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장들 (책)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진 리스
2025-02-16 17:34:08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사르가소 해는 북대서양 중앙에 자리 잡은 독특한 해역으로, 해안선 없이 해류에 의해 경계가 그려진 유일한 바다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앙투아네트는 서인도 제도의 영국 식민지 자메이카에서 크리올의 딸로 태어났다. (크리올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본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현지에서 태어난 유럽인, 혹은 그 후손을 가르키는 말로 쓰이다가 추후 유럽인과 비유럽인 사이의 혼혈을 뜻하는 말로 바뀌기도 했으며 점차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아가씨가 백인이지만 서방님 같은 백인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우리하고 같지도 않고요."
앙투아네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의 끝에 영국에서 온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제인 에어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 앙투아네트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카리브해의 총 천연색 자연과 그 자연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녀를 두려워한다.
"이 곳은 내 편도 당신 편도 아니에요. 우리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그저 장소이고, 자연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로군요. 이 곳이 당신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연이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여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 것도 사랑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자연은 당신이 흔히 불러대는 하느님처럼 인간에게 무관심해요."
문학은 현실을 재구성하여 우리를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는 내게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었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은 뒤 나는 그 개념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르가소 바다는 Sargassum이라는 해초로 뒤덮여 선원들에게 '마의 바다' 혹은 '죽음의 바다'로 불렸지만 실은 풍부한 해조류가 가득한 특유의 환경을 지닌 곳이라고 한다.
혼돈과 고립 속에서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갔던 자메이카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와 폭풍우로 가득했고 세상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 두려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