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섬님의 블로그
기고/강연 요청은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kokura@gmeum.com한국에서 환율과 무관한 업계나 사업은, 단언컨대 없다. 내가 속한 출판계만 해도, 외국 서적을 번역해 출간하는 출판사들은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한국 작가들이 한국어로 쓴 책 마케팅비에도, 온라인 독서모임 운영에 쓸 예산에도 영향을 준다. 종이값, 인쇄비, 배송비도 모두 환율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미국 달러 환율 1,400원대가 뉴노말인 이 시대, '국민 금융 선생님' 오건영의 『환율의 대전환』은 값진 참고서가 된다. 이 책은 현재 세계 경제에서 일어나는 환율 관련 변화들을 쉽고 명확하게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달러화는 물론, 엔화와 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요즘 2030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한때 2030이었던 나 역시 무척 궁금했다. 2008년, 나는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구청 앞 순대국집에서 소박한 한 끼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꽤나 파격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요즘은 스몰웨딩을 넘어 노웨딩까지도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다고 한다. 이 경우 청첩장 대신 '결혼 알림장'을 보낸다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생각 없이 혼인신고를 했던 나와 달리 요즘 세대는 이를 재테크의 관점에서도 바라본다는 것. 부부와 1인 가구는 각종 제도의 혜택이 달라지므로, 꼼꼼히 계산해 혼인신고 시기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 책은 결혼 뿐 아니라 투자와 소비, 우정과 사랑 등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 걱정 많은 건 한국 사람이나 티베트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왜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밤새 곱씹으며 불안에 시달리는 걸까?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폴커 부슈 교수는 <걱정 해방>에서 세상이 그렇게 위험한 곳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정신 면역체계'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보호하고, 유지하고, 치유하며 성장시키는 뇌 속 시스템을 설명한다. 이 책은 'Problem'과 'Solution'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최근 이사 문제로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는 "행동은 두려움을 물리친다"는 솔루션이 다가왔다. 그렇다. 앉아서 걱정만 하기보다 일어나 해결책을 찾아보자. 적어도 그 과정에서 막연한 공포는 떨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보기 드문 추리 소설
4개월 전 나는 우리의 도시가 이런 모습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금 우리는 광기와 이성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 있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우리는 갈수록 무엇이 이성이고 무엇이 광기인지,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죄악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나눌 수 없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평온하게 백색의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관전둬는 계속 흑과 백의 경계를 떠돌았다.
자네처럼 용감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멍청이는 아마 앞으로 적잖이 고생을 하겠지…….
법률이나 규칙이 어떻든 생명이란 가장 가치 있고 절대 낭비되어선 안 되는 거야.
세 희생자는 도덕적으로 높은 자리에 선 대중에게 비판을 받았고, 학부모나 선생님이 자녀, 학생들에게 훈계할 때 반면교사로 삼는 사례가 되었다. 대중들은 그들이 누구였는지와 살해당했다는 사실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스스로 망했다는 식으로 그들의 죽음을 해석했다. 인과응보라는 것이었다. 마치 시체에 매질을 하는 것처럼 매일 신문과 잡지를 통해 그들에게 도덕적 심판을 내렸다.
오랫동안 대륙에서 건너온 중국인에 대한 ‘가난하고 문명화되지 못했다’는 고정관념은 홍콩 사람들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은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확대와 과장을 즐겨한다.
그는 그런 미신을 믿지 않는다. 중국에서 말하는 풍수나 점술 같은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뿐이다. 그는 행복이란 자신의 손으로 쟁취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서른 두 번째 그믐밤, 달밤에 낭독에서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마지막 24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낭독 신청자가 적으면 혼자서라도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요^^ 다행히 여러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일리아스> 의 마지막 24권, 800행이 넘는 대장정을 함께 완주할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이 100행씩 돌아가며 낭독했는데, 각자 개성에 따라 약 10분 안팎이 소요되었고, 전체 낭독 시간은 1시간 반 정도였습니다.
낭독 시간에는 <일리아스>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 대신, 오롯이 소리 내어 읽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시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듣던 사람들처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낯선 그리스 영웅들의 이름은 우리 한국인 이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보니 입에 잘 붙지 않았지만 참여자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덕분에 막힘없이 낭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소리에 집중하는 낭독은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런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고 후기를 들려주셨어요.
그믐이라 바깥의 하늘은 깜깜했지만 어젯밤 저의 노트북 화면 속 달빛은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함께 낭독하며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생각> 3월 호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그가 살았던 집' 이라는 제목의 글이에요. 글 속 주인공은 놀랍게도 저와 생일이 같았습니다.^^ 단순히 생일이 같아서는 아니지만, 제주를 떠난 후에도 그 사람과 그가 살았던 집이 제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글을 쓰게 되었어요.
<좋은생각> 3월 호는 지금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흡사 시티팝 앨범 표지 같은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의 '고잉 홈'이라는 영문 네온사인은 금방이라도 깜빡거리며 꺼질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Going'의 현재 진행형처럼,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행기에 오르거나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간다. 문지혁 작가 역시 '문학'이라는 자신만의 집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이 작품집을 통해 확인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출판사 직원 등 한국 소설에서 흔히 만나는 인물들 대신, 유학생, 전도사, 외국인 등 개성 넘치는 이들을 등장 시켜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작품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을 빌려본다.
