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은 흐른다] 2일차
2026-07-14 12:50:10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타인을 판단하고 바라보기에 우선하여 자신을 끊임없이 톺아보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를 함부로 규정하지 않은 채 그 알아가는 시간들을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는 것, 그 여유와 너른 시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 이후의 챕터 3개는 상당히 공감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세상과 자신을 늘 새로 알아가는 태도로 볼 것. 사과하는 데 망설이지 말고 진심을 다할 것. 자신을 지키는 '벽'을 세울 것. 위의 문구는 특별히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서 따로 발췌했다.
알아가려는 태도는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된다. 굳이 남을 실제로 더 잘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호기심 어린 시선이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색채가 한겹 더해지고,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 무심히 지나쳐 온 사람들에게 인사 한 마디라도 더 건네게 된다. 그게 세상을 더 낫게 만들어 주냐면, 글쎄. 하지만 내 기분은 한결 나아진다.
사과에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 자체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내 경우 평판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은 사과할 동기가 되어주지 못했다. 미움과 자존심은 자주 이기를 압도한다. 어쩌면 항상 이겨먹을지도 모른다. 나만 그런가? 불리해질 걸 알면서도 결국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뛰어들고 마는 것이. 이런 나를 억누르고 사과를 한다 한들, 마음에도 없는 4과문이 튀어나올 확률이 높다.
진정한 사과는 결국 애정에서 나온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 이 사람과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싶은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다치길 바라는 감정이 더 클 때, 사과는 자연스럽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띤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사과를 잘 하기 위해선 사랑의 범위를 늘려나가는 연습부터 해야 할 성싶다.
자신과 세상을 구분짓는 '벽'을 세운다는 말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세상으로부터(그리고 세상이 투영된 나 자신의 목소리로부터) 보호막을 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혹은 필터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세상의 목소리를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걸러 듣는 필터. '선'과 '벽'의 차이가 좀 모호했다. 선이란 것이 '세상으로부터 어떤 자극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벽은 '세상에 나를 완전히 드러내놓지 않는 것' 으로 이해하면 적절하려나. 상대방이 나를 탐색할 여지가 생기도록, 적정선에서 정보를 차단하는 삶의 방식 말이다. ......책을 좀더 읽다 보면 분명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