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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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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 요코야마 히데오

692 페이지의 <64>, 480 페이지의 <빛의 현관>등 굵직한 작품들을 쓴 요코야마 히데오.

과연 그의 단편은 어떨까? 

<진상>은 총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이야기마다 배경이 다르고 재미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만의 결함, 비밀, 치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마지막 작품 <꽃다발 바다>의 여운이 길다. 작가는 60페이지짜리 단편에도 얼마든지 풍성한 플롯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보여준다.  



진상
진상
가장 절박한 질문은 바로 삶의 의미이다.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굳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그것은 철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외에 세계가 3차원인지 아닌지, 이성(理性)의 범주가 아홉 개인지 열두 개인지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런 문제들은 장난이다. 우선적으로 답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니체의 바람대로, 무릇 존경받는 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 대답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답 뒤에는 결정적 행위가 분명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심정적으로는 분명히 느껴지지만, 이성적으로 명확히 밝혀지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어떤 질문이 다른 질문보다 더 절박한지 아닌지를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자문해 보면, 나로서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이어질 행동이 바로 그 판단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존재론적 논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중차대한 과학적 진리를 주장한 갈릴레이는 그 진리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그것을 미련 없이 포기해 버렸다. 어떻게 보면 잘한 일이다. 그 진리라는 것이 화형까지 무릅쓸 만한 가치는 없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든,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돌든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알기로는, 인생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 때문에 죽는 사람들은 많다. 또 다른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에게 삶의 이유를 부여해 주는 이념이나 환상들 때문에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우리가 삶의 이유라고 부르는 것이 죽어야 할 멋진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삶의 의미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절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15~16쪽

카뮈의 <시지프 신화> 는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이렇게 3개의 큰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첫 번째 챕터 '부조리의 추론'의 처음 장인 '부조리와 자살'은 위의 문장들로 시작한다.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바로 삶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으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 책을 시작하는 첫 문단은 언제 읽어도 빨려들 듯 몰입감이 대단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마치 멜로드라마에서처럼, 하나의 고백이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삶을 감당할 수 없다거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유추를 너무 멀리까지 밀고 나가지는 말고 쉬운 말로 되돌아와 보자. 그것은 그저 삶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물론,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삶이 요구하는 행위들을 우리가 계속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습관이다.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러한 습관의 하찮음, 삶의 심오한 의미의 전적인 부재, 부산스러운 일상의 어이없음, 고통의 무용함을 본능적으로나마 알아차렸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면마저 박탈해 버리는 이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18쪽
시지프 신화
시지프 신화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쓰는 80%의 소설은 다들 비슷하게 재미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재미가 있고 후반부의 적당한 반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이제는 이 작품과 저 작품이 머릿속에서 합쳐져서 가끔은 분리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의 작품 중 살인 사건보다는 웃음에 초점을 맞춘 코믹 소설류가 있다. <명탐정의 규칙> <독소 소설> 등이 그것인데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도 그중 하나.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처음 등장하는 <세금 대책 살인사건>부터 빵빵 터진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모든 지출을 경비로 인정받고자 하는 소설가. 그러자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설 속에 전부 등장시켜야 한다. 결국 일본의 소도시에서 일어나야 하는 사건은 하와이가 배경이 되고 등장인물들은 쓸데없이 골프를 치고 쇼핑을 하게 된다. 


작가도 편집자도 독자도 모두 늙어버려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미래를 그린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소설 분량 늘리는 꿀팁을 알려주는 <장편소설 살인사건> 그리고 2001년에 일본에서 책이 나왔는데 마치 지금의  AI 현실을 예상이라도 한 듯 소름끼치게 정확한 예언처럼 느껴지는 <독서 기계 살인사건> (독서 기계라 불리는 물건이 나오는데 지금의 AI 와 똑같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그믐 송년회

그믐 송년회가 있었어요.

