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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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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북모닝 도서] 편안함의 습격

불편함이 주는 선물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장마철에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루함에 몸부림치던 기억이 난다. 만화책을 다 읽고도 할 일이 없어 천장 장판 무늬를 세던 그 시간, 그 시간은 단순한 나만의 공백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 미국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 아론 소킨도 비슷한 경험을 회상한다. 돈도, 약속도 없던 어느 밤, 그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쓰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불편함과 지루함을 일상적으로 마주했다.


이 책은 편안함의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한 공백처럼 보였던 그 시간들은 사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소중한 기회였을지 모른다.

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9월 북모닝 도서] 위대한 패배자

꿈꾸는 바보들


힘들 때면 위키피디아를 통해 위인들의 삶을 찾아보곤 한다. 많은 이들이 단번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큰 영감과 자극을 얻었기에, 언젠가 이 내용을 책으로 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심지어 제목까지 정해놓을 만큼 진심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내가 하고 싶었던 기획을 이미 누군가 해냈다는 사실에 놀랐고, 심지어 20주년 개정판이라는 점에 내 아이디어가 틀리지 않았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책에 실린 인물들의 면면은 얼핏 '패배자'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체 게바라, 빈센트 반 고흐, 윈스턴 처칠처럼 위대한 인물들이기에. 하지만 이 책은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한 패배자'와 같은 소제목을 통해 그들이 겪었던 실패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제 힘이 들 때면 들춰 볼 책이 생겼다.


교보문고에서 책추천 전문 읽기

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20주년 기념 개정판
[9월 북모닝 도서] 렛뎀 이론

그냥 내버려두세요


렛 뎀(Let Them)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냅둬' 또는 '내버려 둬' 정도가 가장 자연스러울텐데 나는 조금 장난스럽게 충청도 사투리로 '냅둬유' 이론이라 부른다. 이 책은 현대인이 겪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들을 그냥 그렇게 하게 놔두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는 타인의 행동과 판단에 얽매여 자신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관계, 사건, 그리고 타인의 기대에 집착하는 대신,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렛 뎀(냅둬유)'과 '렛 미(내가 하자)'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마음의 평화와 감정적 독립을 원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안 읽어도 전 그냥 여러분을 냅둘거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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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뎀 이론 - 인생이 ‘나’로 충만해지는 내버려두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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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북모닝 도서] 스포트라이트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용기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의 제목은 ‘마지막 질문’이다. 부제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물음’.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용기를 낼 걸’,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지 말 걸’이라고 한다. 너무 익숙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삶이 무한한 것처럼 살아가는 걸까?


‘희소성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믿지만, 사실 시간은 가장 희귀하고 소중한 자원이다.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갈 때, 사회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지 선명하게 보인다. 내 경험상, 이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다.


삶의 유한성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되고, 원하는 삶을 살 용기를 얻게 된다. 암이라는 극단적인 계기로 깨닫는 것보다, 책 한 권으로 그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거래 아닐까.


교보문고에서 전문 읽기

스포트라이트 - 세상을 향한 조명을 끄고 내 안의 불을 켜는 법
스포트라이트 - 세상을 향한 조명을 끄고 내 안의 불을 켜는 법
대학로의 아침

그믐 회원들과 연극, 뮤지컬을 함께 보는 ‘그믐연뮤클럽’에 참여했어요. 뇌수술 이후 집에서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장소를 간 곳은 이번이 두 번째네요.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봤는데요, 혹시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을까봐 아예 극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방 두 개짜리 예쁜 스튜디오였는데 주방에 비치된 머그컵의 옆면에 적힌 문구가 좋아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RECIPE FOR HAPPINESS

행복 조리법


1 BIG SMILE

큰 미소 한 번

2 CUPS OF SWEETNESS

다정함 두 컵

A LARGE HELPING OF POSITIVITY

적극성 큰 접시로 하나

A GOOD SENSE OF HUMOUR

좋은 유머 감각

1 CUP OF SELF-ESTEEM

자부심 한 컵

2 SPOONFULS OF TRUE FAITH

참된 믿음 두 숟가락

1 SPOONFUL OF GOODWILL

선의 한 숟가락

2 PINCHES OF RELAXATION

휴식 두 꼬집

AND A HEART FULL OF LOVE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


MIX TOGETHER AND SHARE WITH FAMILY AND FRIENDS

이 재료들을 다 섞어서 가족, 친구와 나눠 드세요


뮤지컬은 다행히 잘 봤고 뒤풀이 자리에도 잠시 참석했습니다. 그믐연뮤클럽을 이끌어주시는 수북강녕 대표님과 그믐연뮤 회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과 좋은 유머 감각이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치즈케이크와 커피도 먹었어요. 숙소에서 극장까지는 걸어서 2분 거리였는데, 국민대 제로원디자인센터가 길을 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선의 한 숟가락을 탄 다정함 두 컵을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감사해요.

