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2022년에 아직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술집.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공간.
뻔하다면 뻔한 내용이지만 통찰이 느껴지는 몇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일본의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몇 가지 조언들.
이것 저것 너 무 재지 말고 그냥 해 보고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하고, 그러다 보면 뭐가 되어도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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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금 당장 그만두더라도 아무도 곤란해 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세상은 돌아간다. 하지만 당신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멋진 일이다. 그 일로 인해 당장 내일부터 세상이 달라질지 모른다.


사케동과 모듬초밥을 시켰다. 점심 시간이라 자리가 없을까 걱정하며 갔지만 자 리는 의외로 널널했다. 주변에 큰 회사가 없어서 그런 지 점심 시간에 몰리지는 않나 보다.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니 바깥에 나갈 때마다 사진을 기록해 보기로.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층은 광교의 여천을 마주보고 있는 구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전세냈다. 아마도 주말에는 자리가 전혀 없이 인기 가 많은 곳일듯.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과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멋진 곳.
그믐밤은 끝났지만 아직 닫히지 않은 이 공간에서 두 번째 그믐밤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그믐밤 https://www.gmeum.com/meet/54 이 많은 분들의 참석으로 훈훈하게 끝난 이후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저는 조금은 다른 방식의 북토크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북토크, 즉 작가와의 만남 형식이 아닌 책의 편집자나 번역자, 혹은 마케터 등과 함께 하는 자리는 어떨까 하고요.. 독서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 중에 이런 분들의 목소리와 생각이 항상 궁금했거든요. 저자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작품이나 다양한 여러 강연 등을 통해 의견을 알릴 기회가 있지만 과연 책을 만드는 분들, 책을 파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요?
마침 비치리딩 시리즈 8종을 함께 읽는 모임을 그믐에서 진행 했기에 비치리딩 시리즈를 출간하신 출판사의 대표님들께 북토크에서 생각을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 여쭤 보았고 인디페이퍼 최종인 대표님, 호밀밭 장현정 대표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호밀밭 장 대표님께서 예전에 스테레오북스가 지금의 온천천 부근으로 이사 오기 전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인연이 있다고 소개 시켜 주셨어요. 그래서 장소는 일찌감치 확정이 되었지요. (스테레오북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음악인이신 책방지기께서 운영하시는 곳으로 서점 한 쪽에 음악 관련 서적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장현정 대표님 역시 음악을 하셨던터라 두 분이 공유하는 지점이 분명 많으신 듯 해요) 이렇게 장소 섭외는 수월하게 되었고요, 다른 부분도 그닥 걱정할 필요 없이 진행이 되었어요.
역시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많이 수월하구먼. 하고 편안하게 누워 있던 중. 아뿔싸 사회를 봐야 하는 장강명 작가가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 그믐밤을 사회자 없이 진행해야 할지, 아예 취소를 해야 할지, 아니면 날짜를 미뤄야 할지... 신청하고 기다려 주신 분들이 계신데 취소는 안 될 말이고요, 한편 혼자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라 관련되어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책방의 행사 스케줄, 각 대표님들의 일정까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날짜를 새로 잡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출판사 대표님들과 긴 논의 끝에 그믐밤을 다음 그믐날로 미루자! 로 결론 내리고 부랴부랴 날짜 변경 공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날짜 변경 공지 자체가 좀 늦다 보니 공지와 이메일 안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멀리 서울에서 그믐밤 참석을 위해 부산에 내려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이지 죄송스러웠는데요, 이 분과는 다행히 나중에라도 연락이 닿아 개별적으로 말씀을 나눴어요.
대망의 그믐밤. 그 전 날은 원주에서 독서 대전 행사가 있었어요. 원주에서 부산으로 와야 하는데 바로 가는 것보다 서울을 들렀다가 다시 부산으로 오는 것이 교통편이 더 낫더라고요. 그래서 원치 않게도 서울을 들렀다가 다시 부산으로 갔습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이 (비단 문화 분야뿐 아니라요)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개인적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기도 했어요. 지역들 간 바로 이동하는 것보다 거리가 멀더라도 서울을 들렀다가 오는 것이 더 빠르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했네요.
