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복거일 장편소설 『미추홀, 제물포, 인천』(무블)

by 꿀돼지2025-08-30 20:39:20
[세트] 미추홀, 제물포, 인천 1~2 세트- 전2권[세트] 미추홀, 제물포, 인천 1~2 세트- 전2권

작품을 펼쳐 초반부를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차라리 대중교양서라고 부르는 게 옳지 않을까 싶었다.

더불어 "이걸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따라왔다.

기시감이 들어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문득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이 작품과 내용과 결이 다른 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며칠에 걸쳐 모두 읽은 뒤 내린 결론은 "그래, 이것 역시 소설이다"였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전히 소설인지 의문이지만, 이 작품의 2권은 부정할 수 없는(심지어 가슴 먹먹해지는) 소설이기에 소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수천만 년 전 황해의 탄생을 시작으로 2014년 아시안 게임까지 인천 지역에서 벌어졌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펼쳐내며 그 안에 살았던 여러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

요즘에는 보기 드문 분량의 장~~~편이지만, 내용만 보면 대하소설로 다뤄야 할 정도로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오히려 원고량을 줄이려고 많은 부분을 요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뼈대는 변방의식이다.

작가는 이른바 4대 문명 중에서 시작이 가장 늦었던 중국은 변방이었고 그 변방에 한반도가 있음을 강조한다.

'국뽕'이 강한 독자에겐 반발심이 들 내용이 곳곳에 넘쳐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변방의식이 열등감의 표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사고하는 메타인지에 가깝다.

나는 이 작품이 강조하는 변방 의식이 메타인지를 통한 냉정한 현실 인식의 다른 표현이라고 받아들였다.

특히 낙랑이 우리 고대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서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를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해 해석하는 건 비약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 밖에도 꽤 논쟁적인 내용이 많다(특히 이승만 관련).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나 역시 작가의 조지프 매카시에 관한 인식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으니까.


내 욕심인데, 5대에 걸쳐 떡장사를 하는 가족의 장대한 서사를 담은 2권만을 따로 떼어내 단행본으로 엮었다면 접근성이 훨씬 쉬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변방 of 변방의 인물들이 제물포항 개항부터 러일전쟁, 3.1운동,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6.25, 경인고속도로 건설, 인천아시안게임 등 여러 역사 현장에서 겪는 온갖 고초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영화 '국제시장'을 보는 듯해 울컥했다.

물론 작가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을 테지만.


형식과 내용에 관한 호불호가 갈릴지는 몰라도, 작가가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작품을 썼는지는 일독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작품 요즘에 찾기 쉽지 않다.

대형 작가가 각 잡고 제대로 쓴 대형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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