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1. 독서 모임을 만들 때 모임을 이끌 모임지기를 구하는 것은 참여 멤버를 구하는 것보다 ( )배 어렵다.
2. 책의 두께가 2배로 증가하면 그 책을 함께 읽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의 수는 ( )분의 1로 감소한다/[혹은] ( )배로 증가한다.
3. 다음 중 독서 모임을 가장 잘 이끌 사람은?
① 그 책을 쓴 사람
② 그 책을 만든 사람
③ 동네서점 주인
④ 도서관 사서
⑤ 학교 선생님
⑥ 일반 독자
4. 독서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 )
2022년에 나는 저 문제들의 답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을 만들고 나서 2년 반 동안 한 문제 한 문제 천천히 풀이법을 배웠다(울면서). 지금도 내가 적어낸 답안이 아주 정확한 정답인지는 자신 없다. 하지만 그믐에서 2,100개가 넘는 독서 모임이 생기고, 1만 5,000명 회원의 글 19만 건을 지켜보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했으니, 어떤 감각은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먼저 1번 문제. 그믐에서의 정답은 ‘약 0.25배 어렵다’이다. 다시 말해 어떤 책을 읽자고 제안하는 사람을 찾는 건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제안에 따라서 책을 읽을 사람을 구하는 게 그보다 4배가량 어렵다.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것은 그믐처럼 누구나 모임지기가 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이다.
트레바리나 독파와 같은 독서 커뮤니티에서는 운영 주체인 플랫폼이 모임지기를 먼저 구하고, 그 다음에 모임지기와 함께 책을 읽을 사람을 모집한다. 모임지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작가나 문화계 안팎의 유명 인사들이다. 대체로 모임지기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참가 희망자의 수도 늘어난다. 플랫폼의 성공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모임지기를 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실제로 이들 플랫폼은 모임지기 섭외에 대단한 정성을 쏟는다.
나는 그믐을 창업하기 전 트레바리 모임에 참여하며 독서 커뮤니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살폈고,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로부터 직접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독서 커뮤니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모임지기라고 생각했다. 오픈형 플랫폼을 구상하면서 나의 가장 큰 걱정은 ‘트레바리처럼 수익을 제공하는 게 아닌데도 과연 모임지기로 나서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베타테스트를 석 달 남짓 하는 동안 모임지기를 맡아줄 사람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모임 한 건당 얼마가 적당할지 잘 몰라 사람들에게 물으며 알맞은 비용을 찾아갔다. 그런데 베타테스트가 끝나기 전 누군가 자발적으로 모임을 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지인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 첫 외부 모임지기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이후에도 모임지기로 나서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독서가들 사이에는 동네서점 개업에 대한 로망만큼이나 자기가 운영하는 북클럽에 대한 로망도 은근히 있는 것 같다.
정작 함께 책을 읽을 사람을 모으는 게 더 어려웠다. 진지한 독서가들은 놀라울 정도로 쿠폰 제공 같은 이벤트에 반응하지 않는다. SNS에서 커피 쿠폰을 뿌려서 가입시킨 회원들은 대부분 진지한 독서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독서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초기에 빠르게 회원을 모았다가 그만큼 빠르게 몰락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커피 쿠폰으로 가입시킨 회원들은 커피 쿠폰이 사라지면 떠나며, 커피 쿠폰을 받는 동안에도 진지하게 책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믐은 정말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디게, 정공법으로 진지한 독자들을 회원으로 모았다. 회원 수 1만 명이 넘었을 때 즈음 그믐에서 독서 모임을 연 한 대형 출판사 마케터로부터 “이런 ‘고급 독자’들을 어떻게 모으신 거예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우리 사이트에 진지한 독자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 하는 자부심도 느꼈고, 이런 회원을 모으는 건 큰 출판사에도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함께 했다.
다음 2번 문제. 그믐에서의 정답은 ‘1.5-~2배로 증가한다’이다. 얇고 가벼운 책을 읽자고 하면 사람이 더 모이지 않겠느냐고? 커피 쿠폰으로 유혹할 수 없는 진지한 독자들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말로도 유혹할 수 없다. ‘신상품(신간)’이라는 말에도 그들은 시큰둥하다. ‘이 책으로 과연 멤버를 몇 명이나 모을 수 있을까’ 싶었던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읽겠다고 손을 드는 이들이 오히려 많았다.
