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김준녕 장편소설 『붐뱁, 잉글리시, 트랩』(네오픽션)
2024-06-16 01:05:03붐뱁, 잉글리시, 트랩

책을 열 때부터 덮을 때까지 폭주기관차에 탑승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영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있는 영어마을로 유학을 온 청년들이 등장인물이라는 설정부터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고, 반항하면 선생 이 단소로 공격하는 모습쯤은 뒤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난데없이 스파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해결해야 하고, 카지노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북한에 불시착해 '미제 앞잡이'라는 욕을 듣는 등 시종일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활극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고, 온갖 드립이 난무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무슨 의미를 찾겠다고 진지하게 페이지를 넘기면 함정에 빠지기 딱 좋은 소설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대한민국의 영어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소설일 테고, 더 넓게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 권력화된 모든 것에 태클을 거는 소설일 테다.
어떻게 읽든 자유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청순한 뇌를 유지한 채 다가오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게 편하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한 장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