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5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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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국영 소설집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자음과모음)

제목에 눈길이 가서 선택한 소설집이다.

제목만으로도 이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의 성격과 작가에 관해 많은 걸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마도 90년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그 시절을 보냈을 것이며,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다룬 소설이 실려 있을 테다.

서브컬쳐가 주된 소재로 등장하고, 김세희 작가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처럼 당시 예민한 10대가 경험했을 법한 BL이나 퀴어 서사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을 것이다.

과거가 그저 과거로만 끝나지 않으며, 현재의 일부임을 보여줄 것이다.

예상은 거의 빗나가지 않았다.


나보다 약간 아랫세대의 이야기이지만, 당대 문화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내 경험과 겹치는 이야기도 꽤 있어서, 이 소설집을 읽는 시간은 내 지난 시절을 추억하고 복기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박상영 작가의 소설을 뒤섞어 본 기분이 들었다.

때로는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쌉쌀했던 이야기였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장진영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자음과모음)

밥을 먹다가 모래를 한 알 씹었는데, 뱉자니 아깝고, 삼키자니 찝찝하다.

이 소설집을 읽고 든 기분이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고, 차분한 듯하면서도 위태롭다.

작가는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하는 선의와 친절의 이면에서 권력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주목한다.

읽는 내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을 느꼈다.

대한민국 사회가 약자를 바라보는 편견과 다루는 방식에 깃든 폭력성을 꽤 불편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은 분량인데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이 소설집은 신인의 단편 3편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는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됐다.

신인이 단행본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꽤 험난하다.

소설집에는 보통 7~10편 정도의 단편이 실린다.

작품을 발표할 지면은 예나 지금이나 부족하고, 청탁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등단 후 첫 소설집을 내는데 몇 년 이상 걸리는 일이 보통이다.

'트리플' 시리즈는 신인 입장에선 발표한 소설이 많지 않아도 빨리 단행본을 출간해 독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문예지를 챙겨 볼 일이 없는 일반 독자 입장에선 조금 더 자주 신인을 접할 수 있어 괜찮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서장원 소설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다산책방)

작가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여성 작가가 쓴 작품으로 오해할 뻔했다.

그만큼 문장이 섬세하고, 시선에서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부분을 감지하는 예민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익숙한 풍경과 섞여 긴장감을 형성한다.

문장이 매우 단정해서 신인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작가가 2020년 신춘문예 당선자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이 소설집을 샀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신인 작가가 단행본으로 엮을 분량의 작품을 발표하는 데에는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

등단 이후 꾸준히 청탁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등단 이듬해에 자기 이름으로 단행본을 냈다는 건,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아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는 의미다.

이 소설집이 현재 한국문학계(일반 독자의 취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의 트렌드를 가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정세랑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최근 몇 년 사이에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다룬 한국 소설이 많이 출간됐다.

그런 작품을 꽤 많이 챙겨 읽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 가장 건강하다는 느낌을 줬다.

자기연민이나 피해 의식에 경도되지 않고, 현실에 맞서며 끝까지 당당한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아름다웠다.

곳곳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가 끝까지 흥미롭게 책을 붙들게 했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사회적 파급력과 별개로 '소설'로서 매력적인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다(나는 작가의 데뷔작인 <귀를 기울이면>이 '소설'로서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 작품은 '소설'로서 매력적이었다.

한 작품에 담기 어려워 보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와 소재를 끝까지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설득력 있게 엮어내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금까지 정세랑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읽었고,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피프티피플>이었다.

이 작품을 읽은 뒤 <피프티피플>의 순위는 한 칸 아래로 내려왔다.

이런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는데,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레벨이 달랐다

작가도 이 작품을 쓴 뒤 "인생작을 썼다!"며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
황정은 연작소설 『연년세세』(창비)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한국전쟁 이후 질곡의 현대사를 버티며 살아낸 70대 할머니 '순자'가 있고, 그녀의 딸들이 이야기에 가지를 뻗어 나간다.

