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다즐링)
2026-01-06 02:35:52
작가의 전작인 『튜브』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터라, 이 작품을 사다 놓은 지 꽤 됐는데도 펼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새해 첫날에 사다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 작품을 펼쳤다.
첫 목차가 1월, 마지막 목차가 12월이란 점이 눈에 띄었다.
1월 1일부터 일기장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의 형식이 흥미로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됐다.
무섭고 잔인한 장면은 하나도 없는데 섬뜩했다.
고령화와 저출생 때문에 활력을 잃은 대한민국 사회의 풍경, 급격한 기술의 진보에 따른 AI의 일상화, 노인을 향한 극단적인 혐오, 다문화 가정을 향한 차별, 존엄사 등 현재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온갖 사회 문제의 종합 선물 세트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이 가장 아프게 파고드는 문제는 '선택사'로 불리는 존엄사 혹은 안락사 문제가.
이 작품은 '선택사'가 자의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타의에 따른 의무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주시한다.
이 고요한 살풍경을 주인공인 29세 여성이 써 내려간 일기를 통해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은 고통스럽고 생생했다.
지금 사는 동네에 몇 년 전 문을 닫은 어린이집이 있다.
그 건물 앞을 지날 때 무심코 "여기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오는 거 아냐?"라고 혼잣말을 했다.
아파트 단지에 노인이 많이 눈에 띄어서 그런 혼잣말을 했나 보다.
그런데 얼마 후 폐원한 어린이집이 노인요양시설로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해 흠칫했다.
노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청년이 소수가 되는 세상은 곧 다가올 현실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중위연령은 46.7세다.
2031년에는 50세(50.3세), 2056년에는 환갑을 넘긴다(60.2세)다.
막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만 짐작했는데, 통계를 보고 식겁했다.
불과 한 세대 전인 2000년에 불과 31.8세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고령화였다.
통계만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면 이 작품을 읽어보자.
마치 예언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 테니 말이다.
앞으로 손원평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