. 우리가 계속 만났다면 결국 누군가는 체념해야 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내가 됐을 것이고 그 체념은 어디 안 가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이상한 일로 폭발했을 것이다. 민재는 왜 내가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건 애초에 체념한 내 잘못이다. 체념하는 대신 미워하면서 헤어졌어야 했는데. 하지만 나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고, 같이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어째서인지 이불이 뒤집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민재와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민재가 다 갚으면 어쩌지?" "뭘 어떡해. 고기 파티 하러 가자. 양꼬치 실컷 먹자." "그때는 민재가 잘 지내는지 어떻게 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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