얼핏 등장인물만 보면 영화 <국제시장> 같은 가족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연출에서 비롯된 효과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이 작품에선 역으로 '개인'에게 관계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 장치로 쓰인다.

이 같은 연출은 등장인물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슬픔과 고통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담담한 듯하면서도 묵직하고, 때로는 날카롭게 파고드는 문장이 놀라웠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을 사다 놓고 책장에 꽂아둔 뒤 꽤 오래 방치했다.

작가의 전작인 <디디의 우산>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었기 때문이다.

<디디의 우산>은 마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처럼 소설보다는 르포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런 기억 때문에 <연년세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서사나 플롯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 소설에 거부감을 느끼는 내 취향도 뒤늦게 책장을 펼치는 데 한몫을 했다.

하지만 작가들이 좋은 소설이라고 치켜세우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에, 뒤늦게 책장을 펼쳤다.

늦게나마 책장을 잘 펼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고백하자면,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작가 소개다.

이름만 적혀 있고, 사진이나 그 어떤 이력의 나열도 없는 작가 소개.

멋있었다.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조해진 소설집 『환한 숨』(문학과지성사)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은 내가 문화일보에서 문학 담당 기자로 일했던 기간(고작 10개월이지만)에 기사로 다뤘던 소설 중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작품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외진 곳과 그곳에 속한 약한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인간을 향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내게 뭉클한 감동을 줬었다.

작가의 신간을 기다려왔는데, 신간이 출간됐을 때는 내가 새 장편을 집필하던 시기여서 뒤늦게 책을 펼쳤다.

역시나... 좋았다.


작가는 눈앞에 보이지만 손에 닿지 않는 부조리한 풍경을 문장으로 구체화해 독자 앞에 풀어놓는다.

산재로 중태에 빠지거나 죽어갔던 미성년 근로자들, 계약 해지를 앞둔 비정규직, 직장 내에서 서로 싸우는 '을'들, 이유 없이 멸시당하는 장애인, 성범죄를 저지른 후 잠적한 아버지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는 자매와 피해자 등.

이 소설집에 담긴 아홉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개연성 있게 풀어나가며,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들려준다.

소설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가 사실 새롭지는 않다.

아니, 익숙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소설은 그저 우리가 그런 현실을 애써 외면해왔음을 아프게 깨닫게 한다.


읽는 내내 외롭고 서글픈 기분이 들었지만, 그 기분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소설집의 제목 『환한 숨』 때문이었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이 따로 없다.

대신 제목이 모든 작품을 느슨하게 엮는 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누군가가 날숨이 자신의 들숨과 섞이고, 자신의 날숨이 누군가의 들숨과 섞이며, 그 숨에는 죽은 자의 숨과 산 자의 숨도 뒤섞여 있음을 환기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인데, 그 당연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모두 연결돼 있으며, 우리를 구원하는 건 결국 연대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집에서 한솥밥을 나눠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서로의 숨을 공유하며 사는 우리도 넓은 의미에서 식구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밤새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문득 든 생각이다.

환한 숨
환한 숨
박솔뫼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창비)

서사가 소설의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7할 이상은 차지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서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소설이 힘들다.

하지만 그런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도 많기 때문에, 왜 좋은지 느껴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배수아, 한유주, 정지돈, 오한기 등의 작품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마치 늪에 빠진 기분을 느꼈다.

앞으로도 나는 이들 작가의 세계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해하려는 시도만 되풀이할 것 같다.

아마도 영원히 이해하지 못 할듯.

우리의 사람들
우리의 사람들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이 작품은 서울의 대표적 슬럼가 중 하나인 청파동의 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에 얽힌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정년퇴임 교사 출신 편의점 사장,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편의점을 노리는 사장의 아들, 성실한 20대 아르바이트생 시현,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로 고단함을 잊는 회사원, 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인 희곡 작가, 그리고 이들 사이를 잇는 미스테리한 노숙자 출신 편의점 직원이 있다.

등장인물 우리 주변에 있음 직한 인물이면서도 개성이 넘친다.

그만큼 생생하며 공감하기 쉽고, 읽기도 편했다.

