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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by 하늘in미국2026-07-03 21:09:56
죄와 벌 1죄와 벌 1

우리의 세상에 벌레 '이(蝨)'와 같은 존재들이 있다. 인간의 탈을 쓴 그런 인간이 있다. 도대체 어느것 하나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없는 인간이 있다. 자, 이를 A라 하자. 그와는 반대로, 세상에 유익을 안겨다 줄 존재가 있다. 도저히 자기의 힘으로는 헤쳐나올 수 없는 빈궁한 처지에서 발버둥치는 잠재적 유익한 인간이 있다. 이를 B라고 하자. B에게 궁핍의 구렁텅이에서 나오게만 해 줄 수 있다면, 세상에 유익할 것은 명백하다. 이런 A를 세상에서 안보이게 하고, 그간 착취해 왔던 금품으로 B를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방안으로서, A를 죽인다치더라도, 그것을 죄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논문을 썼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의 악덕 주인(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을 살해하면서 대장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살인을 범한 주인공, 그리고 그의 주위에 있는 모든 등장인물들을 마치 송곳으로 파고 든 듯한 각자의 생각이나 심리상태 등을 끄집어 낸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의 내면의 모습들을 보며 말이다.




살인을 범한 라스콜니코프는 결국엔 소냐가 말했던 대로 이 땅에 입을 맞춘다. 그러나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죄를 공표하지는 않는다. 결국, 경찰서에 자수를 하고, 재판을 받고, 형벌을 살면서도 그는 법률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법률 이외의 것으로서는 그것이 과연 죄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작품에서 이런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작가 자신도 러시아 정교회 신앙인이었다고 하는 바와 같이, 작품 곳곳에는 기독교적 메시지나 성경구절이 섞여 있기도 하다. 그의 다른 작품(예를 들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에서도 언급되던 바와 같이... 그러나, 그의 작품 속 메세지에서는 '믿어라! 이것 아니면 안된다!'가 아니기에 큰 거부감은 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제목이 <죄와 벌>이라서 그런건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숯한 살인을 범한 성경 속 인물 '다윗'이 생각났다. 자기 부하의 아내를 탐하기에, 그 심복을 죽음의 전장으로 보내고 결국엔 그 아내를 취했던 그 '다윗' 말이다. 그리고는, 신 앞에 무릎꿇고 죄를 고백하면 용서받고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을 어찌 봐야 할까? 또 한편으로는, Normal한 일상의 이란에 선전포고도 없이 포탄을 떨어뜨린 트럼프가 떠 올랐다. 거짓으로 온갖 자신의 명분을 포장하고, 자기 행위의 당위성을 치장하는 거들먹 거리는 모습과, 순진하고 아무 죄없는 170여명의 어린소녀들의 생명을 짓밟은 살인행위가 오버-랩되면서 말이다. 이런 자가 과연 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 아니,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한국에서는 어떤가? 지금 검찰조작수사로 목숨을 던져버리는 선택을 하게 한 그 살인행위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고자 했던 라스콜니코프의 살인은 이런 예는 아니었을 지라도, 라스콜니코프가 생각하듯, 트럼프던, 한국 못된 검찰이던, 자신들은 죄를 범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발뺌하고 있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다시 책의 얘기로 돌아와, 살인범 라스콜니코프, 매춘부로 나가야 했던 소냐와 곧 소냐와 비슷한 처지가 되기 직전의 두냐(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절망, 최악의 절망 속에서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차선 또는 두려움...? 그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작품 속에 나온 그 절망하는 인물들의 주변인들의 죽음을 떠 올려 보자. 먼저 소냐의 아버지는 매일 술에 쩔어 살다가 마차에 치여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런 남편을 잃고 이젠 먹고 살기에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소냐의 의붓엄마(카체리나 이바노브나, 귀족 출신이기도 했다)도 결국엔 미치고 죽음을 맞는다. 로쟈의 어머님은 어떤가? 로쟈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차다 열병으로 숨을 거둔다. 이는 결국, 가난에 허덕이다, 이도 저도 아닌, 가는 실과 같이 연명하던 삶이 초라하게 꺼져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에필로그를 통하여, 두 여인의 삶이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두냐는 라스콜니코프의 친구 로즈마힌과의 결혼을 통해서, 그리고 소냐는 라스콜니코프와의 '사랑'의 마음을 통해서 살아 갈 희망과 앞으로 펼쳐질 여운을 작가는 우리에게 결말을 열어 놓는다. 책에서는 라스콜니코프가 소냐에게 신약성경중, '라자로'의 부활부분을 읽어 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이미 죽어 있는 '라자로'가 '예수'의 기도로 무덤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 말이다. 살인범 로지온(라스콜니코프)과 매춘부 소냐가 가는 목적지는 같다고도 했다. 아마도 목적지는 자신의 삶을 끊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작가는 '로지온'과 '소냐'를 '라자로'에 비유하고 싶었을 것 같다. '예수'를 '사랑'으로 빗대었을 듯도 하다. 결국엔, '라자로'가 부활하듯이, 그 둘도 살아날 것임을 암시하지 않았는가를 되짚어 보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읽어가면서 highlight 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보는 시간이다. 아래 몇몇 문장들을 남기며 이번 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한다. <죄와 벌>! 읽은 듯 안 읽었던 작품, 이제라도 제대로 만나서 다행이다. 죽기전에는 만나 봤으니 말이다.

형씨, 극빈은 죄랍니다. 그냥 가난한 정도라면 아직은 타고난 감정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극빈한 상태라면 아무도 절대 그럴 수 없지요. 극빈하면 지팡이로 쫓아내는 것도 아니고 숫제 사람들 무리에서 빗자루로 싹 쓸어 내지요.

이 장사꾼아, 내가 네놈의 이 보드카 반병을 갖고 쾌락을 만끽했다고 생각하나? 비애, 비애야말로 내가 이 술병의 밑바닥에서 찾고 있던 것이며, 또 그 비애와 눈물을 여기서 맛보고 찾아냈단 말이다.

이상한 생각이 달걀 속의 병아리처럼 그의 머릿 속을 쪼아 대며 밖으로 나와 그를 온통, 온통 사로잡았다.

거짓말은 모든 유기체 앞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보유한 특권이거든요.

내가 아는 건 오직 우리의 길이 같다는 것 뿐이야, 이 점은 확실히 알고 있지, 그뿐이야. 목적지가 같다는 것!

상처받은 자존심이 시커먼 뱀처럼 밤새도록 그의 심장을 빨아 댔다.

그것에 따르면 사람은, 그러니까 재료와 특별한 사람들, 즉 자신들의 드높은 처지 덕분에 법률의 구애도 받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재료 혹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직접 법률을 만드는 부류의 사람들로 나누어진다는 겁니다.

대체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가?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그저 존재하기 위해서 산다?

-중략-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항상 부족했다. 그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자기 스스로 쟁취한 인류의 은인들(나폴레옹 등과 같은 위인들: 주인공은 모두가 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범이라고도 했다.) 대다수가 최초의 첫걸음을 내딪자마자 처형됐어야 마땅하리라. 하지만 그자들은 그 걸음을 견뎌 냈고 그랬기에 그들은 옳았던 반면 나는 견뎌 내지 못했고 그랬기에 나는 스스로에게 그 걸음을 허용할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이야기이자 점차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점차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 여태껏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새로운 얘기의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 우리의 지금 얘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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