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차도하 시집 『미래의 손』(봄날의책)

by 꿀돼지2024-06-12 21:58:49
미래의 손미래의 손

미리 밝히는데, 이 글은 시집 바깥 이야기가 더 많은 잡설이다.

그리고 나는 시를 잘 모르니 너무 진지하게 읽진 마시라.


시간은 202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문학 담당 기자로 신춘문예와 관련한 크고 작은 업무를 맡고 있었다.

다른 신문사의 새해 첫 지면에 실린 당선작을 살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중 한국일보 지면에서 시인의 이름을 처음 봤다.


그땐 그냥 지나쳤던 이름인데, 얼마 후 그 이름이 여러 뉴스에 실려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인은 매년 신춘문예 당선작을 모아 펴내는 『신춘문예 당선시집』에 작품 싣기를 거부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테다

당선작을 모아 내는 출판사 측 인사가 미투와 엮여있든 말든 일단 지면에 당선작을 실어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나중에 시인은 원고료를 밝히지 않은 원고 청탁도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자칫하면 까다로운 신인으로 찍혀서 청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유명 문학 출판사에서 시집을 출간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던 걸까.

닳고 닳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용기다.


그 이후엔 내 코가 석자여서 시인의 이름을 잊고 살았다.

솔직히 시에는 별 관심이 없기도 했고.

그러다가 지난해 느닷없는 부고로 그 이름을 다시 들었다.

부고라니...

고작 20대 중반인데 세상을 떠나다니.

재능있는 청년이 꽃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때뿐이었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무슨.

 

그러다가 또 느닷없이 시인의 이름을 다시 접했다.

시인의 첫 시집이자 유작이 나온다는 소식으로.

그 소식을 듣고 떠올린 건 뜬금없지만 싱어송라이터 유재하의 첫 앨범이자 유작인 <사랑하기 때문에>였다.

시인의 첫 시집도 유재하의 첫 앨범처럼 대단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며 바로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시집을 넣었다.


이 시집에 관해 평가할 말은 별로 없다.

시도 모르는 놈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다만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독서유예), "지옥에는 풀이 없다던데/지옥에는 햇빛이 없으니까/지옥에는 초록이 없으니까/그렇다면 내 방은 이미 지옥이구나"(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 같은 문장을 읽었을 때 눈물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바깥으로 흘러나왔다는 감상 정도는 남기고 싶다.

김기태 작가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과 더불어 올해 계속 여러 독자의 입에 오르내릴 책이 되지 않을까 예언한다.

차도하 작가님의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 부고를 들었던 거 같은데 잊고 살다가 이 글 덕에 다시 알게 됐네요. 2020년 초에 작가님은 기자셨고 차도하 작가님은 등단을 하셨군요. 년도를 숫자로 보면 얼마 전 일 같은데, 지금의 풍경은 다들 많이 달라진 거 같아 마음이 이상하고요.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이 문장이 저도 마음에 남아요.
불과 4년이 흘렀는데 제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시집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읽는 내내 아픈 시집이었습니다.
작성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도서 증정] 1,096쪽 『비잔티움 문명』 편집자와 함께 완독해요[📚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그 남자는 책을 읽었다> 편집자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작별하지 않는다도시의 마음불안세대
반가운 모임지기들, 라아비현과 꼬리별
[라비북클럽] 불편한 편의점 북투어 같이 한번 읽어봐요 우리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책읽기[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