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ne75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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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소설집, 침이 고인다, 문학과 지성사, 2007


언젠가 만났다고 하며 밤늦게 그녀의 집을 찾아온 같은 과 후배.

어릴 적 그녀의 어머니는 시립 도서관에 껌 한 통과 함께 그녀를 남겨 놓고 떠났다 한다.

껌을 하나씩 꺼내 씹고 풍선을 부르며 불안을 없애보려 한 그녀.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61쪽)


오래지 않은 기간 후배와의 동거 이후 습관적 불편함을 느끼던 그녀는 결국 이 생활을 정리하자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사라진 후배

후배가 건네 준 엄마랑 헤어질 때 받았던 남겨진 마지막 껌 반토막을 찾아

입안에 털어넣는 그녀, 아직 달다


어떤 이별은 향기로 남기도 하고, 장소로 남기도 하고

그녀에게는 입안에 침이 고이는 반응으로 남기도 하나보다


나는 가끔 바람이 지나가는 아파트 1층 필로티 통로에서

꼬맹이를 앉고 부르던 노래를 기억한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안들리므로 이 바람이라고 느끼라고...

장마가 오기 전 약간은 습하고 여름 답지 않게 온몸으로 부딪히던 바람.

나에게 이별은 그런 모습으로 남는 것 같다.



샤워기를 틀자 쏴아----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보통보다 약간 좋은 목욕 용품으로 샤워를 하며, 쾌적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에 대해 두려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말이다. (77쪽)


안도감이란 어떤 것일까.

내 의지와 상관없는 직장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대충 정리한 후 거실 소파에 앉아 그래도 하루는 지나갔다는 생각을 할 때.

항상 원해왔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도시로 여행을 가서, 일정을 마친 후 예약한 호텔을 제대로 찾아 갔을 때..그정도 쯤일까

새삼스러운 기분.


침이 고인다
침이 고인다
완전한 행복

출퇴근시간에 들을 오디오북을 고르다가

실화에 바탕한 얘기라 시작하게 된 책


예전에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당연히 유나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었으나

왠지 끝에 다다를수록 재인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유나의 딸 지유나 재인, 은호의 입장에서 진행되므로 실제로 유나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배경이 되는 되강오리가 있는 습지와

모티브가 된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을 만들고 엮어가면서...

작가들은 항상 존경스럽다.

몇줄 안되는 이 기록도 잘 못쓰겠는데

누구나 볼 책을 쓴다는 건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걸까.


유나에게 행복이란..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112-3쪽)


유나 대신 다 가졌다고 생각한 재인이지만 실제로는 그것도 아니었다. 재인 역시 행복을 위해 지금까지 자신을 속여왔을지도..


...새삼스러운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 자신이 유나에게 당하고만 살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당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하고 물러서야 아버지의 착한 딸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력을 다해 맞대응하는 순간 아버지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믿는 딸이 될 때 비로소 가치있는 사람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유나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것 역시 여덟 살짜리 어린아이였다. 꽃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망령이, 죽음의 위기에 도달한 이 순간까지 자신의 사지를 결박하고 있다는 점에서.(503쪽)



완전한 행복이란 뭘까..더하기 인가...빼기인가..

어쩜 나누기 일지도...


소설 속 기억에 남는 단어들

되강오리, 맥도널드 해피밀, 굴라시, 요망한 생쥐



완전한 행복
완전한 행복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로 소설이 시작된다.


소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박 3일의 장례를 치르면서

화자인 아리가 조문객과 연관된 기억을 통해

아버지와 자신의 이야기를 반추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아버지 고상욱, 빨치산이고, 평생을 사회주의자 이자 혁명가로 살아온 그는

이십년 가까이 감옥살이를 하다 석방되어 원래 살던 구례에 돌아와 터를잡는다.


소설내내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딸은 담담하게 느껴진다.


"어떤 딸인지, 어떤 딸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데 나는 평생을 바쳤다.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말에는 '빨치산'이 부모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그 부모에게도 마땅히,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나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아버지를 위한 울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울음이었다. 아버지 가는 길에 까지 나는 고작 그 정도의 딸인 것이다."(224-225쪽)


빨치산의 딸로 평생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지 가늠되지 않는다.

사상이니 뭐니 모두가 자신의 선택 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이 된 것은

별로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들 하지 않나..


나는 어떤 딸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장례식은 과연 누가 찾아와 줄까 싶은게

여러모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소설이다.


2박 3일밖에 안되는 기간동안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끌어내어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지고 구수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아버지의 해방일지 (30만부 기념 특별 리커버)
딸기를 으깨며

딸기를 으깨면서, 나는 생각에 잠겨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혼자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극치가 아닐까?(중략)

정말이지 요즘 들어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가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오늘 아침처럼 창백한 여름 하늘에 창 너머로

오사카성 공원의 녹음이 보이면, 이 경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기쁨에 눈앞이 다 캄캄해질 지경이다.

옛날에는 슬플 때나 언짢을 때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요즘에는 기쁠 때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 크나큰 차이는 옛날에 슬퍼서

눈앞이 캄캄해질 때는 그 어둠이 쭉 지속되었지만,

지금은 일순 캄캄해졌다가 다음 순간

그전보다 훨씬 더 환해진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딸기를 으깨며> 중에서


이 책은 아직 읽은 책은 아니며, 서평을 보고 향후 읽으려고 메모해 놓은 것이다.

