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2025년도부터 교보문고 북멘토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북멘토는 교보문고의 창립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좋은 책을 선별하는 외부 전문가 자문단으로 지난 2008년에 발족하였습니다. 현재 전미영 트렌드코리아 대표님,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님, 이시한 교수님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분들이 북멘토로 함께하고 계신데요, 양서를 발굴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매월 <이달의북모닝도서> 선정에 참여하여 저 역시 좋은 책을 선별, 추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북멘토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접하고, 독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북한군과 남한군의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었네? (포스터만 보 고 내 맘대로 짐작했다. 보다가 이래서 영화 제목이 '탈주'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2.'탈주'면 영화 내내 도망다녀야 되는데 허허벌판 북한 땅을 배경으로 재미가 있을까? 제이슨 본이 고풍스런 유럽 도시에서 뛰고 구르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긴박한 추격전은 대부분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는 엄폐물이 많고 다양한 볼거리가 많으니.
'탈주'는 얼마나 오래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영화는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을 택해 그 안에서 충분히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펼친다.)
3. 액션이 끝날 무렵 불현듯 '자유'라는 가치가 등장한다. 좌파는 보통 '평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청년들의 가슴을 끓게 만든다.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는 류의 이야기도 그렇고. 사람들을 뜨겁게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좌파가 능숙하게 잘 하고 우파는 이런 측면에선 조금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이 놀랐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감격스러운 것이었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꼬모' 님의 그믐 블로그 글로 알게 된 책이다. 제목에 독서 모임이 들어가긴 하지만, 실종된 동생을 찾는 언니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특히 동생의 시점에서 그날의 사건이 스릴러처럼 펼쳐지며 긴장감을 더한다.
주인공 퍼트리샤는 동생 매들린의 마지막 발자취를 추적하기 위해 미국에서 스웨덴으로 날아가고, 머물던 호텔에서 만난 독서 모임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에 다가간다. 소설의 제목이 뭔가 한국스러워 출판사에서 붙였을 줄 알았는데 원제도 '세상 끝 북서클'이었다.
독서는 자신의 삶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이었다. 현실이 괴로울 때마다 항상 책 속 세상으로 도망칠 수 있어서였다. 외로울 때마다 책이 위로하며 함께 있어주었고,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에는 모든 문제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었다. 83쪽
여자들이 옷을 차려입는답시고 수백 년간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혔다. 그 시간 동안 훨씬 더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예를 들어 독서 같은 걸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140쪽
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어. 나한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끊임없이 사들이면서 말이야. 하지만 내가 이토록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는데도 아직도 행복하지 못하네. 182쪽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가 참여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되짚어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과 전주MBC가 공동으로 주최한 “독서토론 한마당 북적북적 시즌 2”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들의 비판적 사고력 증진과 독서 문화 확산을 목표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 섭외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
무엇보다 초·중·고등학생들의 열띤 토론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학생들이 정해진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심사위원들을 땀 나게 했다.
나 역시 주제 도서를 짧은 시간 안에 완독해야 했는데, 특히 초등부 도서 <트리갭의 샘물>,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의 경우, 아동용 도서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놀라웠다.
이러한 의미 있는 행사가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고, 연 1회 개최에서 최소한 상·하반기 2회 개최로 확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 한 해,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동시에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사건을 목격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해에도 지치지 않고 그믐과 함께 계속 나아가고 싶다.


오프닝 토크
1. 여러분이 처음으로 기억하는 죽음은 무엇인가요? 주변인의 죽음을 직접 말씀하시기 어렵다면 소설이나 드라마 등 극중에서 만난 인상적인 죽음을 들려주셔도 좋아요.
2. 여러분은 가족이나 친구와 죽음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신 적이 있나요? 나이 드신 부모님이라면 장례는 어떤 방식으로 치르길 원하시는지, 유언이나 유서에 대해 이야기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북 토크
1. 책에는 여러 인물의 케이스가 나오는데요, 어떤 죽음 또는 투병이 가장 인상적이셨나요?
2. 예전의 대가족 시대에는 서로를 보살피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이제는 삶의 패턴이 달라져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여러분은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아니라면 언제부터 독립하셨는지? 나중에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3. 요즘에는 편리한 시설과 안전한 돌봄을 제공하는 '실버 타운' 또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어시스티드 리빙'이라는 시설도 나옵니다. 여러분의 노년, 어떤 삶의 방식으로 채워나가고 싶으신가요?
4. 책에서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미식축구 중계를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살고 싶구나.” 라는 한 대학교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분이 끝까지 잃고 싶지 않은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5.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사실 갓난아이나 노인이나 비슷할 텐데요, 책에 나온 예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인의 경우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무심함이 심한 것 같습니다. 당연할 걸까요? 전지구 적으로 볼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인생 말년의 1,2년 생명 연장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 돈이 개발도상국으로 간다면 수많은 새생명을 살릴 수 있겠지요.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6. 한국에서는 2017년부터 '환자의 권리 및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환자가 사전에 서면으로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해 둘 수 있는데요. 이는 환자의 자율권을 존중하고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제도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7. 위 질문에서 더 나가 볼게요.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8. 책에서는 결국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대의는 큰 것(가족, 국가, 원칙)일 수도, 작은 것(건축 계획, 애완 동물)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충성심이라는 단어로도 표현됩니다. ‘충섬심은 행복을 가져다 주기는커녕 때로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삶을 견뎌내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에 헌신할 필요가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 여러분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장례식은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서 열리게 될까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기를 원하시나요? 수목장이나 화장 등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클로징 토크
오늘은 <선택력> 시즌의 마지막 모임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2024년도의 마지막을 불과 3일 남겨 놓은 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2024년은 어떠했습니까? <선택력> 클럽의 마지막 시간, 전체적으로 함께 하신 소감을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하루에 몇 번씩 환율을 체크했다. 외국계 기업의 재무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 한동안 환율 정보를 체크하지 않았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미달러 환율이 1468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래도 출판계는 이와는 조금 무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경제 기사를 읽어보니 출판계도 고환율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외서를 번역해 출간하는 출판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제로 수혜를 본 곳은 대형 출판사 3곳에 국한되었다고 한다. 외서보다는 팬덤을 가진 국내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의 책이 내용은 부실해도 실제 판매량은 좋으니 출판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기획 도서쪽으로 기울게 된다.
