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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by 하늘in미국2026-07-03 21:12:59
노인과 바다노인과 바다

지난 번 읽었던 나의 독서일기를 펼쳐보니, 2024년 9월!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매번이 다른 느낌이듯이, 같은 책을 읽더라도 매번 다른 여운을 받는다. 때론 의도치 않았던 작가의 습관이나 관심도 발견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내 안에 있던 세상보는 시각이 그/그녀의 글로 대변되어 내게 다시 읽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바로 독자의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찌보면, 이미 세대를 거쳐온 수 많은 작가들의 손 끝으로부터 옮겨진 삶의 얘기를 읽을 때를 보면, 때론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도, 또는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는 아닐까? 그들 또한 우리가 걸어왔던, 그리고 앞으로 걸어 갈 바다를 마찬가지로 노를 저어 갔으니...

I am sailing, I am sailing, Home again, Cross the sea~~
I am sailing, Stomy waters, To be near you, To be free~~




마침, 이번 5월의 독서모임에서 다룰 다른 작품이 <고도를 기다리며>가 되었던 것은 우연같지만, 뭔가 인연이었지는 않았을까? 아니, <일리아스>를 읽고 있으니, 그 식대로라면 신(神)이 예비해 놓은 작품을 같이 경험한 듯 하다. <노인과 바다>를 1부로 두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2부로 하는 한 편의 인생영화라고 하면 어떨까? 각각 다른 나라의 작가가 다른 배경의 다른 인물로 다른 사건을 배경으로 썼지만, 같은 해에 출간되고 같은 인생길의 관점을 책에서 경험한 듯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마치 두 개가 모두 나의 작품인 것 처럼...




마음만 먹으면 커피 숍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줄곧 페이지를 넘겨보면 어느새 작품을 완독할 수 있을 만한 길지 않은 분량이다. 그리고 우리도 중고등학교 시절, 익히 들어 이미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내용은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책의 뒷부분에는 번역자의 자세한 작품해설을 두어, 책의 두께를 맞춘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설부분까지 정독하며 그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겠다는 당부는 남겨두기로 한다.




제목 <노인과 바다>에서와 같이, '노인'은 그렇다치고, '바다'를 제목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팝송가사의 Sailing을 보면,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왜 '바다'였는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자신의 은퇴생활을 보내던 쿠바에서 바다낚시를 즐겼던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61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 그가 이 작품을 출간할 당시 53세, 사회로부터의 유명세가 시들어 망각의 저편으로 저물어 갈 즈음을 고려해 본다면, '노인' 속의 작가 헤밍웨이는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3일 동안의 씨름을 벌였던 '청새치'로는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가 다가온 느낌은 들지 않는가? 잡은 '청새치'를 매달고, 뿌듯함과 만족을 가졌을 노인의 배로 돌아가는 길에 '상어'의 습격은 왠 말인가? 그럴 때마다 '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청새치'를 조금이나마 지켜보려 한다. 무엇이 보이는가? 잘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의 문장은 어떤가?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한 가지를 더 추가해서 생각해 보자면, 이 작품에서 노인은 비로소 자신이 혼자 있을 때, 그가 그토록 찾아왔던 '청새치'를 만나고, 그것을 잡는다. 그리고 홀로 상어의 습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 굳이 왜 노인 혼자였을 때로 설정했을까? 결국, 온전하게 '자신'만이 '자신'이 탄 배에 '자신'의 항로로 가고 있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닥칠 그 어떤 것도 헤쳐가는 그 주체는 우리 자신일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었을까? 마지막으로 나는 소년 마놀린과 노인 산티아고와의 관계를 곱씹어 본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난 '신념(Faith)'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를 본다. 자신을 고기를 잘 잡는 다른 배에 타도록 한 아버지를 두고 소년은 말한다.

그런데 아버지한테는 그다지 신념이라는 게 없어요.

나는 또한 배에서 혼자서 읇조리고 있는 노인을 그려본다. 혼자서 청새치와 상어들을 상대하던 노인은 말버릇처럼 말한다. 그리울 때도, 싸우고 있을 때도, 상념에 빠져 있었을 때도...

만약 그 애가 옆에 있었더라면...




이번에 다시 읽었던 <노인과 바다>에서는 어떤 문장들에 하이라이트가 되어 있었을까? 몇 개의 문장들을 남기며 나의 독서일기를 마치도록 한다. 다음 달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노인의 꿈에는 이제 폭풍우도, 여자도, 큰 사건도, 큰 고기도, 싸움도, 힘겨루기도, 그리고 죽은 아내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 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들 꿈만 꿀 뿐이었다. 사자들은 황혼 속에서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뛰어놀았고, 그는 소년을 사랑하듯 이 사자들을 사랑했다.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 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물론 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나로서는 그보다는 오히려 빈틈없이 해내고 싶어. 그래야 운이 찾아올 때 그걸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게 되거든.

지금은 한 가지 일만 생각할 때야. 그 일을 위해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가.

나는 지금 고기한테 끌려가고 있고, 내 몸은 밧줄 걸이가 된 셈이야. 이 줄을 어딘가에 단단히 잡아맬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고기 놈이 줄을 끊어 버릴지도 몰라.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고 있다가 고기가 끌고 갈 때에는 줄을 더 풀어 줘야 해.

그런데 저놈은 언제까지나 계속 물속에서 버텨 대고 있군. 그렇다면 나도 이대로 언제까지나 저놈과 함께 버틸 수밖에 없지.

노인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홀로 고독하게 있는지 새삼스럼게 깨달았다. -(중략)-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그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인은 모든 것을 초월한 채 가능한 한 배를 요령있게 다루어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몰았다.

그는 자기 자신과 바다가 아닌, 이렇게 말 상대가 될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반가운지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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