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이제는 그믐밤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6시간 있으면 이 공간이 닫히기 때문에 마음에 조바심이 생기네요. 요즘 트렌드는 이런 후기도 바로바로 쓰고 시의성 있게 올려야 된다는데, 저는 후기를 쓰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라 좀 늦었습니다. 그믐밤에서 오간 이야기는 구름산책 블로그에서 잘 정리해 주셔서 저는 어떻게 구름산책과 그믐밤을 하게 되었는지 전 단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세 번째 그믐밤은 여러 면에서 첫 번째, 두 번째 그믐밤과 대조되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저에게만?)
A. 첫 번째 그믐밤은 작가님들을 모시고 작품 이야기(다리 위 차차)를 중심으로 말씀을 들어 보았고, 두 번째 그믐밤은 출판사 대표님들을 만나 부산의 로컬 문화에 대해 들어보았어요. 그런데 그믐밤은 동네 책방과 손잡고 하는 모임인데 막상 책방지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 세 번째 그믐밤은 무조건 책방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B. 다음은 위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그믐밤은 서울 양재천의 송송책방에서 열렸고 두 번째는 부산 온천천의 스테레오북스에서 열렸습니다. 서울과 부산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도시들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책방이 모두 너무 좋았다 보니 다음 책방은 과연 어디가 될까 다소 부담스럽고 막막해 하고 있다가 왜 막상 내가 살고 있는 수원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가 싶었지요. 그래서 이 번에는 가까이 있는 서점에서 그믐밤을 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어찌해야 할지는 모르던 상태였습니다.
A+B. 그 다음은 ‘구름산책’ 이야기입니다. 구름산책이 있던 곳은 저의 집에서 가까운 상가 단지의 2층으로 원래 작은 수학학원이 있던 곳이었어요. 바깥에는 학생들의 공부 집중을 위해서인지 어두운 시트지가 발라져 있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저는 학원과는 백만광년 떨어져 있으니 존재 정도는 겨우 알았지만 그닥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원이 사라지고 뭔가 뚝딱뚝딱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는 것 같았어요. 구름산책이라는 예쁜 이름과 함께 독특한 로고가 새겨진 간판이 등장했을 때 탄성을 질렀습니다. 호기심에 바깥에서 몇 차례 공사가 진행되는 것도 훔쳐보았어요. 하지만 막상 책방이 탄생하고 나서도 그믐밤을 이 곳과 연결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구름산책 주위를 걷다가 위의 A와 B 아이디어가 결합되었어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책방, 그래! 바로 여기잖아. (네. 파랑새는 가까이 있었어 라는 고전적인 스토리입니다.)
이 곳에 새로 책방을 내신 새내기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나서 검색을 약간 해보았는데 구름산책 책방지기님은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고 나오더군요. 거기다 그 소설이 심지어 책방을 다룬 책이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물론 책방 운영만으로도 해 주실 이야기가 많으실테지만 작품 이야기까지 더해주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심지어 그 작품이 책방을 다룬 내용이라면…우주의 모든 기운(?)이 이번 그믐밤은 “구름산책”이다 라고 점지해 주는 기분이었어요.
일단 흥분된 마음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잠시 잡상인으로 오해한 김지혜 작가님의 얼떨떨한 반응 이후 (책방 오픈 이후 온갖 곳에서 물건 판매를 비롯 많은 권유의 전화를 받는다고 하시네요.) 그믐밤 설명을 드리니 너무너무 반가워 하시더군요. 거리가 가까우니 일단 직접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구름산책에 가서 그믐밤 취지를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니 기꺼이 함께 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믐밤은 무엇보다 날짜가 중요해서 그믐날이 가능한지 여쭤보았는데 월요일은 원래 휴무지만 그믐밤이라면 좋다 라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지요.