많은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기사 말미에 언급된 것처럼 진지한 독서를 즐기는 독자층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결국 독서 인구가 늘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믐에서는 모임지기들이 다양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기꺼이 함께하여 성실히 읽고 자신의 서평을 남기는 참가자들이 많다. 감사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고환율·번역서 침체 ‘이중고’...속타는 출판사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환율을 점검한다. 달러당 1450원까지 주저앉은 원화 가치에 한숨을 푹 내쉰다. 이번 달 저작권 계약에 써야 할 비용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연간 20여 권의 외서를 번역해 국내 출간하고 있기에 ‘킹달러 현상’은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영을 압박한다.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환 헤지 상품에 투자할 걸 그랬다”며 “환율이 1500원까지 간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외서를 주로 번역해 국내 출간하는 출판사 상당수가 고환율과 번역서 인기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앓고 있다.
환율도 경영을 옥죄는 변수지만 번역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출판사의 보폭을 좁히는 원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출판시장에서 번역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0%, 2014년 21.8%, 2023년 17%로 꾸준히 줄고 있다. 특히 철학과 역사 관련서를 제외하면 어학과 문학, 기술과학, 사회과학 서적 번역물 수는 크게 줄었다. 국내 독자들이 더 이상 번역물에 열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교보문고나 예스24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나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은’이 톱10 상위권에 간혹 진입할 뿐 외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신형식 에릭양 에이전시 이사는 “서구에서 낸 리더십이나 유명인 책들이 더 이상 국내 독자에 먹히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에 경영 패러다임이 바뀐 데다 젊은 2030 독자 역시 거대 담론보다 사회 이슈보다 개인적인 관심사를 파고들다 보니 우리나라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K팝, K문화들이 다른 국가를 앞서가 서구 콘텐츠가 더 이상 참신하지 않고 국내 트렌드를 잡아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내 문학 붐이 일고 있지만 이 특수를 누리는 출판사는 문학동네와 창비, 문학과지성사 3곳 뿐이다. 다른 실용서 출판사들은 높은 선인세를 내고 출판했다가 실패를 거듭하자 국내 저자나 인기 유튜버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팬덤을 가진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를 공략해 기획도서를 내는 것이 내용은 부실할지언정 타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강 소설을 제외하곤 내년 상반기까지 출판 시장은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탄핵 정국이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와 부동산마저 부진하면서 주식 투자 관련서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출판사 본부장은 “이미 올해 연말부터 예산을 줄이고 있다”며 “진지하게 책을 읽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박용철 기자님과 현대 사회에서 독서의 중요성과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이 지닌 의미를 이야기 나누었어요. 특히, 인터넷 시대에는 쉽고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져 깊이 있는 사고를 하거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읽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제가 생각했던 지점들을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올해 초 빙판길에 넘어지시면서 어깨를 다치셨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에 나의 어머니도 살얼음 낀 길에서 넘어져 발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나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발목 골절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어깨 부상으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는 "어깨를 다치니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머리 감는 것조차 쉽지 않네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겨울철 빙판길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안부를 염려했다. 이런 저런 출판계 소식도 나눴다. 열여덟 번째 그믐밤으로 정아은 작가님의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북토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였다. 메일을 쓰지 못하시니 전화가 편하다고 하셔 종종 전화를 했다.
정아은 작가님의 부고 소식을 접한 후 며칠 동안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책을 진지하게 읽는 독자들을 진심으로 아끼셨고, 그믐의 독서 모임 활동을 따뜻하게 응원해주셨던 분이셨다.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출간된 책의 90%가 26개월 동안 초판 2천 부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했다. 4천 부 이상 판매되는 책이 전체의 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며칠 전 '출판사 하고 싶을 때 읽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책 만들기 뿐 아니라 책 알리기 역시 중요함을 내내 강조한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통계를 보니 책의 메시지가 다시 읽힌다.


멀미약을 찾아 약국에 들어섰다. 나보다 먼저 방문한 중년 남성이 카운터에 서 있었다. 낡은 작업복 차림새로 보아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듯했다. "소염 진통제랑 피부 질환약 주세요."
'소염 진통제' 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 그의 흙 묻은 워커화와 약국 바닥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소염 진통제'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말했던 것일까? 수십 번, 수백 번? 아니 어쩌면 자신의 이름보다 더 많이? 그의 입에서 나온 '소염 진통제'라는 단어는 자연스럽다 못해 아름답게 들렸다.
"피부 질환약은 먹는 걸로요?" 약사의 질문에 그는 "네." 라고 대답하며 굳은 살 박힌 손으로 주머니에서 구겨진 만 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과. 그리고 그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약. 낯선 이의 삶을 잠시 상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