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ne75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꼬맹이언니님의 블로그

글로 남기는 나만의 기록장
전체보기(25)
7.11.(화) 아몬드 by 손원평

아몬드, 손원평, 창비, 2017


선윤재, 버려진 적은 없는 아이, 아몬드, 편도체, 아스퍼거 증후군


할멈(석가탄신일&성탄절), 엄마(헌책방)+심박사(2층 빵집) + 윤권호(교수), 윤이수(곤이)+도라


새로운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분은 어떨까.


우린 서로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171쪽)


이도라,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그냥 달리는 거야! 사는 것처럼 그냥!(187쪽)


곤이, 상처받는 걸 멈출 수 없다는 차라리 상처를 줄 거야(217쪽)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다 못 느꼈으면 좋겠어(243쪽)


_____________________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29쪽)


어려운 건 내가 먼저 천 원을 내는 거였다. 그러니까, 뭔가를 원한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일들. 그런 게 힘든 이유는, 여분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데 나는 사고 싶은 것도 없고, 얼마를 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잔잔한 호수에 억지로 파도를 치게 만드는 것처럼 버거웠다.(39쪽)


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132쪽)


그냥. 살게 돼. 나보다 오래 걸릴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얼마 안 돼 먹고 자고 다 할걸. 사람은 살게 돼 있는 존재니까.(136쪽)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을 거라고.너랑 나, 누가 더 불행한 걸까. 엄마가 있다가 없어지는 거랑, 애초에 기억에도 없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죽어버리는 것 중에서. (168쪽)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259쪽)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7.10.(월) 나의 환한 날들 by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 2022 이효석문학상 수상집 141-166쪽

옥미, 강진의 백부댁에서 자람남편의 대장암, 사별, 과일가게천변산책수요일 오후 3시 수필쓰기 수업딸과의 소원해진 관계두달 간 앵무새 돌보기다시 사랑에 빠지고 보내는 것


그녀는 마침내 찾아온 평화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평생 동안 장사를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그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아늑했고, 그건 평생교육원에서 돌아와 식탁 의자에 앉은 채 오후의 햇살이 거실 마룻바닥 위에서 넓게 퍼져 있는 걸 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평온하고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 햇빛 사이로 지난 몇 달간 그녀가 정성껏 가꾼 나리꽃의 꽃망울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147쪽)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 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 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166쪽)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7.5.(수) 백 살이 되면

백 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엄마가 불러도 깨지 않고

아빠가 흔들어도 깨지 않고

모두 그렇게 떠나고 나면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

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이불 속에서 듣다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 나무 밑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면 좋겠다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한낮이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오후의

빛 속에서

온 가족이 모여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백 살이 되면,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사계절, 2023, 그림책 전문

백 살이 되면
백 살이 되면
7.4.(화) 편의점 인간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살림, 2016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팟캐스트 서담서담을 듣고 읽게 된 책


주인공인 게이코 후루쿠라, 36세 여자

18년 간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의 다양한 소리에 대해 말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그녀는 본인에 대해 좀 이상해 보이는 아이였고

편의점 직원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것만이 본인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자신은 세상의 '이물질'이며,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뭘 더 고쳐야 할 지 모르겠어" 라고 자꾸 말하고 있다.

그녀에게 고친다는 의미는 모두가 이상하게 여기는 부분을 인생에서 제거해 나간다는 의미이다.

항상 그녀는 "쓸모있는 도구"로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편의점 알바로 들어온 "숨고 싶은 남자"이며, 현재 혼인활동 중인 시라하를 만나며 더 혼란스러워진다.


[세상] 보통인간, 무리의 방침 VS [편의점] 점원, 메뉴얼


후루쿠라는 '보통'의 동생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그리고 편의점 직원과, 커서 다시 만난 학창시설 친구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매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살고 있다.

