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문장들 (책)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심윤경
2023-02-07 23:37:4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병아리는 철망에 다가온 손가락을 콕 쪼았다. 어린 나는 돌연한 날카로운 감촉에 소스라쳐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가 내 손을 감싸 쥐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아가 괜찮여. 병아리가 애기 예 쁘다고 그런 거여. 괜찮여." 66쪽
"예쁜 사람, 왜 그러나."
그것이 생떼의 최종 단계에서 할머니가 꺼내는 마지막 한탄이었다. 76쪽
고모나 아버지를 칭찬할 때도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장혀. 장한 사람이여.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자라는 온갖 비뚤 빼뚤한 모습을 모두 '예쁘다' 고 요약했고 분투하는 모습은 '장하다'고 했다. 어른이건 아이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입술을 삐죽이며 '별나다'고 했다. 더 나쁘면 '고약하다'였다. ....
...할머니가 나를 야단칠 때 쓴 말도 싱거웠다.
"착한 사람이 왜 그러나."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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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언제나 '예쁜 사람'으로 '착한 사람'으로 보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작가의 마지막 문구처럼 그럴 때 우리는 '혼자인지 함께인지 분간되지 않는 충만함으로 가득'해 용기 내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