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2025-10-15 15:04:36
노벨문학상 작가 도리스 레싱은 여성주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랜드 마더스 등의 색다른 소재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쓴 작가로서, 개인적으로도 작품 속 셰계를 많이 접하고 싶어 꾸준히 읽고 있는 편이다.
‘다섯째 아이’는 자녀가 부모의 속을 많이 썩히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나올 많한 경우를 다룬다. 어느 정도 말썽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자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가 숨어있다가 발현된 것을 예상될 만큼 지적 능력은 떨어지고, 강한 폭력성을 띄고 있어 그야말로 육아의 고통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기성세대가 기후 위기나 연금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해결을 미루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기성세대는 후손들을 위해 준비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후손의 생각이나 태도를 기성세대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고통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머지 네 자녀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어머니인 해리엇이 하루 종일 마취상태로 갇혀 있는 아이 벤의 모습을 보고 데리고 나오면서 나머지 가족이나 친지들과 더욱 멀어지게 되고, 그나마 벤의 기분과 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주위의 불량청년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심리적으로는 더욱 고통받게 된다. (이 시점에서 악행을 일삼게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격리시설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에 대한 정당성을 과연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야만적인 아이의 출산에 따른 부모의 고통을 다루지만, 내게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추구한 결과물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그 창작물을 만든 본인은 과연 그 것을 부인할 수 있을까 하고 은유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 해리엇이 벤을 부정할 수 없었듯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마 무척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사례이라면 핵폭탄을 만들어 낸 맨해턴 프로젝트에 속한 과학자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다양한 핑계를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일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히려 이를 부정하려고 한 오펜하이머 등은 다른 과학자들이나 정치가들에 의해 지탄받으면서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결국은 오펜하이머의 명예가 회복된 것처럼,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고 자신의 노력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나쁜 결과를 내는 것이면 자기 반성과 함께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라 생각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