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별 장편소설 『시한부』(바른북스)
2025-08-23 01:29:55
중학생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을 잊은 채 읽으려고 노력했다.
오래전에 귀여니의 소설 몇 편을 읽고 강력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일이 있어서, 10대 작가를 향한 선입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여니의 소설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청소년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놀랐다.
절망과 맞닥뜨리면 다양한 선택지를 따져보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조용한 절규에 가슴이 먹먹했다.
나 역시 가족을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다 보니,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따라가면서 어느새 내 이야기처럼 소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매년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대(10~19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9명이다.
참고로 2015년에는 10만 명당 4.2명이었다.
불과 1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출산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10대는 계속 죽어 나가고 있다.
이거 정말 미친 세상 아닌가.
통계로 드러나는 숫자로는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배경 설명까지 해주진 않으니 말이다.
나는 정부가 청소년 자살 예방 정책을 마련하기 전에 이 작품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이 작품은 10대 청소년의 시선으로 또래의 자살 원인과 그 심각성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보고서나 통계보다도 생생하다.
소설은 사실이 아니어도 진실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