실제로 그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임 중 하나가 ‘벽돌책 읽기 모임’이다. 강양구 지식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이 모임은 지금 21회째인데, 현재 셰익스피어의 인생과 작품을 다룬 696쪽짜리 논픽션 『세계를 향한 의지』를 49명이 함께, 활발히 읽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 23일 동안 올라온 감상은 모두 1,625건.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서평단처럼 책을 무료로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다 읽었다고 따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 뒤풀이도 없다. 그런데도 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040쪽짜리 과학 교양서 『행동』을 읽을 때에는 61명이 참여해 29일 동안 2,107건의 감상을 남겼다. 나는 이런 독서 모임은 그믐 외에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다.
이전에 이런 독서 모임을 못 봤기 때문에, 나는 오해를 했다. 그리고 나처럼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독서 장려’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체로 ‘책을 읽지 않는 잠재 독자’를 향해 있다. 그러다 보니 읽기 어려운 책보다 쉬운 책을 권하고, 독서에 대한 보상을 강조한다. 가볍고 얇은 책이라도 안 읽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나으니까. 그런데 잠재 독자가 아닌 ‘찐독자’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독서 그 자체다. 그들을 유혹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책’이지, ‘가벼운 책’이 아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두껍고 어려운 책은 읽기 버겁고, 그래서 ‘함께 읽자’는 권유가 더 먹히는 것 같다.
다음 3번 문제. 그믐에서의 정답은 ① 그 책을 쓴 사람, 그리고 ② 그 책을 만든 사람이다. 복수 정답이다. 작가들은 모임을 정말 잘 이끈다. 자기 책을 읽는 모임에 한해서만큼은 매우 열정적이며, 독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오프라인에서는 내성적으로 보이던 작가가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모습에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아카식』의 해원 작가는 SF 장르에 상당한 내공을 갖추었다. 실시간으로 독자와 채팅하는 그믐 라이브 챗에서 그가 들려준 타임머신 이야기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이처럼 상당수 작가들이 독자들의 진심 어린 반응에 감격하는 것 같다. 특히 신인 작가는 더 그렇다.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를 쓴 이인규 작가는 직접 팟캐스트 <스몰포켓>에 출연하여 그믐을 언급하기도 했 하였다. “같이 책을 읽는 그믐이라는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어나가고 있거든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제 살 것 같아요. 책 내고 한 달 정도는 조금 약간 불행한 느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내가 애써서 한 게... 아무 소용이 없는 책을 쓴 건 아닐까 약간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후기 정말 사랑해요.”
『에이징 솔로』의 김희경 저자 역시 자신의 책을 읽는 그믐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가 기고한 글의 일부다. “나는 이 토론의 링크를 저장해 두고 지금도 가끔 들어가서 책을 함께 읽은 분들이 올린 토론을 읽어보고는 한다. 삶의 다양한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는’ 것의 정수를 경험했던 시·공간이었고, 작가가 책을 세상으로 내보낸 뒤에는 책이 자신만의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독자들과 만나며 작가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절감했다.”
출판계 편집자, 마케터들도 독서 모임을 활발히 이끈다. 제한된 마케팅 예산을 가진 출판사들이 흔히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온라인 서평단 운영이다. 이러한 서평단은 대개 정형화된 패턴을 따른다. 1.온라인 서점에 리뷰 게시하기, 2.개인 SNS에 서평 올리기.
그믐은 책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모이는 공간이기에, 잠재 독자층과 소통하고 싶은 출판사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전통적인 온라인 서평은 본래 책을 완독하지 않고도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었으나, ChatGPT 등장 이후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와 달리 그믐은 독서 모임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더욱 생동감 있고 진정성 있는 책 대화의 장을 펼쳐낸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서평단이 더 간단하고 할 일이 적지만 우연찮게 서평단과 독서 모임이 함께 올라오면 단연코 독서 모임을 하겠다는 참여자가 더 많다.
동네서점도 상당히 적극적인데,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 때문인 듯하다. 다만 아무래도 물리적 공간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이기에 전국적 인지도보다는 실제 방문객이 매출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모임을 더 중시하는 편이다. 반면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담당자마다 모임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책 이야기에 열의를 쏟는 사람과 업무 지시 때문에 마지못해 모임지기를 맡은 사람이 운영하는 모임 분위기가 같을 리 없다.