읽고 쓰는 일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하리라는 미련한 믿음을 나는 여전히 품고 있다.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고 거기가 어딘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집이라고, 고향이라고, 본토라고 부르고 믿는 모든 곳은 결국 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고, 언젠가 이 여행이 끝나면 비로소 다 같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두에게 그 여행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우리는 도착할 거니까.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교양 과학 도서 <행동>을 두고 그믐에서 2천 건이 넘는 대화가 오갔다니, 말 그대로 '페이지 당 서평 한 건' 인 셈입니다. 게다가 모임의 조회수 역시 1만 8천회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 두꺼운 책이 어떻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실로 '미스터리'라고 할 만 한데요.<행동>은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가 쓴 정통 과학책(YG님 피셜)입니다. 저자가 빌 브라이슨 못지않은 글솜씨를 가진 '과학계의 이야기꾼'이라고는 하지만, 6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책을 읽고 토론에 참여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죠. (책 가격이 무려 49,500원이에요. 하지만 읽고 나면 비싸게 느껴지지 않음)
<행동>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가요? 그믐의 열띤 토론이 궁금하다면 독서 모임 기록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책걸상 팟캐스트를 들어주세요.
이토록 매력적인 벽돌책을 소개해 주신 강양구 지식 큐레이터님, 감사합니다. 지식의 향연을 펼쳐주신 그믐의 회원 여러분, 정말 멋지십니다.
끊임없이 이야기할 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책 <행동>, 분명 범상치 않은 책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기능이 완전히 고장 날 때까지 쓰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십 년 이상 된 물건들이 많다. 누군가 중고로 준 밥솥, 엄마의 결혼 선물인 냉장고, 남편이 결혼 전부터 써오던 헤어드라이어까지 모두 오래된 물건들이다.
최근 압력 밥솥이 고장났다. 집에서 밥을 자주 해먹지 않아서 햇반으로 대체할까 고민했지만, 햇반 용기가 분리수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렴한 전기밥솥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밥솥은 빠르게 배송되었으나, 전원 코드를 꽂자마자 에러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봉된 설명서를 확인해보니 온도감지기 고장일 때 나오는 메시지였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라 판매자에게 교환을 요청했지만, 판매자는 기사 점검이 먼저라고 했다.
고객센터에 여러 차례 전화 연결 끝에 겨우 성공했으나, AI 시스템이었다. 고장 증상을 반복해서 설명했지만 AI 상담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상담으로 전환했는데 카카오톡 상담 역시 연결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전화보다 기다리는 것이 수월했다. 마침내 A/S 접수가 되었고 기사님이 방문했다.
"이 밥솥은 왜 사신 거예요?" 밥솥을 본 기사님의 첫 질문.
고장 증상을 물어볼 거라 생각했던 나는 예기치 않은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가 "밥을 해먹으려고요." 라고 답했다.
"이 제품은 저희 라인에서 최저가 제품이라 밥맛이 좋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고급 라인으로 교체하시는 게 어떨까요?"
불량품을 받아 속상한 와중에 영업 권유를 받으니 당혹스러웠다. 품질이 그토록 좋지 않다면 애초에 판매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기사님은 고장이 맞다며 "이제 원래 하시려던 대로 판매처에 반품 신청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3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제 제품을 다시 포장하고 판매자에게 고장 판정 사실을 전달한 후, 다음 안내를 기다려야 한다.


사르가소 해는 북대서양 중앙에 자리 잡은 독특한 해역으로, 해안선 없이 해류에 의해 경계가 그려진 유일한 바다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앙투아네트는 서인도 제도의 영국 식민지 자메이카에서 크리올의 딸로 태어났다. (크리올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본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현지에서 태어난 유럽인, 혹은 그 후손을 가르키는 말로 쓰이다가 추후 유럽인과 비유럽인 사이의 혼혈을 뜻하는 말로 바뀌기도 했으며 점차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아가씨가 백인이지만 서방님 같은 백인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우리하고 같지도 않고요."
앙투아네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의 끝에 영국에서 온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제인 에어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 앙투아네트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카리브해의 총 천연색 자연과 그 자연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녀를 두려워한다.
"이 곳은 내 편도 당신 편도 아니에요. 우리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그저 장소이고, 자연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로군요. 이 곳이 당신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연이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여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 것도 사랑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자연은 당신이 흔히 불러대는 하느님처럼 인간에게 무관심해요."
문학은 현실을 재구성하여 우리를 삶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는 내게 그저 추상적인 개념이었지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은 뒤 나는 그 개념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사르가소 바다는 Sargassum이라는 해초로 뒤덮여 선원들에게 '마의 바다' 혹은 '죽음의 바다'로 불렸지만 실은 풍부한 해조류가 가득한 특유의 환경을 지닌 곳이라고 한다.
혼돈과 고립 속에서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갔던 자메이카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파도와 폭풍우로 가득했고 세상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 두려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