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밖에도
꿀자리
2025-08-14 15: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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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는 날 새벽, 병원에 피검사와 MRI를 받으러 갔습니다. 별관과 암병원을 잇는 복도에 커다란 전망창이 있고 그 앞에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을 몇 개 놓았어요. 인기 많은 장소라 비어 있을 때가 없고, 저는 저 자리들을 ‘꿀자리’라고 불렀죠. 저 자리 언제 한번 앉아 보나 했는데 이렇게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병원 직원 분들이 출근해서 각자의 과로 찾아가시는 동안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며 디카페인 라테를 마시고 아침으로 치즈 바게트도 먹었어요. 8시간 금식 뒤 먹고 마시는 빵과 라테는 꿀맛. 전자책으로 독서도 조금 했어요. 암병원 입구에 꿀자리가 있고, 거기서 꿀맛을 즐길 수도 있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