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팬데믹이 드러낸 세계의 연결고리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공급망’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미국에서는 휴지 사재기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공급망 붕괴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임을 실감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이 불러온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뉴욕타임즈 기자의 집요한 취재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닥칠 위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지능의 경계에서, 인간을 묻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모방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가 가져올 미래를 날카롭게 조망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물론,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과 사회적 불안까지 아우르며 AGI에 대한 입체적인 통찰을 제시한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벌어질 사회적 균열과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까지, 저자는 냉정한 과학자의 눈으로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거대한 변화를 앞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무너지는 뇌와 싸우는 용기
평생 뇌를 연구해 온 한 과학자가 자신의 뇌가 파괴되어가는 과 정을 기록한 책으로 그 자체로 충격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고백록이다. 저자는 냉철한 과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치매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절망과 혼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 역시 지난 4월 뇌수술 이후 매달 뇌신경외과 진료를 받고 있기에, 책에 등장하는 의사의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자의 지적 투쟁은 깊은 감동을 준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여전히 빛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증명하는 용기 있는 기록이다.


삶의 변곡점에서 만난 말하기 교과서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기획하고 다듬었던 스피치라이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말하기의 정수를 담아낸 책이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말의 본질과 청중과의 진정한 연결을 강조하며 일상 대화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원칙들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나는 뇌수술 이후 긴 글쓰기가 어려워지자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글 대신 말로 메시지를 전하고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는 고민이 깊었던 나에게, 이 책은 더없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말하는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물론, 일상에서 더 나은 소통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습니다. ‘만약 여러 분이 내년 여름까지만 살 수 있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주제로 이야기했어요. 유튜브에서 ‘김새섬’이라고 검색하시면 영상이 나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검색이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로도 직접 알려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ZGr_NisTz0
(참고로 ‘김새섬’으로 검색하면 제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도 함께 나옵니다. 같이 들어주시… 면 감사합니다. 구독... 좋아요...)


저의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가 100회를 맞았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시작한 팟캐스트인데 벌써 100회라니, 감개무량하네요. 집에서 시간만 보내는 느낌이 싫어서 뭐라도 해보자고 벌인 일인데, 제 생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요. 덕분에 많은 분들과 소통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녹음도 편집도 (가끔은 내용도) 엉망이지만 참고 들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볼게요. 뭔가를 한 시간 경험하고 나면 그 경험에 대해 두 시간에 걸쳐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터라 소재가 떨어질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암과 책의 오디세이’는 팟빵, 유튜브, 스포티파이, 애플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외전인 ‘새섬의 마지막 추천’과 ‘새섬의 잃어버린 식욕을 찾아서’도 가끔 올립니다. 그래서 총 에피소드 수는 100편이 좀 넘어요. 본편인 ‘암과 책의 오디세이’는 오늘 100번째 에피소드가 올라왔습니다.)
아래는 팟빵 채널 주소입니다. 구독 감사합니다.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2770


돌봄의 기록
지난 4월 말, 몸이 좋지 않아 일 찍 잠들었다가 속이 울렁거려 잠에서 깼다. 토사물로 범벅이 된 채 정신을 차렸고, 바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향했다. 정밀 검사 결과,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즐겁게 활동하던 교보 북멘토를 멈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입원 기간 동안 어머니와 남편이 나를 돌봐주었다. 이 책의 저자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듯, 그렇게 다정하고 섬세하게. 다행히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다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돌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돌봄을 받는 사람, 그 어느 쪽의 입장에서 읽어도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둘 중 한쪽의 입장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울림을 줄 것이다.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혹시 제가 곁에 있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 물건을 보거나 쓰면서 저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다 보니 선물의 조건이 정해지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의 개성이 담긴 물건이면 좋겠고, 너무 값싼 물건은 아니길 바랐습니다. 일상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물건이면 좋겠다, 기왕이면 곁에 두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면 좋겠다….
처음에는 굿즈 제작 플랫폼에서 그믐 도안을 넣은 티셔츠나 모자를 제작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커스텀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상수역 근처에 있는 ‘121르말뒤페이’라는 향수 공방이었어요. 진열대에 비치된 230여 가지 향을 하나하나 맡고 그 중 두 가지 향을 골라 레이어드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향수를 제작합니다.
르말뒤페이(Le Mal du Pays)는 프랑스어로 ‘특정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그리움이나 슬픔’을 뜻한다고 하네요. 리스트의 피아노 곡 제목이기도 해서, 음악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도 등장합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한 등장인물은 르말뒤페이를 이렇게 설명해요.
“일반적으로는 향수나 멜랑콜리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 정확히 번역하기가 어려운 말이에요.”
제가 만들 향수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더라도 그게 슬픔보다는 반가움에 가까운 감정이기를 바라며 코를 혹사시켰습니다.
121르말뒤페이는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는 명소였어요. 코가 지쳐서라기보다는 제 집중력이 요즘 90분 이상 발휘되지 않아 중간에 잠시 카페로 나가 쉬기도 했습니다. 몸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에어비앤비로 근처에 숙소도 잡았는데 잘한 선택이었어요. 최종 선택은 다음날 내리기로 하고 이날은 후보들만 골랐습니다.
다음 날 향수 공방을 다시 방문해 최종 결정을 했고 두 종류의 향수를 제작했습니다.
1. ‘봄, 새섬’ 향
새로운 계절,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새벽의 섬. 따뜻한 봄 햇살 아래 갓 피어난 꽃망울의 설렘과 싱그러운 풀잎의 상쾌함이 어우러진 향. 깨끗하고 순수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한, 시작의 아름다움을 담았습니다. 여성용 향수입니다.
2. ‘밤, 그믐’ 향
깊고 고요한 밤, 모든 것이 잠든 그믐달 아래의 신비로운 정원.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의 그윽함과 젖은 흙내음이 어우러져 차분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사색적이고 우아한 향입니다. 남녀공용 향수입니다.
향수병에 붙일 가죽 라벨에 ‘봄, 새섬’과 ‘밤, 그믐’이라는 글자를 레이저로 새겼어요. 병뚜껑과 가죽은 서로 다른 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감사한 분들을 찾아뵙고 ‘봄, 새섬’ 혹은 ‘밤, 그믐’ 향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일단은 39번째 그믐밤 참가자 분들 2분을 추첨을 통해 골라 각각 다른 향 하나씩을 배송해 드리려 합니다.
(참고로, 121르말뒤페이나 다른 업체로부터 어떤 협찬도 받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여요.)


불편함이 주는 선물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장마철에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루함에 몸부림치던 기억이 난다. 만화책을 다 읽고도 할 일이 없어 천장 장판 무늬를 세던 그 시간, 그 시간은 단순한 나만의 공백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 미국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 아론 소킨도 비슷한 경험을 회상한다. 돈도, 약속도 없던 어느 밤, 그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쓰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불편함과 지루함을 일상적으로 마주했다.
이 책은 편안함의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한 공백처럼 보였던 그 시간들은 사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소중한 기회였을지 모른다.


꿈꾸는 바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