일반 독자가 운영하는 모임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성실하게 모임을 운영해 신뢰를 쌓아 이제는 쉽게 다른 참여자를 모으는 모임지기도 있지만,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책임감 없이 모임을 종료하는 이도 있다.
마지막 4번 문제. 그믐에서건, 다른 독서 모임에서건 정답은 ‘자기 이야기’다.
그믐을 시작하기 전, 나는 다양한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정교한 작품 해설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참가자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문학 평론가의 작품 해설은 여러 책이나 강연에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과 감정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사람은 일상에서 찾기 어렵다.
'그믐밤'이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매월 진행하기에 참여하는 강사들이 종종 조언을 구한다. 34회 강사였던 정윤지 피아니스트에게 내가 유일하게 부탁한 것은 참가자 모두가 돌아가며 충분히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35회를 이끄는 정명섭 작가에게도 서울 서촌 문학 답사 후 실내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자고 요청했다. 답사 후 그대로 거리에서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서 모임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때 비로소 참가자들은 자신이 이 모임에 참여한 진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그믐'을 만든 이유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연뮤클럽'처럼 원작을 먼저 읽고 함께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한 후, 들뜬 마음으로 뒤풀이 자리에 모여 맥주 한 잔과 함께 나누는 공연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그믐은 온라인 공간이다. 모든 대화는 전부 공개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지 걱정스러웠다. 초기 그믐의 대화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줄거리 나눔조차 허덕였다. 역시나 공개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 꺼리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한 모임에서 참가자가 큰 아이의 자해로 병원에 가느라 책을 읽지 못했다는 글을 남긴 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정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모임에 털어놓는 모습이 반가웠고 사람들이 이 공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요즘 나의 고민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다. 그믐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믐을 앞으로 어떻게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이 나의 머리를 맴돌고 있다.
김새섬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에 좀 더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2022년 9월, 느슨한 연대를 표방하는 온라인 북클럽 플랫폼 ‘그믐’을 열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다 보면 밀도 높은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혼자서는 독서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함께 읽는 재미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민다.


3월 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문학 분야 업무 보고 자리에서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조영남 편집장님을 만났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믐이 막 사업을 시작하던 3년 전, ‘서리북’ 7호 함께 읽기를 그믐에서 진행하면서 이메일을 여러 번 주고 받았다.
편집장님은 여름호인 18호에 글을 기고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평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서울리뷰오브북스』에 내 글이 실린다니! 그 제안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즉석에서 수락하고 나서, 무엇을 쓸지 고민하다가 요즘 자주 받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그믐이 시작된 3년 전만 해도, '함께 읽기'를 이끄는 곳은 트레바리와 몇몇 출판사 북클럽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믐을 비롯한 민간 업체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함께 읽기'를 독서 캠페인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함께 읽기'의 지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함께 읽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연습 문제를 몇 개 만들어봤다. 정답이 궁금하다면 『서울리뷰오브북스』 여름호 216페이지를 열어보시길!


지난달 말부터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 항암제 복용, 11시 방사선 치료가 일과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에는 내 얼굴 굴곡에 맞춘 마스크를 착용한 뒤 방사선을 쬐는데 치료가 끝나면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울퉁불퉁 오래 남아 신경이 조금 쓰인다. 그 밖에 전신 피로로 인해 집중력과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없는 편이다.
매일 반복되는 병원 일정에 익숙해졌는데, 어제는 유난히 분주한 하루였다.
1. 오전 채혈과 흉부 X-ray를 마치고 항암제를 복용했다.
2. 방사선 치료 전 잠깐의 여유 시간에는 대기실에서 독서를 했다.
3. 11시 방사선 치료했다.
4. 방사선 담당의와 면담을 가졌다.
5. 점심은 복잡한 병원보다 집이 편해 간단한 음식을 사서 돌아왔다가, 오후 일정에 맞춰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6. 혈압과 신체 계측을 마치니 수치가 바로 상담실로 전달됐다.
7. 뇌신경 담당의 면담
8. 항암 코디네이터와도 상담했다.