작가가 마치 처음부터 연극을 의도하고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무대처럼 느껴졌다.

영상보다는 무대에 올려질 때 훨씬 매력적인 결과물이 나올 듯하다.


재미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지만, 『망원동 브라더스』보다는 아쉬웠다.

소설의 주연급 등장인물인 노숙자 '독고'를 조금 더 개연성 있는 인물로 그리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고'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막상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독고'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거대한 사건과 연결돼 있는데, 소설의 분위기와 잘 섞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작가가 처음 집필 의도와 달리 '독고'를 사건과 엮어서 정리하는 데 꽤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조금 힘을 뺐으면 훨씬 더 감동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운 소리가 길어진 이유는, 그만큼 『망원동 브라더스』가 내게 준 즐거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최진영 장편소설 『내가 되는 꿈』(현대문학)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상은 늘 씁쓸하다.

그런 상상은 보통 현재의 나에 만족할 수 없는 현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나는 주로 과거의 나를 윽박질러 현재를 바꾸는 상상을 했다.

연애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굳이 모든 사람에게 좋을 사람일 필요는 없다, 먹지 못하는 사과를 파는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 비트코인을 열심히 채굴해라, 영끌해서 어떻게든 서울 내 아파트를 장만해라 등...

이 작품은 그런 상상을 현실로 끌어왔다.

그렇다고 이 작품 속 상상이 내 상상처럼 속물적이란 말은 아니다.


이 작품은 30대 직장인인 '태희'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태희는 자신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회사 조직과 배신한 연인 때문에 자존감을 잃은 상태다.

지친 태희가 별생각 없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가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닿고, 어린 시절의 자신이 쓴 답장이 현재의 주인공에게 닿는다.

설정만 보면 타임슬립물인데, 읽으면 딱히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주인공과 현재의 주인공은 자신이 받은 편지가 자신이 쓴 편지란 걸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너그럽게 읽으면 영화 <러브레터>처럼 이름만 같은 누군가에게 서로의 편지가 닿는 설정이라고 우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이 넘은 뒤,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어린 시절에 나는 어른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탄탄한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의 나는 10대, 20대, 30대 때와 다를 게 없다.

달라진 건 나이 든 몸뿐이다.

50대, 60대, 70대가 돼도 몸만 늙어갈 뿐 몸 안의 내가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 삶의 방식이 극적으로 달라질 리도 없으며, 딱히 세상에 의미 있는 무언가가 될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은지 의문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있는데, 작품이 꽤 위안이 됐다.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고.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꼭 무언가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는 늘 미련을 쌓고 후회를 반복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마주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작가는 태희의 입을 빌려 사려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나와 성이 다르지만 이름은 같고, 나이도 같다.

작품 속 태희의 고민은 어쩌면 작가의 고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어린 시절 친구로부터 너는 너대로 그냥 살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박희아 인터뷰집 『직업으로서의 예술가』(카시오페아)

음악, 연기, 연출, 소설, 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 52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이 인터뷰집에 실린 인터뷰이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예술인이다.

내 경험을 비춰 보면, 그런 수준에 다다른 예술인은 배울 것도 많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훌륭한 편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고,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엿보는 일이 흥미진진했다.


인터뷰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밀도가 매우 높고, 온도도 따뜻하다.

인터뷰이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저자는 인터뷰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저자가 인터뷰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인터뷰이를 향한 애정이다.

음악 분야 인터뷰이 중에는 내가 기자 시절에 인터뷰로 만났던 예술인도 꽤 있었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당시 내가 기사 마감에 급급해 취재를 너무 성의 없이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저자는 인터뷰를 '고백과 자각' '열정과 통찰'이라는 부제로 두 권에 나눠 담았다.

두 권을 합치면 나름 벽돌책 분량인데, 그렇다고 읽기도 전에 지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터뷰집이기 때문에 책의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펼쳐 읽어도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술술 읽히는 데다 이런저런 뒷이야기도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소설처럼 재미있다.


분야는 달라도 인터뷰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예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우리의 삶도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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