대책없는 긍정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서,

소설이긴 하지만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궁금해진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딸기를 으깨며
딸기를 으깨며
밝은 밤

밝은 밤/최은영/문학동네/2021


밝은 밤이라...

오늘까지 반납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숙제를 하듯 읽어나간 책.

다들 좋다고..슬프다고 하길래 꼭 읽고 반납해야 겠기에 한숨에 읽어나갔다.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통해 회복되어가는 여주인공 이야기


할머니의 엄마인 증조모의 사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했던 증조모, 

백정의 딸이지만 고개를 꼿꼿이 들고 씩씩하게 살았던 사람

병환이 깊었던 엄마를 혼자 버려두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삶에 무언가를 기대한다고? 그건 사치이기 이전에 위험한 일이었다.....

오늘 지나가는 길에 맞았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내 남편이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죽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부정 탄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을 평가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사라는 법이라고.....


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

그녀에게는 희망이라는 싹이 있었다. 그건 아무리 뽑아내도 잡초같이 퍼져나가서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희망을 지배할 수 없었다. 희망이 끌고 가면 그곳이 가시덤불이라도 그저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 말대로 그건 안전한 삶이 아니었다. (54~56쪽)


그리고 어떤 방식의 사랑인지 모르겠으나 증조모가 일본으로 징병될까봐 

증조모에게 같이 개성으로 가자고 한 증조부.

녹록지 않은 세상의 시선에 새비 아주머니는 증조모의 희망이었겠지.


나는 오랜 시간 혼자 살아온 할머니를 생각했다. 경로당에 다니고, 밭에 나가 일하고, 친구들을 사귀며 지내는 할머니. 할머니는 외롭지 않을까. 할머니는 대체 누구에게 의지하고 사는 걸까. 내게 자기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아무것도 아닌게 됐어."

"끝은 결국 같아. 너랑 나도 헤어지게 될 거야. 언젠가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벅차."


예전엔 느끼지 못했는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짧아진 지금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것 같다. 지난해도 올해도 자꾸만 헤어지고 있는 중이니까.


"새비 아주머니는 엄마의 상처였어. 그렇지만 자랑이기도 했지. 엄마를 크게 넘어뜨렸지만, 매번 털고 일어날 힘이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엄마가 새비 아주머니를 떠울리면 가장 많이 했던 얘기는 이거 였어. 새비가 나를 얼마나 귀애해줬는지 몰라. 새비가 나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몰라.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 아픈 일이 많았는데도, 새비 아주머니를 기억하는 엄마의 표정은늘 환했어. 꼭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새비 아주머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상처 같은 거 받지 않아도 됐겠지만 그래도 엄마는..."(116쪽)


살면서 이런 친구를 한 명만 만나는 것도 정말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이라는 것도, 관계라는 것도 항상 좋을 수 만은 없고,

곁에 있을 수도 없지만 서로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주는 관계.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130쪽)


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지연. 

우리의 삶은 찰나이지만, 어떤 찰나의 순간은 영원으로 남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순간은 문득문득 떠오르고 나의 삶이 마치 그 시간대로 정지된 것처럼

다시 그 때로 나를 끌고 간다.


"예전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겨울보다는 봄에, 봄보다는 여름에 더 좋아질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바심이 났다.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 회복되지 않는 듯해서 불안했다.....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로 굴러 떨어졌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서린 두려움이 나를 장악했다....

인내심이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오답 노트를 만들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고,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156쪽)


"봄이야, 우리 봄이야.

여기서 헤어지자. 이제 우리를 따라오지 말라는 말이야. 내레 미안해.."

증조모의 말이 끝나자 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족들의 냄새를 한 번씩 맡더니 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 멀어졌을 때야 한번 뒤돌아봤을 뿐이었다. 할머니는 혹시나 봄이가 돌아올까봐 봄이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등을 돌린 채로 걸어가는 봄이를 보며 할머니는 목에 두른 목도리가 다 젖도록 소리 없이 울었다. 그 후로 누구도 다시는 봄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봄이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그냥 개일 뿐이야.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그런 거짓말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는 없었다.(161-162쪽)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순간을 오감을 다 동원해 기록할 수 있고 무수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레코드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삶의 크기와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도 하다는 것도. 나는 나를 너무 쉽게 버렸지만 내게서 버려진 나는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종 눈을 감고 어린 언니와 나를 만난다. 그애들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해가 지는 놀이터 벤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열살의 나에게도, 철봉에 매달려 울음을 참던 중학생의 나에게도, 내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과 싸우던 스무살의 나에게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배우자를 용인했던 나와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공격하기 바빴던 나에게도 다가서서 귀를 기울인다. 나야. 듣고 있어. 오래 하고 싶었던 말을 해줘.(337쪽)


뭔가 커다란 씨줄과 날줄이 섞여 내가 되는 느낌이 든다.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고조모-증조모-증조부-새미아저씨-새미 아주머니- 희자-명숙할머니-할머니-엄마-나....새미와 개성과 대구, 희령...그리고 봄이와 귀리와 현미까지..


나는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뭔가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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