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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by 하늘in미국2026-07-03 21:11:11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제목은 아닐까? 그런데 그 내용은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실제 '종'이라는 대상물이 내용에 포함되어 있을 줄 알았다. '전쟁'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은 얼핏 전해 들은 기억은 있었으니, '최근에 전쟁을 일으킨 미국, 특히 대통령이라는 자의 거만함, 위선 등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나름 상상하며 책장을 넘긴다. 그리곤 이제 책을 덮은 후, 나는 비로소 John Donne의 "For Whom the Bell Tolls"라는 시(詩)를 검색해 본다.



시(詩)의 의미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작가 헤밍웨이가 이 제목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흘 간의 전장에서 만난 주인공 로버트와 마리아, 그리고 로버트와 게릴라전을 펼치는 스페인 빨치산 간의 연결됨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 시(詩)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작품 속 이야기에 스며들어 결국엔 로버트와 연결된 마리아 그리고 그와 빨치산 무리까지 연결되어 하나가 됨을 각인시킨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카메라 앞에 서서 전쟁을 부추기는 뉴스를 대한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도 자신의 선거 전 메세지를 180도 바꾼 전쟁을 일으킨 당위성에 대해 침을 튀며 짓고 있다. 이란의 여자 초등학교에 폭탄을 떨어뜨려 최소 175명의 어린 생명을 짓밟아버린 전쟁, 4월 기준으로는 이란에서 최소 3,37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하는 전쟁이다. 살인 아니 대량학살과 다름없는 전쟁을 TV 카메라 앞에서 게임이나 힘싸움으로 치부하는 그들만의 전쟁이 어찌 목숨을 건 현장에서 치루는 전쟁과 같을 수가 있는가?


"그들은 종이 위에서 우리한테 임무를 주지."
"우리가 종이 위에서만 일을 계획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면 뭐가 대수겠나."
"종이에서는 피가 안 나지요."


문득,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얘기했듯이, 전쟁에서 죽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했던, 실제로 우리는 극히 무거운 신념 내지 각오로 전쟁에 참여하지만, 죽고난 후에는 마치 떠다니는 먼지와 같이 얼마나 가볍게 치부되는 지를 얘기했던 문구가 스쳐간다.




그래, 지금의 전쟁얘기를 할라지면 자꾸 작품 밖의 얘기가 될 것 같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자. 이미 윗 선에서는 기습작전이 수립되었고, 실제 '다리 폭파' 계획의 실행자들은 죽음을 마주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이미 수많은 게릴라전을 겪어왔던 파블로나 소르도 영감도 계획을 듣자마자 실패할 것을 가늠한다. 로버트 조차도 아무리 곱씹어봐도 '다리 폭파'후에 벌어질 일이 어떨지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은 명령은 그대로 명령대로 임한다. 로버트는 자신이 여기 온 시간을 돌아보며 말한다.

아마도 나는 지난 사흘동안 내 평생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즉, 죽음을 앞 둔 자신의 응축된 시간이었고, 절박했던 시간이었고,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사랑을 얻고, 고백하고, 그것 때문에 살고자 하는 욕구를 절감한 시간이었기도 하다. 그 시간동안, 나의 시선은 또한 로버트와 주위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살피게 된다. 로버트가 생면부지인 스페인 빨치산과의 '다리폭파'라는 작전계획으로 하나된 각 등장인물과의 연결을 본다. 결국엔 죽음을 맞은 신뢰할 수 있던 안셀모 영감, 파블로의 아내 필라르, 엘 소르도 영감, 안드레스, 그리고 집시 라파엘까지도, 아니 미움에서 신뢰의 관계가 되었던 파블로까지도 말이다. 자신의 죽음을 뒤로 하고, 마리아에게 떠나라며 로버트는 말한다.

"당신은 이제 떠날 거야, 토끼 아가씨. 하지만 나도 당신과 함께 가. 우리 중 한 명이 있는 한, 우리는 둘 다 있는 거야. 이해하겠어?"
"하지만 이제 난 당신이기도 해."

마침내 작가가 남기고자 하는 메세지가 휘몰아 친다. 위에서 언급한 John Donne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내가 대륙의 일부이고, 내가 인류 전체속에 포함된, 소위 연결된 하나나 다름없음을 말한다. 이런 메세지를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불교에서의 '인연'이 떠오른다. 곧, 너와 내가 하나라는 메세지가 기억난다.