9. MRI 검사 일정을 잡고, 처방전을 받았다.
10. 병원 근처 약국에서 한 달분 약을 수령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일정이 오후 5시에야 마무리됐다. 매일이 이렇다면 정말 버거울 것 같지만 어제는 많은 일들이 겹쳐서 그런 거니 뭐…
p.s 첫 번째 마스크 사진은 저는 아니고 AI가 만들어 준 건데 대략 비슷합니다.


작년 가을, 알고 지내던 출판사 대표님께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새로운 시리즈의 일환으로 인터뷰집이 나올 예정인데, 이번 책의 주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여성들'이라고 하셨다. '성공'보다는 '시작'에 방점을 둔 책이라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원고는 EBS에서 오랫동안 작가 생활을 하신 은정아 작가님께서 쓴다고 하셨다. '제대로' 살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한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옮기는, 사람과 소통하며 스토리를 풀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신 분이었다.
나는 평소 한 직업으로 정년 퇴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다. 나부터 그랬고, 내 주위에도 그렇다. 설령 지금 교사나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조차 젊은 시절 많은 방황을 거쳐 정착한 것일 뿐, 다섯 살 때 가졌던 선생님이라는 꿈을 이루고, 남은 삼십 년도 지금처럼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이 과연 현대 사회에 얼마나 될까?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런 삶의 방식이 더욱 일반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나를 떠올려 주신 공출판사의 공가희 대표님께 정말 감사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인터뷰 수락 답장을 드렸고, 이어 은 작가님과의 실제 대화 역시 즐거웠다.
내가 마지막 인터뷰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이 곧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업이 더뎌지는 듯했다. 딱히 도와드릴 일도 없어 조용히 기다리던 차, 얼마 전 마침내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책이 나오면 북토크도 돕고, 이것저것 프로모션도 기획하며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어 아쉽기만 하다.
며칠 전 은정아 작가님께서 새 책과 굿즈를 보내주셨다. 정성이 담긴 카드도 예쁘고, 책의 만듦새도 참 좋다.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그믐'을 만들면서 세상에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종종 깨닫는다.
이번에 받은 굿즈는 초승달과 그믐달 두 버전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책이 많은 분들께 읽히고 응원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저의 팟캐스트가 드디어 업로드되었어요. (물론 제가 직접 한 건 아닙니다만...^^;; 정예은 피디님과 사랑하는 남편 장강명 a.k.a 장맥주 님, 감사합니다.)
팟캐스트 제목은 <암과 책의 오디세이>입니다. 악성 뇌종양 투병, 독서모임 플랫폼 운영, 그리고 삶의 의미를 이야기해보려고요.
매일 아침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10분 가량씩 장맥주 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 없이 올립니다. 새소리, 발걸음 소리, 운동하시는 분들의 잡담도 함께 들어가네요. 녹음실을 갈 형편도, 편집을 잘할 실력도 없어서 그런 거지만, 함께 공원을 걷는다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세요.
1~8회를 한꺼번에 올렸고, 내일부터 하루에 한두 회씩 업로드할 예정이래요.
팟빵, 스포티파이, 애플, 유튜브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래 있어요.
좋아요, 구독, 댓글로 응원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팟캐스트 <암과 책의 오디세이> 들을 수 있는 곳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2770
스포티파이 https://open.spotify.com/show/5PRHiBjngcInuA50y1aiML
애플 https://podcasts.apple.com/.../%EC%95%94%EA.../id1818329538
유튜브 https://youtube.com/channel/UC1zziJLpQc6tKHEMWOUplOA?si=Iu9g26F1-DZL8cxY


안녕하세요, 그믐의 김새섬입니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한 달간 저의 소식이 뜸했던 이유를 궁금해 하실 분들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사실 지난 달 말, 갑작스러운 '교모세포종' 진단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에요.
