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2025-10-10 23:50:4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환상의 책’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함께 읽은 ‘어둠 속의 남자’와 유사하게 한 남자가 다른 이야기를 추적하는 내용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야기이고, 작가 폴 오스터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를 읽기 전에 그의 유작으로 읽은 ‘바움 가트너’도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둠 속의 남자’가 자신을 구성하는 작가를 처치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자신의 과거의 상처에서 고통을 받아 그것을 멈추고 싶어하는 작가 이야기로 끝나는 것에 비해 ‘환상의 책’은 ‘무성영화 배우 헥터 만의 생애와 영화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그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그 배우가 살아있다는 소식과 함께 행방을 감춘 이후 그가 제작한 영화를 볼 기회를 얻어 그의 뒷 이야기를 듣고 그가 제작한 새로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를 만난 그날 그 배우는 세상을 떠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한 그의 아내에 의해 그의 영화는 불에 태워지게 되면서 그의 삶과 영화는 다시 세상에서 감춰지게 된다.
그가 찾는 헥터 만의 삶과 그가 새롭게 찾은 영화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과거의 상처를 피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지만 새롭게 만난 여성으로 인해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게 되는 것은 헥터 만의 과거, 데이비드 짐머 교수의 과거, 헥터 만이 새롭게 제작한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의 내용, 데이비드 짐머를 헥터 만에게 데려가기 위해 방문한 앨머와 데이비드 짐머의 이야기 등.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두 차례 반복하면서 과거의 상처로 고통 받으면서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내면을 보여준다. 헥터 만의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에서 작품을 희생하고 사랑을 선택하면서 행복으로 갈 수 있다고 결론을 낸 것처럼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과거를 지워버리고) 사랑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로 읽은 두 권의 주제가 유사하여 비교적 이해하기 좋았고,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겨 ’달의 궁전‘이나 ’4, 3, 2, 1‘도 빠른 시일 내에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