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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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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북 트렌즈> 68호 '토픽' - 독서모임 플랫폼은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행하는 <K-북 트렌즈>에서 원고를 청탁 받아 글을 실었다. 원고와 링크를 소개한다.


<K-북 트렌즈>에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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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커뮤니티의 시대다. 운동화 제조 회사에서부터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기업들이 물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 충성도 높은 팬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해서 입소문을 일으키고 각종 피드백까지 받는 것이 정보와 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환경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전략이 되었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출판사와 서점들이 카페와 북클럽을 운영하고, 앱을 만들고,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북클럽 회원들에게 전용 에디션 도서와 굿즈를 제공해 소속감을 주는가 하면 신간 책 표지를 골라달라는 식으로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출판계의 사업 전략과 별개로, 책문화생태계 전체의 차원에서도 독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에는 전염성이 있다. 주변에 책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책을 더 읽고 싶어진다. 주변에 축구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축구 경기를 더 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 사람이 축구 얘기를 하는 사람에 둘러싸이면 책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축구를 더 보게 된다. 반대도 성립한다. 독서 커뮤니티가 점점 줄고 있는 독자들을 지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 더해 독서 커뮤니티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예산이 넉넉지 않은 출판사들의 홍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독서 커뮤니티의 형태와 규모는 다양할 수 있다. ‘한 도시 한 책 운동’처럼 지역 주민들이 같은 책을 읽는 거대한 모임도 가능하고, 학교나 기업 등 기존 조직 기반 위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형태의 모임들도 있다. 서로 소속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개성의 독서 모임들이 모인 ‘독서 모임의 모임’을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드는 독서 모임을 쉽게 찾고, 함께 책을 읽을 멤버를 구해 독서 모임을 조직할 수 있는 공간을 ‘독서 모임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물리적 장소의 제약 없이 누구나 온라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이다.


이 글에서는 사이트의 크기보다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보다 무게를 두고 한국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중 독파, 플라이북, 그믐, 스테디오 등의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트레바리, 문토, 아그레아블, 넷플연가 등은 회원은 온라인으로 모집하지만 실제 독서 모임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운영한다. 네이버 밴드, 카카오 오픈카톡방을 이용해 독서 모임을 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이트 자체를 독서 모임을 위한 플랫폼이라 보기는 어렵다. 줌, 네이버 웨일, 구글 미트, 클럽하우스 등을 활용한 화상 혹은 음성 독서 모임은 텍스트 기록이 남지 않고 공간의 제약 대신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점(참여자들이 동시에 접속해야 한다.)에서 역시 한계가 있다.

 

메이트와 함께, 완독을 목표로 ‘독파’

 

독파는 문학동네 출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용자들의 ‘완독 경험’에 무게를 둔다. 아침 기상, 다이어트, 운동 등의 일상 목표를 앱으로 공유하며 함께 도전하는 챌린지 유형의 독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문학동네가 챌린지 도서를 정하면 해당 책을 사거나 빌린 참여자들이 각자 읽어가는 상황을 기록하면서 서로 동기 부여를 해주고,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초기에는 문학동네 신간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해부터 다른 출판사의 책도 챌린지 도서로 선정하고 있다.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와 참가비 3,000원인 유료 챌린지가 있다.

 

 독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저자나 번역가, 편집자 등 대상 도서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가 ‘독파 메이트’가 되어 참여자들의 독서를 돕는다는 것. 출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니만큼 탄탄한 저자 네트워크와 내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독파 메이트는 챌린지 기간 중간에 참여자들에게 ‘미션’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과제를 내기도 하고 응원 동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챌린지 도서로 선정했을 때에는 하루키의 오랜 팬으로 유명한 임경선 작가를 섭외했는데 신청자가 900명 가까이 몰렸다. 챌린지 중간이나 끝날 시점에 열리는 저자나 번역가의 화상 북토크도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이다.

 

〈K-Book Trends〉 61호 - 임경선 작가 인터뷰 바로가기

 

챌린지 도서는 한 달에 두 차례씩, 한 번에 7권가량으로 선정한다. 책 분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챌린지 기간은 15일이다. 주로 소설과 에세이 등 문학 도서가 많이 선정되는 편이며, 독파 이용자도 진지한 문학 독자들이 많다. 이 중 일부는 ‘독파 앰배서더’로 임명돼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간편하게 앱을 다운로드 받아 바로 시작이 가능하며, UI가 직관적이고 쉽다. 다만 독파 이용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함께 읽을 도서를 고르고 챌린지 일정을 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문학동네가 가진다.