전원이 재택 근무중이라 만날 때마다 어색한 우리들. 

일 년에 서너 번 얼굴을 마주하니 볼 때 마다 너무 반갑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에 이르게 내려간 팀원분도 한 분 계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요. 


“우리 사진 같이 찍은 것, 그믐 인스타에 연말 인사로 올릴 테니 본인 얼굴 나오기 싫은 분들은 옆모습 부탁드려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래야 하나요? 전 얼굴 크게 나오고 싶은데요.” 라며 격한 자신감을 보여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한 해 동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내가 아니고 우리일 수 있어서, 행복했던 23년이었어요. 

쇼펜하우어 유행

오래간만에 찾아본 베스트셀러 목록에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 3권이나 있었다. 쇼펜하우어를 한참 좋아했던 나로서는 반갑기도 또 의아하기도 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쇼펜하우어는 정말 ‘매운 맛’ 철학자인데. 하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했던 그였으니 지금의 저출생 한국 상황과 참으로 맞아 떨어지는 철학자인 걸까?


“인생이 고통이야, 몰랐어?” 라는 대사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이전에 쇼펜하우어가 먼저다. 그에 따르면 고통과 불운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규칙이며 삶의 기본 조건으로 품고 가는 것이다. 쾌락은 기대한 것보다 크지 않은 반면 고통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 쓰다 보니 점점 더 우울해진다. 하지만 정작 철학자 자신은 70세 넘어까지 잘 산 듯 한데 그를 끝까지 붙들어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시시리바의 집 - 사와무라 이치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보지만 무서운 책은 그럭저럭 읽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무서운 영화는 영상보다도 갑자기 크게 울리는 소리의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점프스케어라고 하던가? 공포라는 수식어보단 깜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영화들도 많다. 


이 책은 꽤 무섭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작품에서 주된 공포의 소재로 등장하는 모래와 기다랗게 키가 큰 영혼의 모습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고어한 부분도 별로 없어 잔잔하고 따뜻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 생각이니 읽고 무서워서 잠 못 자도 책임은 못 짐.  

시시리바의 집
시시리바의 집
마음성장 플랫폼 플레이라이프 인터뷰

아침 8시에 인터뷰 장소를 향해 출발하는데 왠 눈보라가 T.T

정말이지 너무 추웠다. 원래대로면 검정 롱패딩이 나의 겨울철 기본 착장인데 나름 인터뷰라고 코트를 입고 간 것이다. 그나마 다양한 사진 컷을 위한 촬영소품이라며 따로 챙겨간 털모자와 장갑이 길거리 촬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실내 촬영은 '느긋한 서재' 와 '오케이어 맨션'이라는 합정의 멋진 공간에서 따뜻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17회 그믐밤 뒷이야기

열일곱 번째 그믐밤은 비 내리고 바람이 세찬 밤이었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겨울치곤 온화했던 날씨가 갑작스럽게 나빠지고 추워져 오시는 분들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저 역시 들고 갈 짐이 있었기에 우산에 내어줄 손이 부족해 날씨가 좀 원망스러웠지요.


북티크 책방은 대흥역 인근 경의선 공원에 가까워 조금 일찍 가서 낙엽길을 산책하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산살을 뒤집는 바람 덕분에 산책보다는 뜨끈한 국물이 당겨 역 근처에서 쌀국수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덥힌 후 책방으로 향했습니다. ^^


23년도 마지막 그믐밤 주제는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내 맘대로에 큰 느낌표를 찍습니다. 누가 뭐래도, 세상의 유행과 상관없이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저부터 시작을 했어요. 사회자라는 권력을 이용해 시간제한 없이 마음껏 <동물권력>을 홍보하며 꼭 한 번 읽어주십사 매력 어필을 해 보았습니다. 이어지는 열 권 이상의 책 소개가 있었어요. 다들 출판사의 영업사원이라도 된 양, 한 분 한 분 가져오신 책들을 열정적으로 홍보하시는 모습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그렇게 그믐밤에서 소개된 책들은 장르도 작가 군도 너무나 다양했어요. 자기계발 서적, 국내 SF 소설, 아름다운 문장의 산문집, 베스트셀러 소설, 경제학 도서, 심리학 서적 등등

