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소설집 『치즈 이야기』(문학동네)
2026-01-19 11:10:53
20년 전쯤의 일이다.
대형마트에서 호기심에 이끌려 고르곤졸라 치즈를 샀다.
『맛의 달인』 『아빠는 요리사』 등 음식 만화에 빠져 있던 시절이어서, 돈은 없어도 낯선 식재료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시절이었다.
고시원에서 처음 맛본 고르곤졸라의 맛은... 썼다.
다른 치즈보다 꽤 비싼 편이어서 기대했는데 크게 실망했다.
고르곤졸라 피자가 맛있다는 소문은 헛소문이었다는 말인가...
비싼 물건이어서 차마 버리진 못하고 냉장고에 방치했다.
출출했던 어느 날, 문득 남은 고르곤졸라로 야마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슈퍼에서 만두피를 사 온 뒤 그 위에 고르곤졸라를 조금 올리고 전자레인지로 데워봤다.
고시원 주방에 고릿고릿한 냄새가 퍼졌다.
조리를 마친 야매 고르곤졸라 피자의 맛은?
쿰쿰하면서도 짭짤한 맛, 꽤 훌륭했다.
조리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나는 남은 고르곤졸라를 그날 모두 맛있게 먹어 치웠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들었던 기분이 딱 오래전에 먹었던 고르곤졸라 같았다.
몇 년 전에 작가의 출세작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었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이제 스테디셀러로 향하는 작품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읽는 내내 난해하고 기괴한 단편 독립 영화 몇 편을 연달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베스트셀러와 이 시대 독자의 감성이라면 내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없겠다는 암울함도 느꼈고.
이 소설집을 산 게 지난해 여름인데, 그때 들었던 기분 때문에 펼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들었다.
이 소설집에는 단편 7개가 실려 있는데,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이 많이 다르다.
전반부 네 편은 작가의 전작을 변주한 형태여서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설었다.
대단히 자극적인, 그로테스크라는 단어가 찰떡인 단편의 연속이다.
대놓고 구멍이 숭숭 뚫인 에멘탈 치즈를 닮은 표지 때문인지 맨 처음 고르곤졸라 치즈를 먹었을 때 들었던 기분이 재생됐다.
막혔던 숨통은 후반부를 읽을 때 조금 트였다.
현실과 환상의 어딘가를 유영하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SF로 채워져 있다.
그로테스크한 감성의 톤을 대폭 줄인 자리에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한 감성이 스며들어 있다.
눈물까지 찔끔 나올 정도로 말이다.
작가의 팬이라면 아마도 전반부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이 후반부의 감성이 참 좋았다.
마치 고시원 냉장고에 처박아뒀던 고르곤졸라를 만두피에 올려 야매 피자로 만들어 맛있게 먹었던 시간처럼.
끈적거리고, 서늘하고, 축축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기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