 

책 얘기하고 추천 받는 SNS ‘플라이북’

 

2013년 창업한 플라이북은 ‘책과 사람을 더 가까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독서 관련 사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개인 맞춤형 책 추천 서비스에서 시작해 추천 책들을 정기 배송해주는 모델을 도입했고, 오프라인 거점에서 독서 모임도 운영한다(현재는 라이브러리 준비 중으로 잠시 중단 상태이다.). AI로 책을 추천해주는 키오스크를 여러 도서관에 설치하기도 했다. 회사와 이름이 같은 앱 플라이북에도 여러 기능이 있고, 앱 이용자들끼리 이 기능을 이용해 서로 소통하며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기본적으로 앱의 형태는 ‘책 얘기에 특화된 인스타그램’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용자들이 이미지와 함께 올린 책에 대한 감상, 마음에 드는 문장을 메인 피드에 보여준다. 회원들은 메인 피드를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다른 회원을 팔로우하며 소통할 수 있다.

 

플라이북 앱의 메뉴 중에는 ‘모임’이라는 탭이 따로 있다. 출판사들이 주관하는 서평단, 오프라인 북토크, 일반 회원들이 함께 읽을 사람을 모으는 독서 모임 등 다양한 기관이나 개인들이 함께 할 이들을 이곳에서 자유롭게 모을 수 있다. 독파와 달리 이용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셈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플라이북 이용자들이 참여한 모임 횟수는 2,500회가 넘는다고 한다. 플라이북 멤버십이나 도서 대여 등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앱을 이용하고 독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IT 업계 출신인 대표가 이끄는 기업답게 이용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철저히 한다는 게 강점이다. 이용자들의 성별, 연령, 관심사, 장르, 리뷰, 검색량 등을 포함한 독서 데이터를 월 평균 10만 건 이상 수집해 분석한다고 한다. 지난해 플라이북 앱 누적 이용자 수는 약 25만 명이며, 이들이 올린 게시 글은 11만 8,000여 개다. 매일 320건 이상의 글이 올라온 셈. 그러나 이 글들을 보려면 반드시 플라이북 앱을 내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감상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1년 4개월 만에 독서 모임 1,000개 ‘그믐’

 

‘지식공동체’를 표방하는 그믐은 2022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 주자다. 그러나 1년 4개월 만에 독서 모임이 1,000개를 넘어서고 여러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한 북클럽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출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수준 높은 진지한 독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출판계 인사들로부터 “이런 독자들을 어떻게 모으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을 정도.

그믐의 최대 강점은 개방성이다.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독서 모임을 열 수 있고,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다른 이용자들이 활동하는 모임을 ‘눈팅’하며 볼 수 있다. 회원들이 올린 글들은 그냥 밖으로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검색 엔진들이 잘 찾아낼 수 있게 저장된다. 실제로 검색 엔진에서 신간 도서를 찾으면 그믐에서 열린 독서 모임이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올라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믐의 독서 모임이 출판사들에게도 유용한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그믐이 빠르게 독서가들의 호응을 얻은 데에는 처음부터 온라인 독서 모임을 가장 잘할 수 있게 기능과 디자인을 설계한 덕이 컸다. 예를 들어 그믐에는 ‘스포일러 방지 기능’이 있다. 소설 독서 모임에서는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뒷부분의 줄거리를 노출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런 경우에 이 기능을 사용하면 해당 문장을 클릭하기 전까지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글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덕분에 뒷부분을 읽은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감상을 올릴 수 있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결말을 알게 될 걱정 없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다른 책들을 가상의 모임 책장에 꽂거나 개인 관심 책장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수집한 문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게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기능 등도 인기다.


이렇듯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오히려 더 깊은 고민이 담겼다.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는 ‘좋아요’ 버튼이 그믐에는 없다. 이용자들이 ‘좋아요’ 숫자를 의식하면 호응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각을 올리기 주저하게 되고,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독서 모임에는 그런 효과가 치명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임 기한을 최대 29일까지로 정한 것 등의 개성도 ‘건강한 독서 커뮤니티의 모습’을 염두에 둔 설계다. 진지한 독자들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그믐에서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 작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황보름, 강양구, 조영주 작가 등이 자발적으로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후원과 독서 모임을 함께 ‘스테디오’

 