마치 다른 사람이 소개하지 않은 책들을 골라 주세요 라고 사전에 부탁이라도 한 듯 매우 다양한 책들이 골고루 추천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한 권 이상씩 자신의 올해책을 소개한 뒤, 투표로 ‘내년에 나는 이 책을 읽겠다’ 싶은 책에 각자 한 표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 역시도 어느 한 쪽 쏠림 없이 골고루였어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책은 없었지만 그중 가장 많은 득표수 3표를 득한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가 최종 도서로 뽑혔어요. 이 책은 브런치를 통해 작가로 데뷔하신 조니워커님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인데요, 이 작품을 @알파핼릭스2 님이 소개해 주신 뒤 많은 분들의 질문 공세가 잇달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책도 책이지만 작품과 작가님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여주신 알파핼릭스2님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물론 투표는 다른 책에 했습니다만…ㅎㅎ)


오늘 그믐밤에서 저는 예전에 읽었던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이 불현듯 떠올랐어요. 흔히들 사람은 평균적으로 그럴 것이다, 보통 이러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들은 뜯어보면 사실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가요. ‘내맘대로’ 올해책에 함께 하셔서 ‘내맘’의 속살을 살짝 내비쳐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다시 마주친 비바람은 상쾌했습니다.

5회 그믐무비클럽 서독제 굿즈

49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 8일 폐막, 그리고 그믐의 영화 모임은 이틀 전에 끝났습니다.

그믐 무비클럽에는 20분을 초대했고 미션 수행하신 분들에게는 서독제 굿즈를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여태까지 무비클럽을 네 번 진행했고 미션 완수율이 약 50~60% 정도라 그렇게 예측하고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오늘 집계해 보니 무려 16분께서 꼼꼼히 영화 리뷰와 현장 스케치, '디어 라이프'라는 테마에 맞춰 올 한 해 회고까지 적어 주셨어요.


준비한 선물이 부족해서 부랴부랴 서독제 홍보팀장님께 SOS!!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굿즈들이 조금 있다고 하여 보내주십사 요청을 드렸습니다.


2023 “서울독립영화제” 출품작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믐보다 많은 영화 커뮤니티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짤막한 한 줄 리뷰 아니고요, 다녀오신 분들의 진짜 생각, 영화에 대한 사랑, 현장 중계가 살아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을 포함 영화를 만드신 분들이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창작자로서 정말 감동받으실 듯 합니다.


https://www.gmeum.com/meet/982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책은 지루하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 한 번만 읽어보세요 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전자책으로 총 몇 페이지인줄도 모르고 읽기를 시작해서 3일간 정신없이 손가락을 옆으로 슬라이딩하다 보니 끝났다. 인터넷 서점의 도서 정보를 찾아보니 452페이지라고. 워낙 재미있어서 질주하듯 읽다 보면 남겨진 페이지가 쑥쑥 줄어든다. 


공항 라운지바에서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며 낯 모르는 이를 만나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에 관해 털어놓는다는 초반 설정은 어쩔 수 없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교차살인으로 서로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는 뻔한 방식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잘 짜여진 스릴러지만 군데군데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설정들도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아내를 죽이고 싶어하는 억만장자 테드는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여주인공 릴리는 평범한 학교의 교직원인데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이 자연스러운가 하는 점들. 그래서 앞 부분에 릴리와 테드의 만남이 절대 우연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보다도 비범할 정도의 초연함과 윈슬로의 숲에서 책에 둘러싸여 사는 생활 방식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쓸쓸하게 살아갈까? 아니면 살면서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별종일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
죽여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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