부산역에 내려 돼지국밥 한 그릇 뚝딱하고 온천천으로 향했습니다. 온천천에 관해 스테레오북스 대표님께 여쭤본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온천물과 연관이 있어 온천천인지…이름이 다소 특이해서 기억에 잘 남는 곳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태 부산은 자주 찾았지만 올 때마다 당연히 바다로 발걸음을 향했던 저는 부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약간 이른 시간에 책방에 도착하여 온천천 주위를 살짝 살펴보았는데, 평화롭게 산책하는 주민들과 온천천을 바라보는 멋진 카페와 식당들이 가을밤과 어우러져 공기에 로맨틱함 마저 더해주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행사 시간이 다가와 하나둘씩 신청자분들이 도착하여 스테레오 북스 내부도 구경하시고 차례로 자리에 착석하셨습니다. 그믐밤 주제는 예고 드린 것처럼 지역 출판사 운영자로서 두 대표님의 고민과 로컬 문화 커뮤니티를 위해 필요한 것, 우리가 그리는 미래 등에 관한 것이었어요. 두 대표님 모두 달변이셔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놀라기도 했어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생각을 나눠주셨는데 대체 이런 자리 없었으면 섭섭해서 어쩌려고 그러셨는지…
책방은 크기가 아담해서 마이크 없이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자인 장강명 작가의 경우 목소리가 워낙 작은 편이라 크게 내느라 조금 고생을 한 반면 두 대표님은 발성이 워낙 좋으셔서 제일 뒤에 있는 저도 듣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특히 장 대표님의 경우 역시 보컬!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발성이 남다르셨습니다.
45분으로 예정된 메인 토크는 두 대표님의 솔직하고 진솔한 말씀이 너무 좋아, 예상보다 살짝 길어졌고 다음으로는 참석해 주신 다른 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뒤따랐습니다. 이 번 그믐밤은 훈훈함과 가벼움만을 남긴 자리는 아니었어요.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이 있는 무거운 질문들이었고 우리 모두에게 숙제가 될 만한 고민들이 남았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불균형은 부산의 어느 한 책방에 모인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것은 의미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두 번째 그믐밤은 정말이지 그믐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로컬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두 대표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귀한 공간을 내어주신 스테레오북스 책방지기님을 비롯, 좌충우돌 두 번째 그믐밤에 참석하시어 고민을 더해 주신 참가자분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에디터리로 불리는 이지은 편집자님.
책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15년의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라고 하면 조금 과장일 테지만, 담담 하게 과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비롯 편집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 고민했던 것들을 나눠준다.
쉽지 않은 책이다.
아방가르드 라고 쓰여 있는데 읽다 보면 자꾸 다른 생 각이 나는 것이 내가 오향거리 주민이 된 것만 같다.


그믐밤은 지났지만 아직 이 공간은 10 여일 정도 열려 있어 저의 짤막한 소회와 과정을 이 곳에 풀어볼까 합니다. 못 다한 <다리 위 차차> 이야기도 계속 하고 싶고 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도 일일이 드리지 못해서 변명과 사죄(?)의 공간처럼 이 곳에 그 때 그 때 마다 제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내 볼까 싶은데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좀 얼떨떨해서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혔고, 오늘에 서야 조금 제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북토크는 많이 가봤지만 제가 준비하는 것은 처음이라 제일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음식은 많이 먹어봤지만 막상 요리는 처음인 기분. 일단은 송송책방 대표님께서 행사 진행 경험이 몇 차례 있으시다는 걸 알기에 ‘송송책방에 묻어가자’ 싶은 마음이 컸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하하 모르는 건 일단 무조건 여쭤보자! 대표님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잉? (물론 송송책방 대표님과 이 사실은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송송책방은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서점으로 지하철역 등에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역에서 걸어가는 길이 나름 쾌적하고 많이 복잡하지 않은 편에다가 서점 내부도 너무 예뻐서 북토크 장소로 제가 전부터 찜해 놓았던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간단한 식음료도 판매하시다 보니 이보다 더 안성맞춤일 수는 없었죠.
송송책방 대표님께 윤필 작가님, 재수 작가님께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조심스레 떨리는 마음으로 여쭈어 보았는데, 채 얼마 시간도 되지 않아 바로 가능하시다고 즉답을 주셨습니다. 시작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북토크, 별 거 아니구먼.