서담서담의 김지용 정신과 의사는 후루쿠라가 전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졌다고 말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유형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한 관심 분야나 행동 양식에 집착, 반복적인 패턴을 보인다 한다. 하지만 언어나 인지 발달에 큰 문제가 없어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기도 하고, 그냥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눈맞춤이 어렵거나 신체적 서투름, 감각 입력에 민감하다고 한다.


게이코는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떻게든 세상의 부속품이 되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려고 노력한다. 소통하면서 사는 게 맞긴 하지만 본인이 굳이 불편하지 않은데 눈치를 보며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어딘가에서 변화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113쪽)

 

내가 음식을 씹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좀 전까지 편의점의 ‘소리’속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가게를 머리에 떠올리자, 편의점의 소리가 고막 안쪽에 되살아났다.

그것은 음악처럼 내 속을 흐르고 있었다. 내 안에 새겨진 소리, 편의점이 연주하고 편의점이 작동하는 소리 속에서 흔들리면서 나는 내일 또 일하기 위해 눈앞의 먹이를 몸속에 채워 넣었다. (147쪽)


18년 간 일하던 편의점을 그만두고 생활 패턴이 완전 망가진 그녀, 하지만 다시 편의점 소리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나는 타인의 삶을 내 기준에서 평가하지 않을 것이며,

내 삶에 대해서도 가급적이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고자 다시 한번 마음으로 다짐해 본다.



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파리에 처음 왔던 날_몽카페 발췌

파리에 처음 왔던 날

 

파리에 처음 왔던 날, 다락방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카페였다. 여름이었고 거리에서 복숭아 냄새가 났으며, 성당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카페 창문 너머로 작은 공원과 나무와 벤치가 보였고, 그곳에서는 아이와 어른과 강아지들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처음 본 파리의 여름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나뭇잎과 빛의 색깔, 사람들의 머리카락, 표정, 옷차림, 오래된 건물의 얼룩, 길에 깔린 포석의 모양까지,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히 외쳤다. 아, 파리다!

내 앞에는 카페오레와 크루아상이 있었다.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몰라서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똑같은 것을 주문했다.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크루아상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에 조금 분했다. 버터 냄새가 입술과 손에 오래 남았다.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제법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햇빛만 피하면 견딜 만한 더위였다. 그런 여름은 처음이었다. 언젠가 파리를 떠나게 되면, 그 풍경이 가장 오래 남으리라 생각했다.

파리에 사는 동안 나는 늘 떠날 준비를 했다. 방 한쪽에는 풀지 않은 이민가방이 그대로 있었고, 그 안에는 당장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내일 돌아가야 한다면 꼭 가져가야 할 것들이 들어있었다. 매일 잠들기 전, 돌아가는 날을 상상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이 된 모습을 그리는 것처럼 언젠가 올 마지막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그런 것이 궁금했다. 삶이 미래에 있었던 날들이었다.

파리를 떠나던 날, 나는 처음 왔던 날처럼 카페에 갔다. 12월의 이른 아침이었다. 카페에 가는 길에 빵집에 들렀다. 동네에 있는 빵집 중에서 조금은 멀지만 가장 맛있는 집이었다. 그곳에서 크루아상을 샀다. 이제 한동안 맛보지 못하리라 생각하니 파리의 어느 명소보다 크루아상이 제일 아쉬웠다.

카페에 앉았다. 가장자리에서 아침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봤다. 나는 신문 대신 그들을 읽었다. 곧 출근할 사람, 아침이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 아주 오래전에 내가 그랬듯 메뉴판을 바라보며 한참 망설이는 사람.

“실부플레(S’il vous plaít)”

커피를 시켰다. 아침부터 걸음걸이가 활기찬,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커피를 날랐다. 그가 나를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으나 나는 조금도 조급하지 않았다. 저녁 비행기니까 내게는 한나절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조금 더 머물러도 좋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언제나 너무 짧다.