그 이후로도 그믐밤에 관해 회의한다는 명목을 빌어 구름산책을 방문해서 김지혜 작가님과 즐거운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그믐밤 준비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덧 드라마로 넘어가고 결국엔 손석구 배우님이 멋지다 라는 알 수 없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며 겸손한 작가님이셨지만 누구라도 이 곳을 방문해 본 분들은 아실 수 있어요.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서 준비한 구름산책만의 큐레이션. 온라인 상에서의 홍보와 소통도 부지런하시고요.
우리가 사랑한 책방, 사랑 받기 마땅한 책방, 구름산책! 이 곳에서 그믐밤 시간에 정말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시간을 만들어 주신 김지혜 작가님, 그리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공원 한가운데 마치 그림처럼 존재하는 도서관.
3층에 있는 뒷문을 열면 바로 광교 호수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서초구립양재도서관, 군산금강도서관과 함께 도서관 건물이 주변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대한민국 도서관 탑3에 뽑힌다. (물론 선정자는 나)
그믐달은 보통 이른 새벽에 볼 수 있어 사진찍기 어렵다.
반면 초승달은 초저녁에 종종 걸려 있어 어제처럼 가끔씩 선명하게 보이는 때 사진을 찍어두곤 한다.
2022년에 아직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술집.
내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공간.
뻔하다면 뻔한 내용이지만 통찰이 느껴지는 몇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일본의 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몇 가지 조언들.
이것 저것 너 무 재지 말고 그냥 해 보고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하고, 그러다 보면 뭐가 되어도 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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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금 당장 그만두더라도 아무도 곤란해 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세상은 돌아간다. 하지만 당신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당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멋진 일이다. 그 일로 인해 당장 내일부터 세상이 달라질지 모른다.


사케동과 모듬초밥을 시켰다. 점심 시간이라 자리가 없을까 걱정하며 갔지만 자 리는 의외로 널널했다. 주변에 큰 회사가 없어서 그런 지 점심 시간에 몰리지는 않나 보다.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니 바깥에 나갈 때마다 사진을 기록해 보기로.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하층은 광교의 여천을 마주보고 있는 구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전세냈다. 아마도 주말에는 자리가 전혀 없이 인기 가 많은 곳일듯.
조용한 피아노 연주곡과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멋진 곳.
그믐밤은 끝났지만 아직 닫히지 않은 이 공간에서 두 번째 그믐밤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첫 번째 그믐밤 https://www.gmeum.com/meet/54 이 많은 분들의 참석으로 훈훈하게 끝난 이후 약간의 자신감(?)이 생긴 저는 조금은 다른 방식의 북토크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북토크, 즉 작가와의 만남 형식이 아닌 책의 편집자나 번역자, 혹은 마케터 등과 함께 하는 자리는 어떨까 하고요.. 독서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 중에 이런 분들의 목소리와 생각이 항상 궁금했거든요. 저자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작품이나 다양한 여러 강연 등을 통해 의견을 알릴 기회가 있지만 과연 책을 만드는 분들, 책을 파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요?
마침 비치리딩 시리즈 8종을 함께 읽는 모임을 그믐에서 진행 했기에 비치리딩 시리즈를 출간하신 출판사의 대표님들께 북토크에서 생각을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 여쭤 보았고 인디페이퍼 최종인 대표님, 호밀밭 장현정 대표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호밀밭 장 대표님께서 예전에 스테레오북스가 지금의 온천천 부근으로 이사 오기 전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인연이 있다고 소개 시켜 주셨어요. 그래서 장소는 일찌감치 확정이 되었지요. (스테레오북스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음악인이신 책방지기께서 운영하시는 곳으로 서점 한 쪽에 음악 관련 서적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장현정 대표님 역시 음악을 하셨던터라 두 분이 공유하는 지점이 분명 많으신 듯 해요) 이렇게 장소 섭외는 수월하게 되었고요, 다른 부분도 그닥 걱정할 필요 없이 진행이 되었어요.
