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축하하고 있을까 - 이런결혼도(이다혜, 인디펍)
2026-05-23 16:29:37
결혼식은 축하가 기본값이다. 반면, 노웨딩의 기본값은 질타다. (120쪽, 축하받지 못할 용기)
우리는 결혼을 축하하고 있는 걸까, 결혼식을 축하하고 있는 걸까? (120쪽, 축하받지 못할 용기)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혼식의 규모와 결혼의 행복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140쪽, 마침 글)
'우리는 결혼을 축하하고 있는 걸까, 결혼식을 축하하고 있는 걸까?'라는 문장에 많이 공감이 됐다. 초보 하객 시절에는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마음을 양껏 전하려 했다. 하지만 하객 경력이 쌓이며 그런 하객은 불청객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제는 '하객 루틴'이 있는 프로 하객으로서 매끄러운 결혼식의 완벽한 톱니바퀴로 기능하는 법을 안다.
신부대기실을 찾아 1분 이내에 만남 인사, 촬영(신부 옆에 앉은 즉시 어떤 포즈를 총 몇 가지 할 것인지 촬영 기사님께 3초 안에 발표하는 것이 좋다), 헤어짐 인사의 풀코스를 마친다. 식장에 자리를 잡고 공통 친구들과 모여 앉는다. 식이 시작되면 열렬히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고, 때로는 환호성도 지른다. 몸을 살짝 비스듬히 하고 서서 과장된 미소로 볼이 얼얼할 때 즈음 단체 사진 촬영이 끝난다. 식권을 들고 피로연장으로 서둘러 향해, 밥을 먹고, 신랑신부가 나타나면, 이제 거의 다 끝났다. 신랑 신부와 새삼 인사를 하고 축하를 건네지만 모든 것이 30초를 넘겨선 안된다. 그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이런 테이블 수십개를 돌아야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마음의 농도가 옅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간혹 의문이 들 뿐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다양한 의미로,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들을 축하하고 있는 걸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하고 있다. 그들이 공들인 행사의 변수 없는 완수에 기여하는 것이 내 나름의 축하법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그것이 친구의 일부를 떠나보내기 때문인지, 개별 하객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랑 신부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 지난 주의 신랑 신부와 이번 주의 신랑 신부를 구별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 탓인지, 개인의 사정을 압도하는 거대한 형식의 고유한 성질인지,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