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은 추모소설집 『엔딩은 있는가요』(마름모)
2025-12-14 06:13:36
책을 덮은 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후회였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소심하다.
아무리 친하고 잘 아는 사람이어도 먼저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거나 만나자고 연락하는 일이 드물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로 연락을 오래 나누지 않았지만 매일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같이 사는 가족도 내 이런 성격을 한참 후에야 알아챘다.
누가 먼저 부르면 거절 없이 잘 나가서 만나고 잘 어울리는 편이니까.
잘 사회화된 극단적인 내향인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나는 정아은 작가님의 부고를 들었을 때 망설이다가 빈소를 찾지 않고 부조금만 보냈다.
작가님의 작품 몇 개를 읽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인연의 끈이 없는 내가 빈소에 들르면 "이 사람은 누군데 여길 찾아왔지?"라고 생각할까 봐 괜히 신경 쓰였다.
살면서 별 친분도 없는데 일과 엮인 사이라는 이유로 잘 모르는 고인의 빈소를 찾은 적도 많은데(당장 올해도 몇 번 그런 자리가 있었다), 그때 왜 망설였을까.
차무진 작가님의 「그 봄의 조문」을 읽으며 후회했다.
책날개에 적힌 정아은 작가님의 작품 목록을 보니 나도 읽은 작품이 꽤 있었다.
작가님과 생전에 딱히 친분은 없었지만, 소심하게 북펀딩에만 이름을 올리지 말고 추모에 참여해도 되지 않았을까.
최유안 작가님의 「모두의 진심」을 읽으며 후회했다.
몇 편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새벽이 왔다.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어봐야 했다며 후회했다.
책 뒤표지에 상단에 적힌 문장에 오랫동안 눈이 갔다.
”고립된 애도가 공유된 애도로 건너서는 순간, 사람은 서로를 지탱한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많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