작품 속에서는 현재,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장들을 접한다. 물론, 이는 마리아와의 사랑의 순간, 그 현재, 그 시점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어찌 사랑의 순간만을 대변할 수 있겠는가. 이 현재를 강조하며 살았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어느날 Youtube에서 즐겨 들었던 스님들의 법문이 스쳐 가기도 한다. '현재', '지금 이순간'만이 우리가 쥘 수 있는 것임을 상기하게 된다.

너의 현재 외에는 다른 현재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가 바로 너의 예언자다.
현재여, 지금 외에 현재란 없다.
현재만 존재하며, 현재가 이틀뿐이라면 이틀이 네 평생이고, 똑같은 비율로 그 이틀 안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네가 이틀 안에 일생을 살아내는 방법이야.




1000여 페이지가 넘은 분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길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 부담감없이 다가와서 그랬으리라. 어떤 경우는 마치 영화의 장면을 보고 있듯이, 머릿 속에서 그려지며 지나가기도 했다. 1943년에 발표된 고전영화로도 꽤 유명한 작품이다. 글을 마치고 주말에는 여유롭게 그 당시의 고전영화를 즐겨보는 것도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의미있던 문장들을 남기며, 이번 독서일기를 마치기로 한다.

"놈들을 멸종시킬 수는 없어. 놈들의 씨에서 더 큰 증오를 품은 놈들이 나올테니. 감옥은 아무 소용이 없어. 감옥은 증오만 낳을 뿐이야."

"이놈의 전쟁에선 바보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아구스틴이 말했다. "이 전쟁에선 바보짓이 끝이 없어."

전쟁을 하려면 지략만 있으면 돼. 하지만 이기려면 재능과 물자가 필요해.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그 첫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었지. 내 옆에 있던 농부는 막사 벽과 거기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다가, 그다음 우리를 보고, 그다음 해를 보더니 말했어. '바야, 새날이 시작됐네."

"눈이란 건 무진장 더러운 물건인데 보기엔 또 엄청 아름답단 말이야." 필라르가 말했다. "눈이란 참 허깨비 같은 거야."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가능성 없는 명령을 수행해야 할까? 아무리 당이자 군대인 골스가 내린 명령이라 해도? 그렇다.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성 없는 명령이라는 것을 증명할 길은 오직 실제로 수행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 국민들처럼 지도자가 실제로는 그들의 적인 그런 국민이 또 있었을까?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뿐이야.

저들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그 명령뿐이야. 저자들은 파시스트가 아니야. 나는 그들을 파시스트라고 부르지만, 저들은 파시스트가 아니야. 우리와 똑같은 가난한 사람들이지.

기도를 하고 싶었지만, 기도 구절을 말하는 것이 불공정하고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에게 부탁을 하거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받을 처우와 다른 처우를 해달라고 빌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이 총에 맞아 길가에 버려진 채 썩어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 시체에서 탄창이나 귀중품을 꺼내 가는 것 말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을 그는 보았다.

자원입대한 군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자든 그렇지 않은 자든 언젠가는 모두 즐기게 되듯이, 너 역시도 살생을 즐겨왔다는 것을 인정하자.

혁명을 뭔가 중요한 의미로 만들려고 애썼지만 한 번도 대단한 적은 없었다.

나는 민중을 믿고, 민중이 원하는 대로 스스로 다스릴 권리를 믿는다. 그러나 넌 죽이는 일의 정당성은 믿어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필요한 일이라면 죽여야 하지만, 그 정당성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믿어버리면 모든 것이 잘못되고 만다.

오늘의 패배를 논하지 말고, 내일 해야 할 일은 그냥 내일 하면 되는거지.

권력 밑에서 살아가는 게 그 권력과 싸우는 것보다 훨씬 쉬운 법이니까.

일단 네 자아를 잊어버려라. 전쟁에서는 언제나 자아를 잊어야 하니까. 전쟁에선 자아가 있을 수 없지. 자아는 잊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당신이 가면, 나도 당신과 함께 가. 그런 식으로 나도 가는 거야. 당신은 이제 갈 거야, 난 알아. 당신은 착하고 다정하니까. 당신은 우리 둘을 위해 지금 떠날 거야.

떠나기 싫구나. 그뿐이다. 정말 떠나기 싫다. 이 세상에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했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가졌던 얼마 안 되는 능력을 가지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왔다. '가졌던'이 아니라 '가진'이란 뜻이겠지. 그래,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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