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메뉴

고래

by 하늘in미국2026-07-03 21:03:06
고래 - 천명관 장편소설고래 - 천명관 장편소설

나의 읽어왔던 독서목록을 훑어본다. 주로, 제목만큼은 익히 들었던, 그만큼 꽤 저명하다고 평가되어왔던, 그러나 실상 읽어보지는 않았던 그런 고전들의 목록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대략 3년전부터의 리스트가 정리되어 있는 걸 보니, 페이지를 넘기면서 약간의 대견함 내지 흐뭇함의 아지랭이가 주위에 피는 듯하다. 관성의 법칙인가! 해 오던 대로 나의 독서일기는 하나씩 채워지고 있다. 그렇게, 해가 바뀌면서 선택한 세번째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한국인 작가의 천명관 <고래>를 선택했다. 마침, 지역 독서모임 회원으로부터의 추천이 있기도 했고, '천명관'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게 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을 보며, 몇 개월전 읽었던 <모비 딕>의 여운이 스쳐 가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 Youtube에서 천명관 작가가 직접 <고래>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고, 기대감을 품는다. 게다가, 이 지역 도서관에도 버젓이 한국어 책으로 대여가 가능하니, 마치 물결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지고 책장을 넘긴다.

https://youtu.be/Rpf3BZDEPso?si=ngC2ivDxTWu9eLEN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읽는 독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530여페이지에 달하는 긴 이야기를 엮어놓은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논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럴만한 자격도 없는 나임을 먼저 밝혀둔다. 다만, 내가 읽은 독자의 것으로서의 작품 <고래>에 대한 감상을 독서일기라는 지면에 남겨볼까 한다. 왜 이렇게 서두에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냐고...? 눈치빠른 독자는 이미 알아챌 만하지 않을까? 그렇다. 대.실.망.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톨스토이의 <부활>을 이 앞전에 읽어서 그런가? 아니면, 이 책을 읽는 중에, <레미제라블>이라는 명작영화의 감흥에 심취해서 그런걸까? 2부의 후반부터는 자꾸만 언제쯤이나 이 책을 다 읽게 될까? 하면서 남은 페이지를 세어보기도 한 독서였다. 지역의 독서모임에서 이 책으로 다음 달에는 모임을 주최하게 될 텐데, 어떻게 진행할 지 대략 난감하기도 하다.



한국작품으로서의 잇점 중에 하나는 바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입에 찰싹 붙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읽는 동안에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하며, 다시 찾아볼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사용한 단어때문에 국어사전은 연신 찾아봐야 했다. 실생활에서는 전혀 듣도보도 못한 단어들을 왜 그렇게 자주 사용했던지... 의사전달의 목적보다는 국어 어휘력 테스트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소설 속 내용을 간략히 보자면, 엄마 '금복'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이어가고, 그에 이은 딸 춘희의 삶과 죽음까지를 담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과정 중에 얽히고 섥힌 인물들, 사건들, 그리고 만화나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또는 실제하고는 거리가 먼 지어냈음직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왜 그렇게 시도때도 없이 남녀간의 배를 맞추는 이야기를 삽입시켜 놓았는지... 마치, 액션영화 상영중에 질퍽한 sex scene을 굳이 끼워넣어 관객들의 집중을 놓치지 않으려는 인위적인 시도와 같이, 소설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남발한 느낌을 갖게 한다. Youtube에서 보았던, 한국 전쟁후, 급변하는 사회, 정치적인 변화를 운운했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차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한국판 <백년의 고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즉, '마꼰도'라는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는 콜롬비아 배경의 '부엔디아'가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과 같이, '천명관' <고래>에서는 우리나라 배경의 '금복'과 '춘희' 삶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자에서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경험한다고 흔히 학계에서 평가하듯이, 후자에서는 신화적 상상력을 경험한다고 소개하고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후에 '춘희'가 홀로 벽돌공장에서 기거하다 아기를 낳는 모습은 2023년 발간된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왔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우연을 보면, 아마도 다른 책에서 볼 수 있음직한 묘사이지는 않을까 하며 상상해 본다. 한 가지를 더 덧붙히자면, '점보'라는 코끼리와 벙어리인 '춘희'의 대화를 읽을 때는, '뭐야, 동화야?' 하는 불만이 뿜어 나오기도 했다.



주로, 책 속에서 작가의 철학적 사상이나, 인생에 관해 사색해 보기를 원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내게는 그닥 관심이나 애정을 갖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530여 페이지를 읽으면서도 하이라이트 해 놓은 문장들은 아래의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적었던 경우는 나도 처음이기에 약간 놀랍고 허무한 감정을 갖고 글을 마친다.


끝없이 달아나고자 했던 과거는 다시 고스란히 그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무질서와 부조리로 가득찬 낯선 세계였으며 끔찍한 증오와 광포함이 넘치는 야만의 세계였다.

혼자 벽돌을 굽는 동안 그녀는 점점 더 고독해졌으며 고독해질수록 벽돌은 더욱 훌륭해졌다.

그녀(춘희)는 우리와 달랐으며 다르다는 이유로 평생 고독속에서 살았다.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작성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알렙/전자책증정]《서울리뷰오브북스》 2026년 여름호 함께 읽기 모임!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 - 저자와의 대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웰다잉 오디세이로 계속 이어집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안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 책 리뷰 <지금, 그리고 그때>안노란책 리뷰 <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 책 리뷰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 앤 드 마르켄안노란 책 리뷰 <메데이아> 에우리페데스안노란 책 리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하임 마이어호프
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한 출판사에서 나온 이토록 다양한 책들의 향연, 오늘 당신이 고를 이야기는?
[김영사/책증정] 쓰는 사람들의 필독서!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함께 읽기[김영사 / 책 증정]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편집자 & 번역가와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무작정 퇴사하기 전에, <까다로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 함께 읽기[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김영사/책증정]수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세상은 아름다운 난제로 가득하다》함께 읽기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같이 연극 보실 분들, 구합니다.
[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그믐연뮤번개] 2. [독서x관극x번역가 토크]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지킬앤하이드』[그믐연뮤번개] 1. [책 읽고 연극 보실 분] 오래도록 기억될 삶의 궤적, 『뼈의 기록』
우리의 노동 일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5. <쇳돌>[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일을 즐기고 있나요?[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한국 희곡 낭독이 이렇게 재밌다니!
<플.플.땡> 4.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플.플.땡> 3 당신이 잃어버린 것 2부<플.플.땡> 2. 당신이 잃어버린 것플레이플레이땡땡땡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누아 아체베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8.신의 화살,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7.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6.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체베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