스테디오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텀블벅이 만든 월간 멤버십 후원 서비스다.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모임을 열면 팬들이 유료 구독하는 방식으로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왔다. 독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독서 모임도 이 플랫폼을 이용해 열 수 있다. 실제로 ‘발행인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모임’, ‘미라클 모닝 독서 100일 챌린지’ 등의 독서 모임이 개설되어 있다. 아직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유료 모임을 누구나 쉽게 열 수 있고 결제 방식도 간편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수익성을 입증하기는커녕 아직 개념 정의도 명확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을 소개하는 일이 다소 부담스럽다.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활동이 뜸해진 몇몇 커뮤니티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의 잠재력만큼은 거대하다고 믿는다. 앞서 설명한 독서 커뮤니티의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해낼 수 있는 장(場)이 바로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자들의 목소리가 텍스트로 기록돼 충분히 쌓이면 바로 비평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은 오프라인 독서 모임들과는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 책을 주제로 온라인 공간에서 피어날 수많은 대화들을 즐겁게 기다린다.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마침내 읽은 힐링 스페이스물 (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 원조! 불편한 편의점.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는 원래 그리 너그럽지 않은 편인데 (남들이 많이 좋아해 줬으니 굳이 나까지 라는 심술 발동) 이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한없이 몰랑몰랑해졌다.


오래된 친구의 미소처럼 낯선 동네에서 더욱 반갑게 다가오던 편의점 불빛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도 이것저것 고르는 행복한 고민을 선사해준 진열대, 눈치 보지 않고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던 구석 자리 작은 테이블.

편의점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인데 앞으로는 <불편한 편의점>도 그 기억 한 켠에 정답게 자리할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최근에 받은 선물 자랑

남편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신과 진료를 갈 때 동반한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처음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때부터 거의 매번 함께 가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내 상담은 옆에서 공짜로(?) ㅎㅎ 조금 해 주기도 하시고 우리 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그제는 의사 선생님이 "자랑할 일이 있으면 자랑 많이 하세요. 좋은 거에요." 라고 하셨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워 뭔가 자랑하는 것이 낯 뜨겁고 어색하다. 실제로 자랑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하지만! 요 며칠 우연치 않게 선물을 받게 되어 본격적인 자랑 타임을 가져본다. (사족이 길구먼)


1.조영주 작가님이 주신 도장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대부분 모름) 그믐을 시작하고 나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마이 네임 이즈 김새섬. 유 노?

작가님이 도장을 선물로 주셨다. 옛날 이름으로는 도장이 몇 개나 있지만 새로운 이름이 새겨진 도장은 처음이다.

선물 상자에 붙은 테이프 문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겸손 1번에 자랑 10번. 네.자랑할게요!!

파란 천으로 만든 고운 도장집에 바깥에 '그믐'이라 쓰여있는 까만 도장은 손에 쥐어보니 그립감도 좋다. 테스트로 흰 종이에 찍어보고 소리 질렀다. 이건 정말 너무 예쁘잖아! 선물이라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밖에 모르는 나는 이런 센스쟁이들이 너무 부럽고 고맙다.


2.하정 작가님이 주신 레몬 갈갈이

처음 받고 이것은 다진 마늘인가 싶었는데 아니고 제주 유기농 레몬이다. 씨앗과 꼭지만 제거하고, 진공블랜더로 레몬을 통째로 갈아 만든 이름도 재미있는 레몬 갈갈이. (레몬 외 아무것도 안 넣었다고 하심.)

먹기도 전에 눈과 혀가 먼저 반응한다. 상큼한 봄의 기운이 물씬. 궁금증에 일단 한 스푼을 살짝 맛 보았는데 쓰지도 않고 상콤하니 너무 맛있어서 정신줄 놓고 숟가락으로 막 퍼먹었다. 투게더도 아니고 이러다 한 통 다 먹을 것 같아 일단 멈추고 집에 있는 꿀을 함께 넣어 따뜻한 레몬차를 만들었는데 너무 향기롭다. 맛도 맛이지만 그 정성이 너무 고맙다.