#교보 #sam #그믐클래식 #교보문고

쥐어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분간해야 할 때.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하자.

할 수 없는 일에는 미련을 갖지 말자.

그 뒤로는 흔들리지 말자.

꿀자리

폭우가 쏟아지는 날 새벽, 병원에 피검사와 MRI를 받으러 갔습니다. 별관과 암병원을 잇는 복도에 커다란 전망창이 있고 그 앞에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을 몇 개 놓았어요. 인기 많은 장소라 비어 있을 때가 없고, 저는 저 자리들을 ‘꿀자리’라고 불렀죠. 저 자리 언제 한번 앉아 보나 했는데 이렇게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병원 직원 분들이 출근해서 각자의 과로 찾아가시는 동안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보며 디카페인 라테를 마시고 아침으로 치즈 바게트도 먹었어요. 8시간 금식 뒤 먹고 마시는 빵과 라테는 꿀맛. 전자책으로 독서도 조금 했어요. 암병원 입구에 꿀자리가 있고, 거기서 꿀맛을 즐길 수도 있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병원내다른꿀자리들도언젠가는

#딱한자리비어있었는데아싸행운

#책은버지니아울프의올랜도 #은근재밌음

의자 버리기

물건을 얼마나 오래 쓰세요? 22년 동안 쓴 의자 두 개,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쓴 여행가방을 정리했어요. 여행가방은 마지막으로 쓴 게 17년 전이었어요. 17년 동안 이사를 다섯 번 하면서 그때마다 ‘언젠가 또 쓸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저 가방을 버리지 않았다니, 미련하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10년, 20년 넘게 쓴 가구나 가전제품들이 수두룩합니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토스터기 등등. 30년 동안 쓴 독서대도 있어요. 슬리퍼도 빨아 신었는데 얼마 전 다이소에 갔다가 이제 슬리퍼 가격이 1000원인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빨아 신어야 하는 거지... 지구온난화가 심하다는데 물건을 아껴 쓰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시대. 이상합니다.


우리 부부의 엉덩이와 중력 사이에서 22년을 버텨준 의자야, 그간 고생이 많았어. 고마워요.

환자의 권리와 의무

입원해 있는 동안 궁금한 것들이 많았지만 쉽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여쭤본 질문에 간호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답해주셨고, 저는 “이런 거 여쭤도 되는지 몰랐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돼요, 환자의 권리인 걸요” 하고 대답해주셨습니다. 이후로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의료진을 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다니는 병원에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라는 문서가 담긴 액자가 곳곳에 걸려 있어요. MRI 검사를 기다리며 찍어 보았습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혀 있네요.

‘환자는 의료진 등으로부터 담당의료진의 전문분야, 질병상태, 치료목적, 치료계획, 치료방법, 치료예상결과 및 부작용, 퇴원계획, 진료비용, 의학적 연구대상 여부, 장기이식 및 기증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윤리적인 범위 내에서 특정치료 및 계획된 진료가 시작된 이후 이를 중단하거나 거절 할 수 있고 대안적 진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저 액자 근처에서는 좀 더 안심이 되는 기분이에요. 병원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려요. 병원에서는 어디에 가든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어보는데 환자를 헷갈려서 벌어지는 어이 없는 의료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걸 알게 된 뒤로 기쁘게 제 이름을 대답하고 있어요.


환자의 의무도 잘 새겨 봅니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모든 분들을 존중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봅니다.

8월 4일은 바로..

8월 4일은 저희 부부가 사귀게 된 날이자 결혼기념일입니다. 저희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구청에 혼인 신고를 할 때 이날을 결혼일이라고 적어 냈답니다. 매년 8월 4일이면 예약한 식당에 가러 집을 나서면서 투덜대요. “왜 이렇게 더운 날에 사귀기 시작한 거야?” “더워서 정신이 없었나 봐.” 24년 전 그날 날씨는 정말 푹푹 쪘던 걸로 기억합니다.


카메라를 싫어하는 부부라 같이 찍은 사진도 많지 않아요. 23년 9개월 동안 서로 헤어스타일이 달랐는데 석 달 전부터 머리 모양이 비슷해졌습니다. 뒷머리는 제가 더 길군요. 지난 24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잘 부탁드려요. 잘 싸울게요. 이 글 보시는 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고, 시원한 하루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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