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서수진 장편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문학동네)
2025-11-16 15:10:55엄마가 아니어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출산 시대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그런 나라에서 누군가는 절실하게 아이를 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김의경 작가의 장편소설 『헬로 베이비』의 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여기에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사태까지 더해지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혔다.
누가 누구를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이야기는 아닌데도, 그 어떤 범죄물이나 스릴러보다 아찔해서 숨고 싶었다.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얻고 싶은 간절한 모성이 윤리와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돌을 던질 수가 없다.
아... 이를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실감 나는 묘사가 일품이다.
태국과 인도의 대리모 산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어 충격을 받았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접고 끈적한 공기가 느껴지고 속도감과 흡인력이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많이 취재하고 고민했는지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는데, 반전에 반전이 뒤통수를 때린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소설 제목이 얼마나 탁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참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제목이었구나...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결말이어서 마지막엔 안심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올해 읽은 모든 장편소설을 통틀어 손꼽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