3.수북강녕 책방지기님이 주신 에코백과 책 

그렇다. 나는 서점 주인에게 염치없이 책을 선물로 받는 사람이다. 책을 수십 권을 사도 모자란 판국에 책방지기에게 책을 선물로 받다니. 그믐에서 고전읽기 모임을 하고 싶어 계획 중이라는 이야기에 선뜻 옆에 있는 덴마크 큐레이션 서가에서 '햄릿'을 선물로 주셨다. 노린 거 아니고 그냥 말씀드린 건데! 마침 그 옆에 햄릿이 있었을 뿐이고! (믿어주세요T.T)

에코백은 붉은 컬러도 쨍하니 예쁘지만 거기에 쓰인 글귀가 너무 좋다. Arbeidsglaede '일터의 행복'이란 덴마크 단어라고 한다. '일터의 행복'이라니 이 무슨 '뜨끈한 팥빙수' 같은 소리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이 괴롭기만 할 이유는 없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장소에서 작은 기쁨과 소소한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멋진 단어가 새겨진 넉넉한 사이즈의 에코백. 감사합니다!

20회 그믐밤 뒷이야기

3월 9일, 봄이라곤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토요일. 은평구의 동네책방 수북강녕에서 20회 그믐밤이 열렸습니다. 저마다 이른 봄을 맞으시려는지 지하철이며 거리가 생각보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더군요.


하정 작가님은 이미 도착하셔서 전시 물품 디스플레이에 한창이셨습니다. 무얼 도와드려야 좋을지 모르는 저는 방해가 될까 뒤에서 사진 몇 컷을 찰칵이며 찍었어요. 작가님 손길이 닿자 수북강녕의 서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하우스 갤러리로 변신.


책에서 눈으로만 본 물품들이 제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더군요. 사진으로 볼 때는 실제 사이즈를 가늠할 순 없었는데요 실물로 보고 요모조모 만져보니 더욱 친숙해졌어요.


그 사이 수북강녕 책방지기님은 덴마크 오픈샌드위치를 준비해 주셨어요. 호밀빵에 버터와 치즈, 홀스래디쉬 소스를 바른 후, 올리브와 토마토 슬라이스, 초리조와 살라미, 각종 잎채소까지 올려 먹는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는 든든하면서도 맛났어요. 저는 베트남에서 사 온 과자와 노니차를 준비했습니다.


북토크는 7시 29분 시작이지만 참석자분들은 일찍부터 오셔서 책방과 전시를 꼼꼼히 둘러보셨습니다. 그믐에서 아이디로만 만났던 이들을 직접 뵙는 것은 언제나처럼 반갑고 설레는 그믐밤의 귀한 순간들입니다.


북토크 시작 전, 전시 서가에서 하정 작가님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짤막한 도슨트 타임도 가졌고요, 이후 복층으로 올라가서 본격적인 북토크를 함께 했습니다. 작가님의 차분한 음성으로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들려주시는 솔직하고도 진솔한 이야기에 모두가 푹 빠져 북토크는 예정된 1시간 29분을 조금 넘겼어요.


책 속의 귀한 물건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온라인 모임의 다정한 참가자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

3월 9일 어느 그믐날,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

일이 힘들고 즐겁지 않을 때[내가 만난 名문장/김새섬]

3월 4일자 동아일보 "내가 만난 명문장" 코너에 개브리얼 제빈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중 한 문장에 관해 글을 올렸습니다.


온라인 기사 읽기

한달살기에 필요한 것들

한달살기는 3박4일의 여행과는 다르다.

일단 챙겨가야 하는 물건들이 내 기준 몇 개 있다.


1. 손톱깎이

여행만 가면 멀쩡하던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왜 갑자기 생기는 건지! 튼튼했던 발톱 끝은 왜 갑자기 깨져서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는 이것을 ‘손톱깎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옆에서 그게 바로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노노! 여행 중에 머피는 필요 없고 필요한 건 손톱깎이) 의외로 손톱깎이를 구비한 숙소가 많지 않다. 과일칼이나 가위 등은 리셉션에서 빌려주기도 하는데 반해 손톱깎이는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밤 12시에 손톱깎이 혹시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되지 말자.


2. 머그컵

호텔에 있는 앙증맞고 하얀 찻잔은 커피 두 모금이면 끝난다.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를 타야 좀 마실만한 양이 나온다. 마음에 들고 아끼는 예쁜 머그잔 말고 버리기 직전의 낡은 컵이면 여행 내내 잘 사용하다가 집에 가기 전 작별해도 괜찮다.


3. 옷걸이

옷장이나 행어를 갖춰 놓고서는 막상 옷을 걸 옷걸이가 없는 숙소도 종종 있다. 짧은 여행이면 갈아입을 옷도 몇 벌 안 되니 대충 의자 등받이에 걸거나 침대 위에 펼쳐놔도 되지만 한달살기 같은 긴 여행이나 날씨가 추운 지역으로 떠날 때는 두꺼운 외투를 걸어 놓을 옷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탁소 옷걸이라도 몇 개 챙겨가면 좋다. 양말, 속옷을 간단히 빨아서 널어 말리기에도 유용.