하지만 많은 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기도 덕분에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지금은 집에서 회복 중입니다. 곁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응원해주신 그믐의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 점심, 저녁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믐을 다시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과 함께 여러분의 삶에 작은 위안과 영감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만간 6월 도서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게 그믐에서 만나요 😊
#그믐 #김새섬 #건강회복 #일상의소중함 #응원감사합니다 #실버라이닝


올려주신 글들 하나하나 반복하여 읽어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개 게시판인만큼 하실 수 있는 이야기의 내용이 한정되어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좋은 말씀, 귀한 조언 남겨주셔서 고개 끄덕이며 감사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읽었고 거듭 반복하여 읽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지난 그믐밤이 있던 4월 26일 토요일 컨디션이 급속히 저하되어 원래 예정되어 있던 그믐밤 뒤풀이를 하지 않고 집으로 바로 돌아갔습니다. 몸이 안 좋아 집에서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날 밤 11시 경 토하면서 다시 깼어요. 이상함을 감지한 남편이 다행히 얼른 119 앰뷸런스를 불러 주어 인근의 병원으로 바로 호송이 되었고, 그때 이후로 약 3,4일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께서 수술을 잘 해주셔서 이후로 의식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남편과 저희 친정 식구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럴 만 하더군요. 워낙 무덤덤한 성격이라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생사를 넘나들었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제가 누리고 있었는지 깨닫고 목표만을 향해서 돌진하던 삶의 방향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크게 깨달은 것은 함께 해 주시는 분들의 감사함과 소중함이었어요. 오늘 점심, 저녁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인생은 꽤나 괜찮은 삶입니다.
조언해 주시고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제가 살아서 평생 동안 좋은 일, 의미 있는 일 하면서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갚겠습니다. 제가 쓰러져 있는 기간 동안 업무들을 별로 하지 못했는데 너그러이 이해하고 넘어가 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며칠간 바다에서 휴가를 보냈다. 처음 이틀은 다소 쌀쌀했지만 맑은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숙소에서는 해변이 바로 보여 바다를 걷는 사람들을 꽤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었다.
아직 날이 추운데도 바닷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이 트기 전부터 까만 밤이 내릴 때까지 사람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또 저쪽에서 이쪽으로 무언가를 찾는 듯 쉼 없이 걸었다.
마지막 날은 아침부터 촉촉한 비가 내려 바닷가를 찾는 이들이 뜸하다. 우산을 든 채 종종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로, 우비만 입고 맨발로 차가운 바닷물을 차며 걷는 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푸른 비옷을 입은 사람이 저 쪽으로 지나가고, 그와 엇갈려 검은 비옷을 입은 누군가는 반대방향으로 모래사장을 달렸다.


"네이버에서는 '그믐'이 잘 안 나와요. 구글에서는 검색이 잘 되는데..."
국민 검색 엔진, 네이버에서 '그믐'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이라기보다는 파워링크 광고판에 가깝다고 설명드리지만, 그걸로 끝낼 수는 없다.
어떻게든 네이버 검색 순위 상위에 '그믐'을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품은 초보 사장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그믐'을 입점시키기로 결심했다. 상품은 매달 진행하는 '그믐 클래식 도서'. 이 상품을 구매하는 분들에게는 1개월 SAM 무제한 구독권과 독서 모임 참여권을 제공할 예정.
스마트스토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기에 왠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세상의 모든 일은 만만치 않다. 각종 SNS에서 '이거 진짜 쉽다', '이걸로 돈 벌 수 있다'는 말은 대부분 과장이다. 직접 해보면 무엇이든 생각보다 어렵다.
네이버 쇼핑의 안내글을 꼼꼼히 읽고 가입 후,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했다. 그러나 주주명부를 오래된 것으로 제출하여 한 차례 반려. 다시 최신 서류를 제출하려다 주주들의 개인 정보 마스킹을 잘못하여 두 번째 반려를 받았다. (나 왜 이러냐 ㅠ.ㅠ) 한번 반려되고 재심사를 받는 데만 기본 5~6일이 걸리니 급한 분들은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상품을 입점시켰다.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들의 노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믐 스마트스토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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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장을 찾았다.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는 손주손녀가 올 때마다 자신의 옆에 있는 고모 할머니가 누군지 기억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한창 식이 진행 중이었기에 누군가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었다.
앞에서 식 전체를 진두지휘하던 매니저가 다가와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정중히 요청하고 갔다. 매니저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그녀의 행동을 살폈다.
신랑 신부 입장 시에는 큰소리로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결혼식 중간 중간 모든 순서가 무리 없이 진행되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챙기는 모습이 돋보였다.
'저런 매니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을 자부심 있게 묵묵히 해내는 사람. 남의 특별한 날을 빛내주는 멋진 사람.
이날, 신부와 신랑 역시 참 아름다웠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처럼 싱그럽고,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멋진 커플이었다. 이들의 앞날을 축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