행사 준비는 제가 쓰는 이 글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하게 되었어요. 가만있자... 사람들이 모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아 맞다. 다 서있을 순 없고…엉덩이 붙일 의자가 필요한데, 송송책방에 의자가 그렇게 많았었나? 대표님께 연락함=> 대표님 의자 충분한가요?
제일 처음엔 숫자 29에 집착하다 보니 손님을 29명을 모시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29명이 송송책방에 물리적으로 못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약간의 준비 인원들, 또 작가님들 숫자까지 더해지면 공간이 조금 빡빡하게 느껴져서 즐거운 기분으로 오셨다가 숨 막히는 느낌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 싶어 쾌적한 북토크를 위해 참석자 숫자는 20명으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사는 막판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숫자가 관건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믐 플랫폼에 찾아와 주시고, 부러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다리 위 차차> 에 관해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고 당일에 물론 급작스러운 일들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오시지도 않을 행사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신청하시지는 않으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4시간의 시간을 드렸으나 아무도 그만 하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계속 이야기 해볼게요. 모든 준비는 다시 의식의 흐름대로 갑니다. 북토크는 북이 있고, 토크가 있어야 한다. (비장함) 북에 해당하는 <다리 위 차차> 는 걱정할 필요가 없이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올 책이고… 토크? 가만 있자. 토크 전달을 위해 마이크가 필요하구나. 송송책방 대표님께 여쭤보니 이미 책방에 2개의 마이크를 보유하고 계신다고요. 그런데 저희는 작가님 2분 + 사회자 장강명 작가까지 1명이 더해져서 최소한 3개 이상의 마이크가 필요한데…얼른 4개 짜리 세트를 주문 했습니다. 역시나 세상의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는 나라에서 배송이 된다더군요. 그런데!! 그믐밤은 다가와 오는데 마이크가 2주가 지나도록 안 오는 겁니다. 어떻게 되는거야 라고 방방 굴렀는데 그믐밤을 며칠 앞두고 마이크가 무사 도착했습니다. 마이크에 배터리를 채우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집에 있는 앰프와 연결을 하는데 뭔가가 안 됨. 그 뭔가가 뭔지는 모름. 앰프가 고장 난 건지, 전력을 연결하는 전원부가 잘못 되었는지, 어쩌면 처음부터 고장품 아니었을까? 스피커와 연결해 보겠다고 스피커 케이블도 샀는데 역시나 작동이 안 되고… 행사날이 다음날이라 이미 대여하기도 늦고, 일단은 대표님께 송송책방에 있는 마이크라도 챙겨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대표님, 마이크가 안 되요 T.T 그래도 어쩌면 혹시나 싶어서 제가 산 마이크를 챙겨왔는데 송송책방 앰프에 끼우니 작동만 잘 되더군요. 며칠 간 마음속으로 중국 물건을 욕했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안 그래도 윤필 작가님이 북토크 하실 때 우리 안의 편견 이야기하셨는데 저 얘기하시는 줄 알고 뜨끔해서 작가님 계속 외면함.
그믐밤 토크 이어가 봅니다. 한편, 참여해 주신 분들께 드릴 작은 기념품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역시나 이런 디자인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마음속으로 ‘나는 천재 디자이너다, 내 안에는 뛰어난 미적 감각과 센스가 내재되어 있다’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안을 4개 정도 만들어서 다른 분들께 공유해서 어떠냐고 여쭤보니 제가 미는 시안은 만장일치로 거절되었습니다. 천재란 동시대와 불화 할 수 밖에 없구나…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의 비애를 느꼈지요.
책갈피는 한 면은 그믐밤 관련이고, 다른 한 면은 <다리 위 차차>의 이미지인데 차차 쪽 디자인은 손댈 것 없이 송송책방에서 주신 이미지와 문구를 그냥 그대로 이용하였습니다. 그믐밤 1회 책갈피를 받으신 분들은 잘 소지하고 계시면 나중에 유명 NFT 저리 가라, 경매에 엄청난 금액을 받고 파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역사의 시작을 목격하셨던 것입니다!