4. 머리 자르기 : 물건은 아니고 필요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그 기간 동안 자라 다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행지에서 머리를 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베트남 물가가 한국보다 많이 싸니 미용실도 저렴하지 싶어 조사해 봤다. 남자 커트가 5천원~1만원, 염색은 2만원~6만원. 나의 예상보다 아주 많이 싸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 염색을 집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비용을 들여 해야 할까 싶었지만 남편은 머리를 좀 자르고 싶다길래 나트랑에서 해보라고 권했다. 마침 세 번째로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이발소가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남자 커트 2만 동. (한화 1천원 조금 넘는다.) 너무 싼 것 같아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들어가 보니 어린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라는 이름도 그렇고 현지 물가를 고려해도 너무 낮은 가격인데 미용학교 실습생들이 연습 겸해서 머리를 잘라주는 곳인 걸까? 하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머리 다듬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의외로 이발사분이 세심하고 신경 써서 가위질을 하더라. 최종 결과물(?)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샴푸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1천원에 이발 완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아시자와 요

오바하지 않는 괴담집이랄까?

덤덤하게 읽어가다 가슴이 서늘해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트레바리 클럽장 활동을 합니다.

온라인 독서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도 많고 막막하던 때가 있었어요. 이럴 때 제일 도움이 되는 건 이미 잘 하고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죠. 감사하게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선배님들 몇 분을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님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멋지게 증명하였죠. 강남 아지트와 안국 아지트를 근거지로 일주일에만도 수십 개의 클럽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셔서 ‘선택’이라는 키워드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나에겐 아무런 ‘선택’할 일이 없다고요? 당장 오늘 점심 메뉴만 해도 우리는 볶음밥과 김치찌개 사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했어요. 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결국 내 삶을 이룹니다. 클럽에서는 내가 선택한 것, 앞으로 내가 선택할 것, 또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2023 내 방에서 만나는 일상의 인문학]

인문학의 최고 짝꿍은 핑크색 슬리퍼! 상반신 컷이라 발은 카메라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길래 발 시려워서 계속 신었다. 😂


결국 인문학을 통해 우리가 궁금한 건 이 질문일 거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나도 답은 모른다. 하지만 그 길 찾기의 과정에 책이 길잡이 등불이 되어줄 거라는 것. 그 정도가 나의 믿음이다. 그 믿음을 다른 이와 나누고 싶다.


추우니까 내 방에서 편히 만나요. 인문학.


김누리 교수님, 한소범 기자님 등 좋은 강의가 많다.


[2023 내 방에서 만나는 일상의 인문학 ⑯강] '함께'일 때 가치있는 '삶' (김새섬)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 카레

1963년에 발표했다니 60년 전에 나온 작품이다. 책에 등장하는 이념 전쟁은 이미 오래 전 종식되었다. 작품의 앞과 끝을 장식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89년이니 벌써 30년 전. 하지만 이 책은 낡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세 번째 작품인데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첫 번째, 두 번째에 비해 흥행에 대단히 성공했다고 한다. 

 

스마일리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적인 신사 스마일리와는 다소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다른 스파이, 행동파 돌격대장 엘릭 리머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베를린 장벽을 건너오던 자신의 첩보원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리머스가 무기력한 좌절감과 분노에 휩싸여 바라보는 것으로 소설의 첫 장면은 시작된다. 

 

스파이물을 좋아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스파이 아닌가. 우리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회사에서는 내가 내가 아닌 척. 부장님의 유머가 재미있는 척. 관심도 없는 1사분기 매출 그래프가 중요하다는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심하게 오는 날이 있고 그럭저럭 내가 속한 제도와 조직의 안온함에 감사해 하는 날도 있다.


존 르 카레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여태껏 읽었던 그의 모든 작품의 주제는 ‘사랑’인 것 같다. 사랑밖엔 난 몰라 스타일의 주요인물이 항상 등장한다. 


p.s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나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 몹시 불행했고, 극단적인 외로움과 개인적인 혼란을 견뎌야 했다. (…) 나는 너무 오랫동안 가난했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내 직업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지를 깊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도와 규칙을 일단 받아들인 다음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싸우는 과정이 결혼 생활과 직업에 대한 내 관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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