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열림원)
2025-10-30 18:58:41
나는 2017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정부세종청사에 드나들며 고용노동부, 환경부 출입 기자로 일했다.
2년 동안 세종에서 거주했는데,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풍경은 어딜 가든 많이 눈에 띄는 아이들이었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지역이다.
내가 보기에 높은 출산율의 이유는 간단했다.
세종은 공무원이 굉장히 많이 사는 도시다.
많은 공무원이 특별분양공급으로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았다.
어린이집도 정말 잘 돼 있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해로운 환경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어차피 서울로 올라가지 못하는 현실,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세종시로 파견될 때 격렬하게 저항했던 선배 기자들 상당수도 세종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세종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먹고살 만한 환경이 주어지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게 사람의 본성이라는 걸 그곳에서 목도했다.
나는 출산율 하락의 부작용을 다루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런저런 의심이 든다.
정부는 진심으로 국민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국가를 원하는 걸까?
출산 장려 정책이 사실은 국가 유지를 위한 인력 확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건 아닐까?
정부는 그저 아이를 통계로 적히는 숫자로만 바라보는 게 아닐까?
그런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아이들 아닐까?
이 작품을 읽은 뒤 그런 의심이 더 강해졌다.
서사가 굉장히 산만한 작품이어서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담긴 메시지는 강렬했다.
그렇지...
사람을 죽이는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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