북토크 질문지는 저의 사심을 듬뿍 담아 제가 궁금한 것들 위주로 18개 정도의 질문을 작성했어요. 토크 시간이 45분이라 더 많이 질문을 골라도 어차피 다 여쭤볼 수 없을 거 같더라구요. 궁금한 점이 많아서 최소한으로 줄여도 질문 개수가 더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중에 실제 북토크에서는 질문의 방향이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 2,3개 정도만 제가 미리 골라 놓았던 질문이 나왔습니다. 미리 짜 놓은 대본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윤필 작가님, 재수 작가님의 대답에 따라 토크는 유기적으로 흘러갔고 사회자 장강명 작가가 즉석에서 대화의 흐름에 맞는 질문들로 바꿔갔어요.
작가님들과 사회자 간의 본토크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본격적으로 참석자들과의 대화 시간이 되어 각자가 궁금한 것들, 작품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항상 이런 시간이 되면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어쩌지..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데 그런 걱정은 필요없었습니다. 다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작가님들께 궁금한 점들을 열정적으로 물어봐 주셔서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지요.
약 44분 정도의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 북토크 때문에 가장자리로 밀어 놓았던 커다란 테이블을 가운데로 옮겨 두런 두런 자리를 잡았습니다. 송송책방 대표님께서 미리 준비해 두신 과일과 여러 안주에 맥주 한 잔을 하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지요. @남극의주방님이 직접 남극에서 찍으신 사진을 보여주시고 그 중 원하는 사진들을 골라 갖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사진은 지금 저희 집 냉장고 여행 갤러리에 제주도와 일본에서 가져온 엽서, 사진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계속 테러리스트가 나타난다는 소식을 들은 공항의 보안요원처럼 이 곳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얼른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장내를 매의 눈으로 감시하느라 다른 분들과의 담소를 그렇게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T.T 하지만 끝끝내 사제 폭탄 폭발이나 참석자들 간 유혈 다툼, 두 작가님 간의 멱살잡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제가 할 수 있었던 가장 대단한 일은 마지막에 맥주병을 가까운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참석자분들이 모두 가시고 난 뒤 송송책방 대표님과 도움 주신 임지원 편집자님을 뒤로 남기고 저와 장강명 작가도 책방을 떠났습니다. 11시가 다 되었지만 여름밤은 아직 후끈했고 저는 작은 안도와 이상한 허탈함과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사전에 안달 냈던 몇 가지 걱정 거리들은 전혀 필요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이크를 비롯 사소한 몇 가지 고민들도 큰 어려움 없이 해결되었구요. 너무 긴장을 해서 인지 정말 무사히 끝난 거 맞나 라는 질문을 집에 가는 길,지하철역에서 계속 곱씹으면서 무언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두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각각 자신의 생각을 나눠 주셨던 첫 번째 그믐밤은 이렇게 꿈결처럼 끝났습니다. 저는 이제 두 번째 그믐밤을 조금 더 능숙하게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큰 감사드립니다!
카뮈에 따르면, 우리는 거짓 희망을 품지 않은 채 부조리 감각을 받아들여야 하고, 더 나아가 껴안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체념하면서 부조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결코 부조리를 전부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부조리는 부단한 대결, 저항, 교전을 요구한다...... 카뮈는 시시포스가 그 노동에서, 그 임무에 숙달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운명이 부조리함에도 불구하고 신들과 죽음에 끝없이 반항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심지어 행복까지 찾는 모습을 상상했다. "정상을 향해 가는 투쟁 자체가 충분히 사람의 가슴을 벅차게 해 준다. 시시포스가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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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가장 끔찍한 사실은 우주가 적대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관심함을 수긍하여 죽음의 한계 안에서 삶의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종으로서 우리의 존재는 순수한 의미와 성취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이 아무리 아득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빛을 마련해야 한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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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휴머니스트가 되자 는 작가님의 주장이 담긴 책이다.
우주는 무관심하다. 그렇다고 내가 무관심한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짜친 인생들의 살고자 하는 버둥거림?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 줄 감상은 이랬는데 뒷 표지에
'출구가 꽉 막힌 생의 보통날, 그 순간 펼쳐지는 이야기의 향연' 이라고 편집부가 정제된 언어로 써 놓았다.
제대로 읽은 거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