역시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많이 수월하구먼. 하고 편안하게 누워 있던 중. 아뿔싸 사회를 봐야 하는 장강명 작가가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 그믐밤을 사회자 없이 진행해야 할지, 아예 취소를 해야 할지, 아니면 날짜를 미뤄야 할지... 신청하고 기다려 주신 분들이 계신데 취소는 안 될 말이고요, 한편 혼자 진행하는 행사가 아니라 관련되어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책방의 행사 스케줄, 각 대표님들의 일정까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날짜를 새로 잡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출판사 대표님들과 긴 논의 끝에 그믐밤을 다음 그믐날로 미루자! 로 결론 내리고 부랴부랴 날짜 변경 공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날짜 변경 공지 자체가 좀 늦다 보니 공지와 이메일 안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멀리 서울에서 그믐밤 참석을 위해 부산에 내려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이지 죄송스러웠는데요, 이 분과는 다행히 나중에라도 연락이 닿아 개별적으로 말씀을 나눴어요.
대망의 그믐밤. 그 전 날은 원주에서 독서 대전 행사가 있었어요. 원주에서 부산으로 와야 하는데 바로 가는 것보다 서울을 들렀다가 다시 부산으로 오는 것이 교통편이 더 낫더라고요. 그래서 원치 않게도 서울을 들렀다가 다시 부산으로 갔습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이 (비단 문화 분야뿐 아니라요)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개인적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기도 했어요. 지역들 간 바로 이동하는 것보다 거리가 멀더라도 서울을 들렀다가 오는 것이 더 빠르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했네요.
부산역에 내려 돼지국밥 한 그릇 뚝딱하고 온천천으로 향했습니다. 온천천에 관해 스테레오북스 대표님께 여쭤본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온천물과 연관이 있어 온천천인지…이름이 다소 특이해서 기억에 잘 남는 곳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태 부산은 자주 찾았지만 올 때마다 당연히 바다로 발걸음을 향했던 저는 부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약간 이른 시간에 책방에 도착하여 온천천 주위를 살짝 살펴보았는데, 평화롭게 산책하는 주민들과 온천천을 바라보는 멋진 카페와 식당들이 가을밤과 어우러져 공기에 로맨틱함 마저 더해주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행사 시간이 다가와 하나둘씩 신청자분들이 도착하여 스테레오 북스 내부도 구경하시고 차례로 자리에 착석하셨습니다. 그믐밤 주제는 예고 드린 것처럼 지역 출판사 운영자로서 두 대표님의 고민과 로컬 문화 커뮤니티를 위해 필요한 것, 우리가 그리는 미래 등에 관한 것이었어요. 두 대표님 모두 달변이셔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놀라기도 했어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생각을 나눠주셨는데 대체 이런 자리 없었으면 섭섭해서 어쩌려고 그러셨는지…
책방은 크기가 아담해서 마이크 없이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자인 장강명 작가의 경우 목소리가 워낙 작은 편이라 크게 내느라 조금 고생을 한 반면 두 대표님은 발성이 워낙 좋으셔서 제일 뒤에 있는 저도 듣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특히 장 대표님의 경우 역시 보컬!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발성이 남다르셨습니다.
45분으로 예정된 메인 토크는 두 대표님의 솔직하고 진솔한 말씀이 너무 좋아, 예상보다 살짝 길어졌고 다음으로는 참석해 주신 다른 분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뒤따랐습니다. 이 번 그믐밤은 훈훈함과 가벼움만을 남긴 자리는 아니었어요.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이 있는 무거운 질문들이었고 우리 모두에게 숙제가 될 만한 고민들이 남았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 불균형은 부산의 어느 한 책방에 모인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것은 의미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두 번째 그믐밤은 정말이지 그믐스러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로컬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두 대표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귀한 공간을 내어주신 스테레오북스 책방지기님을 비롯, 좌충우돌 두 번째 그믐밤에 참석하시어 고민을 더해 주신 참가자분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에디터리로 불리는 이지은 편집자님.
책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15년의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라고 하면 조금 과장일 테지만, 담담 하게 과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비롯 편집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 고민했던 것들을 나눠준다.
쉽지 않은 책이다.
아방가르드 라고 쓰여 있는데 읽다 보면 자꾸 다른 생 각이 나는 것이 내가 오향거리 주민이 된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