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2025-07-28 01:21:06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과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다.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아몬드』보다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훌륭한 청소년 문학은 성인 독자에게도 소구력이 있음을 『아몬드』가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 작품은 청소년보다 성인 독자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어 오해를 쌓는데, 사실 청소년보다는 성인이 감정 표현에 더 어려움을 느끼지 않던가?
청소년 시절의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반면, 성인인 나는 감정 표현 자체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걸 안 지 오래됐으니까.
그렇다고 표현하지 않은 감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뒤틀리고 못생겨진다.
술 한 잔이 들어가면 억눌려 있던 여러 감정이 섞인 말이 필터 없이 쏟아져 나오고, 다음 날에는 그 말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그런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사람과 만나기를 피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뻔하다면 뻔하다.
눈물은 약점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용기의 증거이며, 진심은 통한다.
이 뻔한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내미는 무기는 '친절'과 '배려'다.
언젠가 온라인상에서 봤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한 취객이 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반말로 소리치며 시비를 걸더란다.
그러자 기사는 따뜻한 목소리로 취객에게 "오늘 많이 힘드셨습니까?"로 물었단다.
결과는? 당황한 취객의 말투가 존댓말로 바뀌고 진상짓을 멈추더란다.
'친절'과 '배려'... 뻔한 무기인데 꽤 효과적으로 통한다.
이 작품을 읽었다고 내가 딱히 달라지진 않았을 테다.
그래도 지금 내 주변 상황을 잠시나마 돌아볼 계기는 됐다.
읽고 나면 마음이 착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