돌아오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은 겨울이니 내년 겨울 즈음, 혹은 여름 즈음이 될까? 이제 파리는 내게 떠나는 곳이 아닌 돌아오는 곳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파리를 가진 듯했다. 내가 그 도시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물 겁니다.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의 말이다. 나는 젊은 시절을 파리에서 보냈고, 내가 파리의 카페에 앉아서 봤던 모든 풍경은 이제 ‘움직이는 축제’가 되어 내 안에 남았다.

파리의 카페를 담은 글을 쓰며, 그 풍경들을 기록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내가 쓴 글 속에 행위라고 할 만한 것은 ‘봤다’와 ‘마셨다’‘먹었다’‘생각했다’가 전부인데, 그런 단순한 글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 전, 호숫가에서(나는 지금 호숫가에 살고 있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을 만나 그 두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새를 관찰하고, 새를 그리고, 새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스레 용도를 물었다. 어떤 기관의 연구 자료로 쓴다거나 관찰일기 같은 블로그를 운영한다거나 책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는 내 질문에 그저 배시시 웃으며 특별한 용도는 없다고 했다. 새를 기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시선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냥 새를 보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던 그의 말이 내 안에 무엇인가를 흔들었다.

새를 보는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그저 파리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이다. 그러니깐 이 글은 파리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이 본 풍경의 기록이다. 그 기록에는 어제 그리고 오늘의 나의 시선이 담겨 있다. 내가 새를 보는 사람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보게 된 것처럼, 내가 파리의 카페에서 봤던 것들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를 드러낸 이 긴 글들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것 같다.

 

Mon Café, 신유진, 시간의 흐름, 2021, 129-131쪽

 


몽카페
몽카페
7.1.(토) 역사(力士) by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149, 131~160쪽


두 개의 집

▨ 창신동: 주인집/영자/오십대 절름발이 父+10살 딸/서씨,중년사내, 力士

▨ 양옥: 가풍, 할아버지,할머니/대학강사 아들, 며느리/대학강사의 여동생/

세살난 손녀/식모

6시 기상, 아침산보, 오전 10시 미싱, 12시 라디오, 오후 4시 엘리제를 위하여

오후 6시반 귀가, 10시 오륙분전 취침, 定式의 생활



나는 꿈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고담 같은 데서 등장하는 역사(力士)만은 나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 한밤중에 바로 내 앞에서 푸르게 빛나는 조명을 온몸으로 받으며 성벽을 디디고 우뚝 솟아 있는 저 사내를 나는 무엇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몰랐다. (151쪽)


서씨는 역사였다...(중략)...그는 중국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 사이에서 난 혼혈아였다. 그의 선조들은 대대로 중국에서 이름 있는 역사들이었다. 족보를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장수(將帥)가 있다고 했다. 그네들이 가졌던 힘,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고, 유일한 유물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무형의 재산은 가보로서 후손에게 전해졌다. 그것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평안하게 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영광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서 씨에 와서도 그 힘이 재산이 될 수는 없었다..(중략)...그러나 서 씨는 아무도 나다니지 않는 한밤중을 택하고 동대문의 성역에서 그 힘이 유지되고 있음을 명부(冥府)의 선조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152쪽)


그 집- 그늘 많은 얼굴들이 살던 그 집에서 나는 나 자신 속에서 꿈틀거리는 안주(安住)에의 동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헤어날 길 없는 생활 속에 내가 휩쓸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곳을 뚝 떠나서 이 한결같은 악기로 연주되는 집에 오자 그것은 견디어 낼 수 없는 권태와 이 집에 대한 혐오증으로 형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나란 놈은 아마 알 수 없는 놈인가 보다.(153쪽)


왜 이 소설의 제목을 역사라고 하였을까

서씨 아저씨의 이야기도 신비롭지만 그가 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지금 사는 양옥의 가풍이 아닌가. 역사도 양옥집 할아버지도 둘 다 가풍을 지키고 있긴 한 것 같다.

극작가인 그가 원하는 것은 어떤 집이었을까.


무진기행
무진기행
6.30.(금)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9-43쪽


아들(쌀)----딸(보리)-----아들(쌀)------딸(모래)

ㅣ 고모

무경(딸), 목경(딸)


무경의 리스트

츄츄(고모의 엽총), 빨간 남방, 파란 남방

"할 수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가능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


목경은 그 순간을 오래 기억했다. 고모와 무경 사이에 피어나던 묘한 거리 감각.

두 사람은 친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손을 잡거나 살을 비비거나 땀방울을 빨아먹는 일 따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를 못박힌 듯 강렬히 보는 눈빛에서 목경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원감이,

깊은 이해가 일어나고 있었다.(38-39쪽)


모래 고모와 무경 사이를 질투하는 목경

그들이 떠나 겨울의 사냥 여행

쉽게 읽히지 않는 단편 소설이다.

목경은 그들의 분에 보이지 않은 연결선을 끊을 수 없다.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당신의 4분 33초

이기동과 존 케이지의 이접적 종합(the disjunctive synthesis) 형식을 취한 소설

전체적으로 유쾌하나

세상에 많은 이기동 중에 나도 하나라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다.


이기동의 첫 장편 소설 제목이자 존 케이지가 작곡한 곡명이 서명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 봄직한 다양한 실패 후

경주에서 만난 강아지와 동거하며

오전은 모친의 김밥집 알바로

오후는 낙선작을 주로 전시하는 독립서점 운영자로 자리매김 한다.


그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

침묵 속에서, 태연하게, 경주와 함께 산책하는 조용한 밤처럼.

경주의 발걸음 소리와 그의 발걸음 소리가 밤의 중력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처럼.

가로등 모퉁이를 돌아 그가 손을 흔들면 경주는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가로등이 꺼지는 순간을 기다렸다.(281쪽)



당신의 4분 33초
당신의 4분 33초
칼자국

"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건강하고 아름답지만 정장을 입고도 어묵을 우적우적 먹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음식을

우적우적 씹고 잇다는 사실을 모르는 촌부.

어머니는 칼 하나를 이십오 년 넘게 써 왔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이다."(7~8쪽)


칼국수 장사를 하며 이십오 년간 같은 칼을 갈아써 온 엄마를 추억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내 삶이 아니었지만 딸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무심하면서도 주변인들을 돌보는 아량이 있다.

누군가를 멀리보내고 나면,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기억들이 살아나고 정리가 되나 보다.

나는 있을 때 잘하고 살면 좋겠는데, 벌써 틀려먹었다.


나는 이십년 넘게 써온 손톱깍이 세트가 있고, 28년이 되어가는 머리핀이 서랍 속에 있다.

손톱깍이는 아직 잘 쓰고 있고, 하늘색 하늘하늘한 핀은 가끔 혼자 있을 때

머리에 꽂아보곤 다시 서랍안에 넣는다.

그러고 보니 23살에 선물받은 융단 천에 큐빅이 엄청 박힌 머리핀도 있다.

그때는 내 머리 길이가 허리까지 내려온 던 때였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오래된 물건들은 일관성이 없다.

그냥 무뎌서 계속 쓰는 것도 있고, 그때의 추억때문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있고.


내가 가고 나면 남을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 궁금해진다.






칼자국
칼자국
굿바이 파라다이스

새벽에 깨어 오디오북으로 접한 책


지독한 현실이 알고보니 지옥이 었던 것

이제 지옥을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여동생과 같이 만두집에 팔려와 노동을 착취당하다가


천성이 못된 연상의 여자를 만나, 병수발하다가

결국 자살을 했는데, 그곳이 지옥이었던 것.


결론만 보자면 블랙코미디 같은 스토리지만

알고보면 우린의 현실이 지옥이라는 패러디일지도.



굿바이 파라다이스
굿바이 파라다이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도서 증정] <여성과 전쟁: 우크라이나 소설가의 전쟁일기> 번역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